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76)] 별을 스치는 바람(전 2권)
이정명 저 | 은행나무 | 292쪽 | 각권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작가 이정명이 이번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전쟁과 문학을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오카 수용소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구성 속에 잔인한 전쟁도 결코 죽이지 못한 아름다운 문장과 가슴 뭉클한 휴머니티를 특유의 감성적인 필체로 그려냈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외롭게 죽어간 스물일곱 청년 윤동주, 시인의 생애 마지막 1년, 차가운 감옥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소설은 악마라 불릴 정도로 잔혹한 일본인 검열관 간수의 의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떠밀리듯 사건을 맡은 학병 출신 간수병인 ‘나’(와타나베 유이치)가 살인범을 추적해 나간다. 하지만 사건 속으로 빠져들수록 단순한 간수 피살사건은 죄수들의 대규모 탈출기도와 지하에 감춰진 또 다른 미궁의 사건으로 번져 나가고, 마침내 형무소를 둘러싼 충격적인 음모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절망으로 둘러싸인 형무소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청년 죄수(윤동주)와 문장을 살해하는 검열관(스기야마 도잔)의 시와 문장을 매개로 한 비밀이 밝혀지며, 시인 윤동주의 삶과 죽음이 30여 편의 아름다운 시편들을 통해 되살아난다.
전쟁의 도가니에 빠진 세상의 축약판인 듯, 총성도 포연도 없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시와, 문장과, 음악의 전쟁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어떤 폭력으로도 꺾을 수 없었던 이상과 두꺼운 벽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자유를 향한 뜨거운 갈망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를 사랑한 죄수와 냉혹한 간수의 비밀스런 인간애를 지켜본 어린 관찰자의 눈으로, 어떠한 잔인한 전쟁도 결코 인간의 영혼을 말살할 수 없으며, 그 무엇도 희망을 죽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후쿠오카 형무소를 배경으로 순결한 청년 윤동주와 그의 시를 불태운 냉혹한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문장을 통한 대결을 그리는 동시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비인간적이고도 잔혹한 행태를 고발한다. 20년 전 우연히 일본 도지샤대학 교정에서 윤동주 시인의 초라한 시비를 본 작가는 ‘청년 시인 윤동주의 생애 마지막 1년, 차가운 감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라는 의문을 품고 오랜 세월 동안 자료조사와 수정작업을 거쳤다.
숨은그림찾기처럼 본문 곳곳에 감추어진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등 주옥같은 윤동주의 시와 그가 사랑한 프랜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장 속 비밀들이 사건을 푸는 단서가 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모티브가 된다.
적에서 동지로, 잔혹한 전쟁 속에 책과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유대, 책을 불태우는 검열관과 문장으로 그에게 맞서는 순결한 시인의 대결, 잔인한 생체실험으로 기억을 잃어 가면서도 시와 문장과 음악을 사랑했던 청년의 삶, 참혹한 형무소 안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합창의 향연, 그리고 꼬리를 무는 살인의 미궁 속에 펼쳐지는 장대한 휴먼드라마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 이정명 소개
『바람의 화원』, 『악의 추억』을 쓴, 한국형 팩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고구려와 비류백제의 역사를 비롯하여 역동적 개혁 군주 세종을 소재로 한 소설,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등 다양한 역사적 소개를 우리 감성에 맞게 써 내려가는 탁월한 능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여러 해 동안 일했다. 1999년 말 고구려와 비류백제의 역사를 소재로 한 러브로망인 첫 소설 『천년 후에』, 2001년 『해바라기』, 2002년 『마지막 소풍』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2006년 작품인 『뿌리 깊은 나무』는 5년간 공백기를 가진 저자의 작품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빠른 속도감과 소설적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 의식과 해박한 지적 탐구가 돋보이는 『뿌리 깊은 나무』는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우리 감성에 맞는, 우리의 이야기’다.
2008 SBS 드라마의 원작소설로 화제가 된 『바람의 화원』은 『뿌리 깊은 나무』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화단을 이끈 두 명의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기묘한 연쇄살인을 쫓는 스릴러이면서 인간의 내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심리소설 『악의 추억』은 기존의 팩션 스타일에서 벗어나 안개에 싸인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욕망과 의심 등 인간 심리의 내면을 통찰한다. 강한 흡입력과 빠른 전개, 섬세한 문장과 개성넘치는 캐릭터, 흥미진진한 퍼즐과 치밀한 구성,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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