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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81)] 암 병동(전2권)

 
 
[책을 읽읍시다 (781)] 암 병동(전2권)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저/이영의 역 | 민음사 | 500쪽 | 각권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장편 소설 『암 병동』. 솔제니친은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과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되 체포됐고 이후 수용소 생활과 수용소 병원 생활은 그의 작품에서 주요 모티프가 됐다. 특히 악성 종양으로 사망 선고까지 받았던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암 병동』을 썼다.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펼쳐졌던 소련 내부의 혼란과 비극, 나아가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의 자화상을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 냈다.


『암 병동』은 미출간 원고 상태에서 소련 문단에 커다란 논쟁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들은 출판 금지 처분을 받게 됐다. 결국 이 작품은 1990년에야 러시아에서 정식으로 출간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소비에트 시대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직접 경험하고 그 시대를 증언한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대작이다.


1955년 중앙아시아 어느 암 병동. 노인부터 십 대 소년, 유형수부터 고위 공무원까지, 모두 암이라는 병으로 인해 이전에 살아온 삶과는 완전히 단절된 채 같은 병실에 머물고 있다. 환자복을 입는 순간 각자의 사회적 지위와 배경은 사라져 버리고 병과 싸우는 환자로서의 생활을 공유하게 된다. 병과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지난 삶을 반추하며 회한과 슬픔을 느끼고, 누군가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이고 누군가는 욕망과 의지를 불태운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동료를 배반하며 높은 자리에 오른 이가 있는가 하면, 수용소와 유형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던 이가 있고, 가족을 모두 잃고도 눈앞의 현실에 고개 숙여 온 이가 있다. 그리고 스탈린이 사망한 지 2년, 그 체제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곪아 가던 고름은 모두에게 암과 같은 커다란 아픔이 되어 있다.


여학생 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바쁘던 대학생 시절, 사소한 말 한마디로 체포되어 감옥과 수용소를 떠돌아야 했던 코스토글로토프. 그는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 의식도 없지만 권력에 영합해 출세할 만한 영악함도 없었고 단지 거짓말을 못했던 탓에 핍박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의 운명 역시 그와 같아서 그는 “한 여자는 자살했고…… 한 사람은 아직 살아 있어요. 남자 셋은 이미 죽었고……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요”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루사노프는 평생을 체제에 영합해 무고한 사람들을 밀고하고 괴롭혀 부와 지위를 얻은 사람이다. 병동에서조차 뇌물을 주며 특별 대우를 바한다. 하지만 목에 생긴 종양 앞에서, 즉 삶과 죽음의 갈림길 앞에서는 그토록 무시했던 사람들과 같은 운명일 뿐이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가장 영광을 누리던 그의 현재는 오래전 희생시킨 이웃이 찾아와 복수를 할까 봐 두려움에 떠는 것이며, 스탈린 사망 2주기에도 그에 대한 추모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은 신문을 보며 충격에 휩싸이는 것이다.


학창 시절, 풋풋한 첫사랑을 나누었던 남자가 전사한 후 오랜 시간 그를 그리며 살아온 베라. 투옥됐던 오빠마저 어느 날 소식이 끊어지고, 반송된 소포를 유골함처럼 품에 안고 돌아오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완전히 혼자가 됐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 암 병동에 모여든 이들. 누군가는 병이 나아 두 발로 병실을 나가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아 병원을 떠난다. 그리고 아직 앞으로의 운명이 정해지지 않은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청소부 들도 각자 삶의 짐과 슬픔, 병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의문 속에 삶은 계속되고, 웃음과 사랑도 싹트기 시작한다.



작가 알렉산드르 이자에비치 솔제니친 소개


'러시아의 양심'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저항작가. 카프카스 산맥의 작은 휴양지 키스로보츠크에서 태어난 솔제니친은 홀어머니와 궁핍한 생활을 했다. 로스로프대학교에서 물리와 수학을 공부하고 모스크바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했다. 1940년 결혼하고 이듬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으로 군에 입대해 포병장교가 되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재자 스탈린을 '콧수염 남자'로 빗대 말한 것이 탄로나 1945년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가 '반혁명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것은 27세 때였다.


1956년부터는 러시아 랴잔시 중학교 수학교사로 일했으며,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중노동을 하면서 데뷔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구상하였다. 이후 1962년에 이 단편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했다. 1970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병 대위로 근무하던 중 투옥돼 10년간 수용소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그린 『수용소의 군도』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소련의 정치제제와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과 몇몇 동료 반체제작가들에 대한 소련 당국의 냉대를 끊임없이 비판하였다.


1974년에는 반역죄로 소련에서 추방 당했으며 이후 미국 버몬트 지역에 정착했다. 그러나 소련연방 붕괴 후인 1994년, 20년간의 망명생활을 마치고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서방 물질주의를 비판하면서 조국 러시아의 부활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2007년 6월 러시아는 그에게 예술가들의 최고 명예상인 국가공로상을 수여하였다. 2008년 8월3일 향년 89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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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