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데르다』는 가장 터키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장 터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터키의 신세대 작가 하칸 귄다이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하칸 귄다이는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누구보다 모국어인 터키어를 강조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Az’ 이 한 단어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터키어 Az는 사전적 측면에서 ‘아주 조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전을 넘어 그 의미로 해석하자면 알파벳 A와 Z는 말의 시작과 끝이기도 하다. A와 Z 안에 무수히 많은 말이 있고, 그 말들을 이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녀 데르다와 동명의 동갑내기 소년 데르다는 흡사 A와 Z처럼 멀어보인다. 그러나 주인공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등장인물, 머물렀던 장소, 시간, 소녀 데르다가 처절하게 외치는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어디있는거야?”라는 말 등 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상관관계를 맺으며 두 사람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고 있다. 그것이 A와 Z가 Az라는 한 단어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의 원제목을 Az라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터키는 매우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는 터키라는 국가가 가진 위치적 조건에서 기인한 것이다.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원점이기도 했고, 이슬람이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다르며, 한때는 제국주의 국가였지만 서구의 제국주의와는 판이하게 달랐고,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이주를 했지만 현재는 완전한 정주민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토록 다양하고 복작하고 사회통합이 어려운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환경 탓에 터키인들은 강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타문화를 자국에 맞게 받아들이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있다. 소설 『데르다』는 그런 터키의 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딸을 판 엄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딸이 팔려가는 순간 처음으로 나타난 친부. 열한 살 소녀 데르다는 이토록 처참한 환경에서 조국인 터키에서 영국으로 팔려가게 된다. 사이비 종교의 수장인 시아버지와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남편. 데르다는 건물에 갇혀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감금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00발자국, 일주일에 한 번 종교집회가 열리는 같은 건물 11층이 전부다. 어느 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던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긴다. 5년 간 빈 집이었던 옆집에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덩치 큰 영국 남자가 이사를 온 것이다. 그 순간 이 소녀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한다.
공동묘지에서 비석을 닦아주는 일을 하며 받는 돈으로 근근이 사는 열한 살 소년 데르다. 아버지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지 오래고 어머니는 얼마 전 폐렴으로 죽었다. 돌봐줄 사람이 없자 동네 사람들이 꼼짝없이 고아원에 보내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진 데르다가 선택한 일은 엄마의 죽음을 은폐하는 것. 죽음 엄마를 도끼로 토막 내어 공동묘지 무덤에 하나씩 묻어주고 엄마는 시골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태연히 일을 마치고 무덤가에서 비석을 닦아주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데르다는 성묘객을 내려다 볼 만큼 커버리고 비석을 닦고 돈을 받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무덤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다.
열한 살 소년 소녀 데르다 앞에 가혹하리 만치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회피하지 않고, 타인에게 동정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세계에 맞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자신의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어린 딸을 파는 엄마, 팔려가는 딸을 방치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친부, 무자비한 성폭행, 근친상간, 종교를 빙자한 사이비 범죄 집단, 살인 등. 환경을 빙자하고 자신의 욕심을 빙자하여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비단 이 두 소년소녀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데르다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우리의 모습을 통해 어떠한 환경에서도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터키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데르다』를 통해 독자에게 처하게 되는 모든 어려움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고, 어떤 환경에서도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하칸 귄다이 소개
1976년 그리스의 로도스 섬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벨기에와 터키를 오가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제테페 대학교 문학부에서 불문학 번역을, 벨기에 브뤼셀 자유 대학교(Universite Libre de Bruxelles)을 졸업한 후 다시로 터키로 돌아와 앙카라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2000년 『키냐스와 베이라』로 문단에 데뷔했다. 『데르다』는 그의 7번째 장편 소설로 2014년 터키-프랑스 문학상을 받았으며, 12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서방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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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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