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일상 속에서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거나 높은 다리를 건너야 하거나 어두컴컴한 지하실 청소를 해야 한다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낯선 상황에서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거나 짧은 기합을 외친 후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보면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금세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
그렇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일시적으로 두려움을 느껴 머뭇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구토, 어지럼증,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며 제대로 숨을 못 쉬고 기절하기까지 한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이런 경우를 바로 포비아, 우리말로 공포증이라 한다. 공포증은 일반적인 두려움이나 수줍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위험하거나 두려워할 만한 대상’이 아닌 것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세상에는 수백, 수천 가지 공포증이 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이 책은 그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흥미로운 공포증 50가지를 선별해 ‘공포증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를 생물학, 심리학, 역사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나 책 등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공포증 사례를 소개하고, 배우, 작가, 운동선수 등 실제로 공포증을 갖고 있던 유명인들의 일화나 인터뷰를 실어 독자들이 조금 더 쉽게 공포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는 항상 뭔가를 주렁주렁 잔뜩 달고 있고 턱수염은 양 갈래로 땋아내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마디로 ‘귀신 나올 것 같은’ 차림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실은 소문난 ‘광대 공포증’ 환자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잭 스패로우가 아니라 그 역을 맡은 조니 뎁이 그렇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광대를 정말 두려워합니다. 어렸을 때 광대가 나오는 악몽을 꾸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걔네들 얼굴에 미소가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 기뻐하고 있는 건지, 웃는 척하다가 내 얼굴을 확 잡아 뜯을지 알 수가 없어 두려웠어요.”
미국 대중음악의 디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27년 동안이나 라이브공연을 피해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그녀는 1967년에 13만5,000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가사를 잊어버린 후 무대 공포증이 생겨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피해왔다고 한다. 어두운 공연장에서만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인터뷰에서 그녀는 “정말 놀라워요. 엄청난 수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 있어도 그 중에서 박수를 치지 않는 몇몇 사람이 눈에 딱 들어와요”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에이브러햄 링컨은 치과의사 공포증, 나폴레옹은 고양이 공포증에 시달렸다고 하며, 또한 데이비드 베컴에게는 무질서 공포증이,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는 말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엘리베이터, 터널, 햇빛, 개, 어린이, 곤충, 군중, 사슴까지 무서워하지 않는 걸 찾는 게 더 빠를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공포증이 찾아오는 시기는 나이와 무관해 아주 어려서부터 나타나거나 성인이 된 후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십대를 거치면서 15~20세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공포를 견디며 힘들어한다.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다양한 공포증을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공포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저자 사라 라타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맥마흔은 공포증 극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록 ‘공포 극복하기’에서 실제로 공포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체계적 둔감화 요법’과 ‘인지행동 치료’를 소개한다. 체계적 둔감화는 어떤 환경이나 사물에 대한 부정적인 연상을 점차적으로 긍정적인 연상으로 바꿔주는 것이며, 인지행동 치료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다음 합리적이지 않았던 공포감을 객관화함으로써 극복해낼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작가 사라 라타 소개
시카고 대학에서 면역학과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과학 분야 전문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Bones: Dead People Do Tell Tales』 『The Good, the Bad, the Slimy: The Secret Life of Microbes』 등이 있다. 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과학 이야기가 담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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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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