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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20)] 오르부아르

[책을 읽읍시다 (820)]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저 | 임호경 역 | 열린책들 | 680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3년 피에르 르메트르에게 공쿠르상을 안겨준 장편소설 『오르부아르』. 사기꾼들이 승리하고 자본가들은 폐허 위에서 부를 축적하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프랑스를 거장의 솜씨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문학성과 예술성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발하는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에 대중 문학 작가가 뽑힌 것은 프랑스에서도 엄청난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종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프랑스군 정찰병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파문을 일으키고 프랑스군은 독일군 진지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전투 중에 총격 사건의 가공할 진상을 우연히 알게 된 병사 알베르는 포탄 구덩이에 파묻히고 그를 구하려던 에두아르는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 반쪽을 잃는다.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두 친구는 사회에 복귀하지만 다시 살아남기 위해 분투를 벌여야 한다. 전사자들은 추모하는 반면 골치 아픈 생존자들은 떨쳐 버리려 하는 국가의 위선 속에서 사회의 언저리로 내몰린 두 전우는 전후의 혼란상을 틈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기극을 꾸미기로 마음먹는다.


1922년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복 스캔들에서 모티프를 가져 온 이 소설은 사기꾼들이 승리하고 자본가들은 폐허 위에서 부를 축적하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프랑스를 거장의 솜씨로 그리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100년 전의 프랑스지만 『오르부아르』가 조금도 구태의연한 역사 소설로 느껴지지 않다. 이것은 지금도 아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세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 자본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개인들과 그 개인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반항하는 대립 구도에 대해 르메트르는 지금의 세계는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야만적인 자본주의와 폭력적인 시스템, 그것에 의해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개인들, 돈과 권력을 얻으려고 미쳐 날뛰는 인간들, 부패와 부정과 범죄가 만연한 사회는 현대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빨리 역사의 페이지를 넘겨 버리려 하는 프랑스에서 주인공들은 제대 군인들이 사회의 천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국가는 실업자 수를 불리기만 하는 제대 군인들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 무자비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물신 숭배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살리는 것은 가장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감정들이다. 불행한 이에 대한 연민, 우정, 희생, 눈물, 웃음, 불의에 대한 분노와 항거, 가족에 대한, 여인에 대한, 삶에 대한 사랑…….


『오르부아르』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작품이다. 서스펜스, 유머, 범죄와 반전, 사랑과 화해, 그리고 비극이 완벽하게 결합된 2010년 이후 최고의 프랑스 소설에서 그야말로 문학을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 소개


195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95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프랑스문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다가 55세의 나이로 어느 날 소설을 썼고, 이 첫 소설 『능숙한 솜씨』로 코냑페스티벌 신인상을 수상했다. ‘형사 베르호벤 3부작’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본격문학 이상의 품격을 갖춘 보기 드문 장르소설” “프루스트, 도스토옙스키, 발자크의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수작” “추리?스릴러 대가의 탄생”이라는 문단의 호평과 대서특필로 격찬 받았다.


이후로 발표한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사악한 관리인』(출간 예정)으로 2009 미스터리문학 애호가상, 몽티니 레 코르메유 불어권 추리소설 문학상, 2010 유럽 추리소설 대상 등을 받으면서 등단 후 연이어 발표한 세 작품이 모두 문학상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이력을 쌓았다.


그의 작품에는 “히치콕이 살아 있다면 영화화하고 싶어할 작품으로 완성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밝힌 저자의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와 『사악한 관리인』은 현재 영화로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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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