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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2)]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달리다

저자
심윤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심윤경 장편소설『사랑이 달리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82)] 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저 | 문학동네 | 359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달의 제단』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작가 심윤경의 장편소설. 그사이 『이현의 연애』와 『서라벌 사람들』 두 권의 장편소설을 선보였으나 전작으로 새 작품을 선보인 건 8년 만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매번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 심윤경, 이번에 그와 함께한 파트너는 '마하39로 달리는 여자' 김혜나다. 툭툭, 엉뚱하고도 솔직하게 던지는 게 매력인 서른아홉의 혜나. 심윤경의 솔직하고도 대담한 문장은, 모든 걸 내던지는 그녀의 사랑을 향해 함께 달려나간다.

 

부모의 황혼이혼으로 펑펑 써대던 아빠 카드도 사라지고, 난생처음 돈을 벌게 된 서른아홉 살의 혜나. 그녀의 미치광이 가족들과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우리를 만만하고 시시하게 대할 뿐인 화려하고 도도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

 

이화여대를 졸업한 인텔리면서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트럭운전사와 결혼한 낭만주의자 엄마. 엄마는 그 몽상가적 기질 때문에, 바람나 이혼하자는 아빠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소송도 못 한 채 빈손으로 이혼 당한다. 제정신 못 차리고 대형사고만 치는 작은오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큰오빠, 회사에서 밀려나 지방으로 좌천당한 남편 성민까지. 그간 펑펑 써왔던 아빠 카드도 쓰지 못해 혜나는 죽을 맛이다.

 

그러던 중 작은오빠의 연줄로 일하게 된, 유명 산부인과의 매력적인 원장 정욱연. ‘귀여운데. 취직을 하느니 그냥 첩이 되어버릴까?’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던 정욱연도 엉뚱하고 솔직한 혜나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그들은 결국 함께 있기 위해 서로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포기하기로 한다.

 

한편 엄마를 흠모해온 거부(巨富) 박진석 회장은 단 한 번의 식사자리에서 보인 진솔한 모습으로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졸지에 부자 새아버지를 갖게 된 삼남매. 하지만 사기, 횡령 죄목으로 고소당한 작은오빠가 감옥에 가게 되자 작은올케가 이혼하겠다고 나서는 등 집안은 다시 풍비박산 상태로 돌아간다.

 

모두 삼사십대 중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명백한 어른임에도, 부모의 이혼으로 삼남매의 경제적 토대는 통째로 뒤흔들린다. 아빠와 함께 살 때는 자신들이 쓰는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는 단단한 토대 위에서 무절제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애초 한도가 없는 것인 양 얼마를 긁어대도 문제없이 결제되던 아빠의 마법의 카드가 사라지자 삶의 근간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들은 몸만 다 자란 어른일 뿐, 실질적인 아동이나 다름없다. 돈을 벌어오던 아빠가 사라지자 돌려막기 하듯 매일매일을 버티고 있을 뿐이다.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큰오빠는 아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보다도 어린 새어머니를 깍듯이 모신다. 생활이 전보다 구차해진 친엄마는 모른 척하면서. 그러다 엄마가 박진석 회장과 교제를 이어나가자 갑작스레 태도를 바꾸며 엄마를 챙기기 시작한다. 엄마가 진짜 돈이 아쉬울 때 큰오빠는 엄마를 돌보지 않았다. 간절하게 돈을 필요로 할 때는 모른 척하면서 돈이 전혀 필요 없을 땐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이렇듯 욕심과 아집만 남은 가족관계를 묘파해내는 데에도 이 소설은 한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우리는 공항에서 정말로 일가족처럼 화목하게 식사를 했다. 아니, 진짜 피를 나눈 가족의 식탁은 그렇게 존경과 사랑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가족의 식탁을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불만과 권태에 더 가깝다는 것을 나는 경험적으로 징그럽게 잘 알고 있었다.

 

“잠깐 미쳤다가 돌아와도 아무 일 없다구.”

 

혹 자기들의 왕국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조금이라도 다치는 걸 두려워하며 모든 걸 ‘쿨하게’ 흘려보내는 게 미덕이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어쩌면 모든 것을 다 흘려보내며 어떤 최악의 일이 닥쳐도 견뎌낼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비난이나 경멸보다 빨리 달리는 사랑에 모든 걸 건 여자가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아는, 서른아홉 살의 가장 순수한 여자. 제도로부터 벗어나 달리는 ‘혜나’는 참고 견디기보다, 직시하고 온몸을 부딪쳐 결국 그 사랑을 구해낸다. 우리를 만만하고 시시하게 대할 뿐인, 지루하고 재미없는 우리 모두의 세상보다도 빨리 달리는 이 눈먼 사랑에는 몸을 내던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작가 심윤경 소개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을 졸업 후 얼마간의 직장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2년 세상에 처음 내놓는 장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인왕산 아래 산동네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4년 장편소설 『달의 제단』을 발표해 2005년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끝까지 이럴래?』 등이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분위기의 뚜렷한 주제를 가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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