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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39)] 세상의 피 : 테오의 두 번째 여행

[책을 읽읍시다 (839)] 세상의 피 : 테오의 두 번째 여행

카트린 클레망 저 | 이원희 역 | 작가정신 | 428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세상의 피』는 호기심 많던 영리한 열네 살 소년이 인도주의 의사이자 환경운동가가 되어 병든 지구를 둘러보는 내용으로 환경 문제 보고서와도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환경운동가 의사인 테오가 자연 파괴로 신음하는 지구 곳곳의 실태를 확인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해답을 찾아 떠난 여정을 그린다.


인간이 자신을 희생하여 환경오염을 막을 것인가, 아니면 생존을 위해 자연에 계속해서 상처 입힐 것인가. 마르트 고모와 함께한 여정에서 테오는 정신분석학자 프렘, 대승려 마한트지, 민족학자 발랑탱 장비에, 코제마 원자력 발전소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과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점차 자기만의 생각을 정립해나간다. 마침내 환경 문제 보고서 완성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테오는 사랑하는 여인 레나테에게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맞닥뜨린다.


14세 때 난치병 치유를 위해 고모와 종교 여행을 다녀온 테오는 이제 26세의 환경운동가 청년이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오지 파견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열혈 환경운동가인 애인 보지카의 영향으로 그 역시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환경운동가 의사’인 테오는 어느 날, 인도에서 있는 고모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델리로 떠난다. 테오는 의사와의 면담에서 고모의 병을 고치려면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충고를 듣는다. 테오는 세계환경대회 제출용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루트로 고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구상한다.


환경운동가를 싫어하는 고모는 테오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고모는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고, 테오에게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 자료를 대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빈정댄다. 테오는 프렘과도 인간, 도시 밀집, 대기오염 등을 소재로 논쟁을 벌인다. 프렘은 이 여행에 동행하는 인물로 고모의 친구이자 벵골 출신의 정신분석학자이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서는 수질오염 문제를 확인한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대승려 마한트지를 만나 대안을 모색한다. 갠지스 강변에서 테오는 생물학자인 레나테와도 만나게 된다.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며 친밀해진 둘은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는 무슬림과 테러, 인종 문제,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화가 펼쳐진다. 이어 누쿠스, 사마르칸트, 부하라, 키바 여정이 계속된다. 이 여정에서 채식과 GMO, 메말라가는 아랄해 등을 소재로 논쟁을 벌인다. 다음은 카메룬이다.


카메룬 야운데에서는 세계삼림감시단 소속 남성과 만나 현장 조사를 하고, 크리비에서는 말라리아원충 및 피그미족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프랑스 민족학자 발랑탱 장비에, 네덜란드 영양학자 휴고 투르만, 피그미 전문학자인 카메룬 남자 펠릭스가 동행하며 피그미족 상황과 카니발리즘, 인간의 병과 치유 문제, 카메룬 송유관 사업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다. 세네갈 다카르에서는 땅콩 재배와 사막화,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현지 조사를 이어나간다. 레비스트로스와 스토아철학을 소재로 대화와 논쟁을 벌인다. 프렘은 ‘인간은 생명체이다’라는 레비스트로스의 의견에 공감하고, 이들은 산림 벌채와 가뭄 등 문제에 관해 논의한다.


‘세상의 피’, 작가는 왜 이토록 섬뜩한 제목을 지었을까. 아마 위태로운 지구를 묘사하는 데 이보다 문학적이고 강렬한 표현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맑은 공기와 강물, 동식물과 어우러진 터전, 인류는 본래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그러나 온수, 수세장치, 쓰레기하치장 등 현대 문명의 혜택 속에서 인간은 자연과 점차 멀어졌으며 심지어 환경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대기오염, 물 고갈, 사막화, 전쟁, 원자폭탄, 비정상적인 산업, 핵에너지의 위협 등 곳곳에 도사린 위험 속에 살고 있다.


1976년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은 생명체이며, 다른 생물종에 대한 의무가 있다”라고 주창한다. 인류가 호사를 누리면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다. 인간은 자연과 화해해야 한다. 인간은 ‘참새 어미가 흘리는 피, 나무가 흘리는 피를 그치게’ 해야 한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의 주인이 아니며, 자연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 인류가 세상의 재앙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류에게 희망은 무엇인가.



작가 카트린느 클레망 소개


1939년 2차 세계대전 직전 파리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64년 소르본 대학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프랑스 외무부 산하 예술진흥협회 회장을 지냈다. 1987년부터 프랑스 대사인 남편을 따라 인도, 오스트리아의 빈, 세네갈의 다카르에서 살았으며, 델리의 네루 대학과 빈의 대학 그리고 다카르의 셰이크 안타 디오프 대학에서 각각 영어와 프랑스어, 철학을 가르쳤다.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뒤 케 브랑리 박물관 민중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잡지에서 문학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성과 성스러움』 『마르틴과 한나』 『간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는 『레비 스트로스』 『인도의 신들과 산책』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위하여』 『인도의 사랑을 위하여』 『미완성 왈츠』 『베네치아의 무어인』 『만 개의 기타』 등 정신분석학과 인류학, 예술 분야의 많은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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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