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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19)] 수상한 진흙

[책을 읽읍시다 (819)] 수상한 진흙
 
루이스 새커 저 | 김영선 역 | 창비 | 228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구덩이』를 뛰어넘을 루이스 새커의 에코 스릴러 『수상한 진흙』. 간결한 문체와 빈틈없는 구성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유머로 1999년 뉴베리 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의 이번 소설은 세 아이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청소년소설인 동시에 현대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다룬 환경소설이기도 하다. 평범해 보이는 학교생활의 갈등에서 시작해 환경오염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묵직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 잘 듣고 규칙 잘 지키는 ‘범생이’ 타마야. 얼마 전 전학 온 문제아 채드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이웃집 오빠 마셜을 괴롭히자 타마야는 정체 모를 진흙 덩어리를 집어 채드의 얼굴에 던진 후 도망친다. 타마야가 던졌던 진흙 덩어리는 휘발유를 대체할 청정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인공 미생물 개발 중 연구소 밖으로 빠져나간 돌연변이의 일부로 진흙을 만졌던 타마야의 손에 붉은 발진이 생기더니 곧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날 채드는 실종 상태로 밝혀지고 죄책감을 느낀 타마야는 채드를 찾으러 진흙을 던졌던 산에 오른다. 그리고 이 진흙과 접촉한 수백 명이 감염되면서 도시 전체가 격리되고 미궁에 빠졌던 치료약 개발은 한 수의사의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수상한 진흙』의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축은 우드리지 사립학교 아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모범생 타마야, 문제아 채드 그리고 채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마셜 등 세 아이가 주인공이다. 13살인 타마야는 지금껏 공부 잘하고 규칙 잘 지키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며 자라온 착한 아이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범생이’라고 놀림받으면서 혼란을 겪는다. 두 학년 위인 채드는 여러 학교에서 사고를 쳐 쫓겨났을 정도로 문제아다. 아이들은 채드를 무서워하면서도 우러러본다. 이런 채드의 눈 밖에 난 아이가 마셜이다. 마셜은 여태껏 학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모든 일에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채드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불행과 수치의 연속일 뿐이다.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선레이 농장이다. 이곳은 이름만 농장이지 사실은 휘발유를 대신할 연료를 개발하는 연구소이다. 여기서 값싸고 친환경적인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에르고님’이라는 미생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류에게 큰 희망이 되리라 기대했던 에르고님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큰 재앙이 닥친다. 『수상한 진흙』은 이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가 절묘하게 엮여 있다. 에르고님을 둘러싼 과학자와 정치인 사이의 공방과 타마야를 비롯한 10대 아이들이 벌이는 사건이 교차하는 구성으로, 두 가지 이야기의 연관 관계를 퍼즐 맞추듯 추리해 나가는 재미가 일품이다.


루이스 새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는 모험과 성장이다. 저마다 나름의 문제를 지닌 아이들이 모험에 나서게 되고, 그 모험을 통해 관용, 청결, 용기, 공감, 품위, 겸손, 정직, 인내, 신중, 절제 등과 같은 덕목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의 가치에 대해 깨달으며 성장한다. 소극적이고 고지식했던 타마야는 위기에 처한 채드를 구하기 위해 두 눈 질끈 감고 교칙을 어긴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던 채드는 타마야의 진심 어린 손길에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드러낸다. 문제에 맞서기보다 피하기에 급급했던 마셜은 타마야가 위험에 빠진 것을 알게 되자 ‘수상한 진흙’에 발을 담그는 일마저도 감수한다.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세 아이는 결국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다.


『수상한 진흙』은 세 아이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청소년소설인 동시에 현대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다룬 환경소설이기도 하다. 인구 폭발, 에너지 위기, 생명 공학, 전염병, 환경오염, 과학자의 윤리 등 소설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가히 ‘21세기 판도라의 상자’라 부를 만하다. 그중 시선을 끄는 것이 두 개의 악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홉슨의 선택’이다. 『수상한 진흙』 속 정치인들은 거대한 참사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과 에너지 고갈의 위험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만장일치로 에너지원의 생산에 표를 던진다. 그 선택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일련의 사건들은 보기 좋게 해결되었지만 위험의 불씨가 남은 채로 작품은 끝난 셈이다.



작가 루이스 쌔커 소개


루이스 쌔커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5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생 시절 초등학교 보조 교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쓴 '웨이싸이드 학교'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1999년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품 『구덩이』를 비롯하여 ‘웨이싸이드 학교’ 씨리즈와 『못 믿겠다고?』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그냥 한 번 해 봐!』,『여자 화장실에 남자가 있다고?』『얼굴을 잃어버린 소년』 '마빈 레드포스트' 시리즈 등 20여 권의 어린이책을 썼다. 그가 미국 아동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의 개인사와 작품 세계를 다룬 책 『Louis Sachar』(Greene, Meg, Rosen Pub Group 2003)가 출판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현재 텍사스에서 딸과 그리고 학교 컨설턴트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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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