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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0)] 아가미


아가미

저자
구병모 지음
출판사
자음과모음 | 2011-03-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가미를 가진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위저드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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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80)] 아가미

구병모 저 | 자음과모음(이룸) | 210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가미』는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됐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엮어낸 책이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구병모는 이 작품을 통해 ‘청소년 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생(生)을 향한 몸부림으로 물고기의 아가미를 갖게 된 남자 ‘곤’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밀스러우면서도 가슴 저린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생계의 위기와 아내의 가출 등 잇따른 불행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한 남자.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으로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호수에 뛰어든다. 남자는 끝내 목숨을 잃지만 아이는 살아남는다. 물속에서 죽음과 맞닥뜨린 순간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본능적 의지가 아이의 목에 아가미를 탄생시킨 덕이다. 아이는 호수 근처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노인의 손자 강하에게 거두어지고 ‘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가미로 숨을 쉬고 등에 돋은 비늘을 빛내며 조용하고 깊은 호수 속을 유영하는 곤. 그는 인간이자 물고기인 자신을 어디에도 드러낼 수 없기에 노인과 강하, 그리고 호수 근처가 그가 경험하는 세계의 전부다. 하지만 그에게는 물속에서 한없는 평온과 자유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담한 현실이 끌고 간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얻게 된 이 기이한 생명체 곤은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것은 곧 그가 세상을 운용하는 법칙이나 관념에 물들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세상 역시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모른다. 인간이면서 물고기인 존재,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곤이 상징하는 이러한 비현실성은 현실 세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세계,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를 가리킨다. 어떤 것으로도 왜곡되지 않고 누구도 파괴되지 않는 세계, 태곳적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세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리워했을.

 

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강하의 할아버지와 강하, 강하의 어머니인 이녕, 그리고 우연히 물에 빠졌다가 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여자 해류다. 곤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각기 다르다. 곤과 성장기를 함께 보낸 강하는 그가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영영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품은 채 내심 그를 걱정하면서도 겉으로는 짐짓 거칠게 대한다.

 

마약에 찌든 채 십수 년 만에 집에 돌아온 이녕은 곤의 비늘을 보고 환각 상태에서 경험한 물속 환상을 떠올리며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느낀다. 삶에 지쳐 무력감에 빠져 있던 해류는 짧은 순간 곤을 만나고 난 뒤 자신이 만난 이상한 존재에 대해 신비감과 경이감을 간직한다. 이렇듯 곤은 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그리움의 대상이자 신비의 대상이며, 이는 곧 태곳적 순수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그들 각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아가미』는 결국 곤과 그를 둘러싼 세 사람의 비밀스러우면서도 가슴 저린 운명을 통해, 곤이 상징하는 그 세계를 우리가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왜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작가 구병모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집필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온갖 사건들은 판타지인 동시에 절망적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일반문학과 장르소설의 묘미를 적확한 비율로 반죽한 이 작품만의 특별한 미감은 색다른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사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은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구병모 작가는 한 인터넷 웹진에서 '곤충도감'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름을 가리고 봐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용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작가로 기억되는 만큼 현재 준비중이라고 밝힌 장편소설 또한 완성도 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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