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섬세하고 정교한 문장으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나가며 2013년 신동엽문학상, 2014년 젊은작가상 수상을 수상한 작가 조해진의 네 번째 장편소설 『여름을 지나가다』. 2014년 한 해 동안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내일의 희망이나 포부를 갖지 못하는 젊은 세 남녀의 폐허 같은 삶을, 곧 폐허가 될 피난처에서 보내는 그들의 뜨겁고 아픈 여름의 시간을 치밀하고 단단한 서사와 특유의 정밀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집에 몰래 들어가 거주인의 삶을 짧게 살아내고 나오는 부동산중개소 직원 민. 입대를 앞두고 남의 신분증을 위장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용불량자 수.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쏟지만 머지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 연주. 젊은 세 남녀에게 여름은 위태롭고 아프기만 하다. 약혼자와의 결별과 그와 연관된 한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타인의 명의까지 도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 결국 다 이 여름이 벌어진 일들이다. 그들에게 세계는 거듭 폐허일 뿐이다.
여기 또 곧 폐허가 될 그들의 피난처가 있다. 폐업하고 급매로 내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가구점. 성스러움에 가까운 목수의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민과 수는 고단한 삶에 지칠 때면 그곳을 찾는다. 곧 철거될 예정이지만 연주에게도 무지개와 풍선이 그려진 옥상 놀이공원이 있다. 기차 칸을 통과하는 승객처럼 단편적인 삶, 끊어질 철로를 달리는 기관사처럼 위험한 삶 속에서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작은 피난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젊은 세 남녀에게 ‘여름’은 위태롭고 아프기만 하다. 민에게는 약혼자 종우와의 결별과 그와 연관된 한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은희 할머니의 죽음까지. 수에게는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타인의 명의까지 도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 결국 다 이 여름이 벌어진 일들이다. 그들에게 세계는 거듭 폐허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각자 겨우겨우인 삶 속에서, 추억도 사치가 되는 메마른 시간 속에서 타인의 삶에, 그 고통에 손을 내밀어 보인다. 곧 폐점될 가구점에서 살이 부러진 비닐우산을 나눠 쓰고, 곧 철거될 옥상 놀이공원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나눠 마신다.
작가 조해진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천사들의 도시』『목요일에 만나요』와 장편소설『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등을 펴냈다. 2010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였고, 제31회 신동엽문학상, 제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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