다니엘 월러스 저 | 박아람 역 | 책읽는수요일 | 44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다니엘 월러스 장편소설『로움의 왕과 여왕들』. 시카고 비평가상, 골든 글로브 등을 휩쓴 브루스 코헨이 출간 전 영화 판권을 계약했다. 만약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날마다 나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고 있었다면? 사랑과 용서를 주제로 한 외롭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깊은 울림을 준다.
고양이를 잃은 염소가 슬픔에 빠져 자살하는 도시 로움. 이 마법의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레이철은 눈이 멀었고 그녀의 언니 헬렌은 태어날 때부터 못생겼다. 그들의 부모가 기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헬렌은 집 안에 있는 거울을 모조리 낡은 식료품 자루 속에 숨기고 레이철의 얼굴을 훔친다. 그리고 가족이 모두 살해당한 유령의 집과 교수목, 시체들이 매장되지 않은 채 나뒹구는 해골 묘지, 식인 새의 숲과 같은 끔찍한 이야기들을 지어내며, 레이철의 세계에 울타리를 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철은 두 사람의 인생과 도시의 운명을 뒤집어놓을 놀라운 선택을 한다. 이후 소설은 그들의 선조가 세운 도시 로움의 운명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두 소녀의 재회를 향해 나아간다.
이 소설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이 두 소녀와 얽혀 있는 깊은 울림을 주는 인물들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흔적을 태워 없애고 나만의 천국을 만들고 싶어 한 엘리야, 바라는 것은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뿐이었던 포로 밍카이, 유령들의 친구이자 외로운 허풍쟁이인 바텐더 딕비 챙, 가슴이 무너진 뒤에야 자신에게도 가슴이 있었음을 알게 된 벌목꾼 스미스, 헬렌을 사랑한 바보 요나스, 천재성의 씨앗을 뿌릴 기회를 찾아 헤맨 닥터 비들스, 그리고 눈먼 소녀 때문에 눈이 먼 마커스, 그리고 삶의 강을 떠다니며 익사를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붙잡는 유령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함으로써 혹은 저항함으로써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우리들의 인생. 이렇듯 복잡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월러스는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소설은 말한다. “누에는 누에로 태어나지. 그러다 나방이 돼. 두 번 태어나는 거야. 두 번의 삶을 사는 거지. 우리도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작가 대니얼 월리스 소개
1959년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에서 태어났다. 에모리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일본 나고야로 가 이 년여 동안 아버지의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이후 십삼 년 동안 서점에서 일하며 여러 단편을 잡지에 발표하고 다섯 권의 책을 썼으나 출판 기회는 좀처럼 갖지 못했다. 그러던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출판그룹 워크맨의 제안으로 1998년 『빅 피쉬』를 출간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전 세계 18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으며, 2003년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대니얼 월리스는 짧고 간결한 문체와 현실을 압도하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거꾸로 사는 레이』(2000) 『수박왕』(2003) 『미스터 세바스찬과 검둥이 마술사』(2007),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간 『오 그레이트 로젠펠트』(2004)가 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영문과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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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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