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81)]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저 | 김지원 역 | 북폴리오 | 32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6세 소녀 헤이즐은 말기암환자다. '의학적 기적' 덕에 시간을 벌긴 했어도, 헤이즐의 인생 마지막 장은 암 진단을 받는 순간 이미 쓰이고 만 셈이다. 다른 십 대와 달리 화장품 대신 산소탱크를 상비해야 하지만 매순간 유머를 잃지 않는 근사한 소녀. 암 환우 모임에서 만난 어거스터스와 헤이즐이 첫눈에 드라마틱하게 빠져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래에 비해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두 사람은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질문에 관한 답을 함께 풀어간다.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줄까? 우린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 물음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각기 다르지만, 두 사람은 남아 있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최선을 다해 그 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넘쳐흐르는 재기 넘치는 대화들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백미. 예컨대 ‘무한대’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헤이즐은 평균에 비해 너무도 짧은 자신의 생을 숫자에 비유해 이렇게 말한다. “0과 1 사이에 소수점을 포함한 무수한 숫자가 있듯, 누구의 삶에나 무한대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어떤 무한대는 다른 무한대보다 더 크다.”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든, 인간이라면 그저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한 빼어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는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부러워 할 만한 일생일대의 사랑이 있다. 인생에는 무한대로 쪼갤 수 있는 다양한 순간이 있고, 사람마다 그 무한대의 크기는 각각 다르다. 그 사실을 일찍 납득한 이 영리한 연인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내 작은 무한대를 영원으로 만들어 주었고, 그 사실에 다만 감사한다고.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젊은 스타 작가 존 그린의 최신작이자 최고작이다. 존 그린은 한해 가장 뛰어난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 수여하는 프린츠 상과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에드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다재다능한 소설가. 반짝이는 유머와 절절한 눈물이 어우러진 이 책은 존 그린의 검증된 문학성과 재기를 응축한 결정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을 인정받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일일이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무수한 찬사를 받았다. 그 애정 고백의 상당수는 쟁쟁한 언론과 평론가, 그리고 동료 작가들로부터 나왔다. 가장 아름다운 것만이 가장 슬프다. 빛나는 유머와 생생한 슬픔으로 꽉 찬 보석 같은 소설. 현재 아마존닷컴 선정 2012년 최고의 책(Best Books of the Year So Far)에 올라 있기도 하다.
작가 존 그린 소개
작품 속의 컬버 크리크 고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앨라배마 주의 기숙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평가로 활동했으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와 시카고 지국 WBEZ의 시사 해설자로 일했다. 지금은 결혼해 뉴욕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남부 컨트리 음악을 듣거나, 볼링을 치거나, 맨해튼의 비싼 물가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첫 장편, 『곧장 그리고 빠르게』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평단의 대호평과 이 시대 십대 독자들의 열렬한 갈채를 받으면서 현대소설문단의 주요 신예작가로 우뚝 서게 됐다. 이 작품은 현재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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