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74)] 어떤 날들

 

어떤 날들

저자
앤드루 포터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 작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저자...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774)] 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 저 | 민은영 역 | 문학동네 | 552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플래너리 오코너상 수상 작가 앤드루 포터의 『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는 데뷔작인 단편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작가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처음 출간됐을 때는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다가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서 김영하 작가가 낭독한 후에 청취자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이다. 이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섬세한 감정 묘사, 관계에 대한 탁월한 통찰로 많은 문학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떤 날들』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위기에 놓인 미국 중상층 가족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단편들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뛰어난 통찰로 사랑과 상실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해 ‘가디언’은 “작가로서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주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또 프랑스 ‘리브르 에브도’는 “그의 데뷔는 놀랄 만큼 강렬했지만 『어떤 날들』은 더욱 강력하다”라고 호평했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은 각자 독립해 다른 도시 혹은 다른 집에 살고 있고 이십 년 이상을 함께한 부부는 이제 멀어질 대로 멀어져 한집에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거나 뒤늦게 이혼을 결심한다. 흔한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내 가족의 이야기,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 『어떤 날들』은 바로 그런 네 사람의 이야기이다. 얼핏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엘슨이 설계한 집은 어쩌면 그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지금-여기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에 다름아니다.


화목하고 무탈한 일상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대표했던 시대는 이제 사라진 것일까. 어느 사이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불안한 가족의 모습은 오히려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부의 이혼은 예전만큼 큰 일이 아니며 남자를 사랑하는 아들 역시 마땅히 인정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대학 신입생, 잠깐의 방황을 끝내고 겨우 적응한 딸의 모습은 더욱이.


이렇게 불안해서 오히려 평범해 보이던 네 사람에게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위기가 닥친다. 그리고 그 사건에 천천히 다가갈수록 네 사람은 조금씩 제 안에서 이미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던 삶의 조각들을 꺼내놓는다. 평온·평안을 가장하기 위해 억지로 추슬러놓았던 그 조각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그것들은 또다른 그림을 만들어나간다. 그것은 과연 희망이라는 이름일까.


소설 속 네 사람을 이어주는 가족이라는 이름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예전에는 달랐겠으나) 지금의 서로의 삶엔 적극적으로(어쩌면 소극적으로도) 개입하지 않는다. 때문에 위기라고 할 만한 이 사건 앞에서도 네 사람에겐 각자의 삶이 더 중요하고 서로 다르게 사건을 바라본다. 때문에 사건은 조금씩 실마리만 드러날 뿐 좀체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 네 사람의 시선, 결국은 하나로 모아지는 소설은 네 개의 층위에서 재구성되는 미스터리와도 같아서, 다이내믹한 서술이나 격정적인 스토리라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각 인물들이 사건에 이어 자기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그 시선에서 우리는 인물들의 내면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까지 그 시선의 깊이를 이어간다.


소설의 결말은 열려 있다. 어느 인터뷰에선가 앤드루 포터는 이 소설이 해피엔딩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떤 선택이 있었고,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었다. 네 사람은 그전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희망적이라 ‘지금’ 단언할 순 없다 해도.


작가 앤드루 포터 소개


197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에서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자랐다. 뉴욕의 바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이오와 대학 작가 워크샵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를 떠날 때쯤 제임스 미치너 펠로십을 받으면서 휴스턴으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소설 창작에 전념하며 소설집 출간 준비를 마친다. 그때가 1999년, 포터는 아직 서른이 안 되었을 나이였다.


하지만 이즈음 도둑을 맞아 집이 털리는 사고를 당하는데 원고를 통째로 분실하고 만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쓰려 했지만 정확한 어조와 표현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몇 년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지역 글쓰기 센터에서 강사를 하는 등 힘든 세월을 겪으며 작가의 길을 거의 포기하기에 이른다. 돌파구는 2001년에 가까스로 메릴랜드 대학에서 방문 작가 자리를 얻으면서 열린다.


다시 작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발표한 단편들이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아술」은 스티븐 킹이 선정하는 『2007 미국우수단편선집』에 들어갔으며, 「외출」은 푸시카트 상을 받으면서 미국공영라디오에 소개되었다. 주위에선 무엇보다도 돈이 되는 장편소설로 선회하기를 권했으나, 포터는 작가에게는 자신만의 호흡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임을 알았다고 한다.


아이오와 시절부터 혼자 일하는 스타일로 주위 사람들에게 원고를 잘 보여주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작품마다 일인칭 화자를 꼭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 인물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친밀감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사』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의 화자를 좋아하며, 존 치버와 리처드 포드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밝힌다.


2008년에 출간한 처녀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단편소설 부문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터너상, 패터슨상, 프랭크 오코너상, 윌리엄 사로얀상 최종후보작으로 뽑혔다. 당시에는 조지아 대학 출판부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수상 후 2010년 랜덤하우스의 빈티지 출판사가 페이퍼백으로 재출간했다. 이후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십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어 나오면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살면서 연내 출간을 목표로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며, 트리니티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