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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9)] 히다리 포목점



히다리 포목점

저자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2-07-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을 전해주는 히다리 포목점!영화 《카모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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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79)] 히다리 포목점

오기가미 나오코 저 | 민경욱 역 | 푸른숲 | 168쪽 | 9,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카모메 식당」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첫 소설집. 오기가미 감독은 신작은 물론 전작들도 정기적으로 재상영이 이루어질 정도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폭넓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절제된 감성으로 일상을 보여주면서, 이른바 ‘정상적인’ 인생 궤도에 편입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그들 간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그려내는 감독의 솜씨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기가미 감독은 작품에서 슬로라이프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인상적으로 그려내 이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들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적절히 변주돼 관객에게 끊임없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면서 한결같은 안도감과 행복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의 일상을 사랑하게 만들고, 별일 아닌 일상을 별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이번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그려내는 주제들은 요즘 세대의 생활 패턴과 상당히 유사하다.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고 앞날이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요즘의 청춘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함께 나눌 이들을 찾아가며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과정이 그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루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엄연히 우리 사회 한켠에 자리잡기 시작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오기가미 감독은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괴로워하기보다 자기 앞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낸다. 그들은 만남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주고받고 세계와 자신 사이의 경계선을 지워가며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식구가 되어가고, 마음 맞는 이와 함께 밥을 먹고, 고양이를 기르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여름밤에 손을 꼭 잡고 산책을 나가는 삶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오기가미 감독이 이를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단단한 내공과 삶에 대한 성찰 덕분일 것이다.

 

『히다리 포목점』은 주인공들에게 또 다른 세상, ‘하나’가 아닌 ‘여럿’의 세상으로 통하는 마법 같은 공간이자, 두 단편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주소만 들고는 찾아갈 수 없고, 오로지 고양이 사부로의 길 안내를 받아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오래된 섬유 거리 한켠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포목점. 이곳에서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 ‘모리오’는 자기 맘에 쏙 드는 아름다운 꽃무늬 천을 찾아 스커트를 만들고, 이로 인해 아래층 소녀 카트린느와 만나게 된다. 히다리 포목점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모리오는 ‘주먹을 부르는’ 외모와 희미한 존재감으로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카트린느와 대화하고, 식사를 함께하고, 자신이 만든 스커트를 하나씩 나눠 입고 산책까지 하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단편 「에우와 사장」의 에우는 세상에서 요구하는 스펙이나 능력이 전혀 없는 청년이다. 그러다 우연히 동물병원에서 히다리 포목점의 아주머니와 고양 사부로를 만나게 되면서 ‘고양이 상대’라는 새로운 일감을 얻게 되고, 드디어 잘리지 않고 일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오기가미 감독은 히다리 포목점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주위를 둘러보면 찾을 수 있는 탈출구를 표현한다. 그 장소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소소한 기쁨과 놀라움이 한층 더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오기가미 나오코 소개

 

1972년 치바 출생. 치바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USC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광고회사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이 기간 동안 여러 단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장편 <요시노 이발관>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아동영화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차기작 <카모메 식당>은 일본의 소규모 영화관에서 상영되다가 입소문만으로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이후 <안경> <토일렛> 등의 작품이 연달아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고, 선댄스 영화제, 홍콩 영화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히다리 포목점』은 그의 첫 소설로 영화 <토일렛>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절제된 감성과 소소한 일상 속의 기쁨을 찾아내는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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