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 저 | 남명성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492쪽 |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우리들의 반역자』는 결코 ‘포기’란 단어를 모르는 노장이 투혼을 불사르며 써내려 간 작품으로 출간과 동시에 이 시대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뉴욕타임스’, ‘텔레그래프’,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유수의 언론에서 호평을 실었다. 범죄 조직에 몸담은 고위 간부의 목소리와 감상에 젖은 남자의 회상 섞인 목소리로 역사의 뒤안길을 걷는 ‘디마’라는 한 남자의 생애를 조명하는 『우리들의 반역자』는 과거 흑과 백, 선과 악, 동과 서로 구분되었던 세계가 무정형하고 복잡하게 일그러지고 뒤엉키며 부패해가는 오늘날의 자화상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모호하고 불투명한 세상에서 옳은 일을 한다거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존 르 카레의 초기작들과 견주어볼 때 그 배경 및 주제에 있어 괄목한 만한 변화가 돋보이는 대표적 걸작 『우리들의 반역자』는 ‘옥스퍼드’라는 상아탑에서 묵묵히 학자의 길을 걷던 한 청년이 인생의 주요 전환점을 앞두고 연인과 함께 카리브 해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테니스를 즐기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겠다던 그들의 평범한 계획은 디마라는 러시아 대부호와 만나는 순간 철저하게 무너진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듯, 디마와의 만남은 젊은 연인이 국제적 음모와 연루되는 계기가 되고 더 이상 예전 같은 평범한 삶도 꿈꿀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 중심에 놓여 있는 핵심적 화두는 바로 러시아 자금 세탁의 일인자 디마가 알고 있는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영국 재정기관 및 은행에 쏟아 부은 러시아의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불법 자금에 관한 정보다.
근육질의 단단한 몸에 온갖 문신이 가득하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롤렉스 시계를 찬 러시아의 대부호, 디마. 자신이 러시아 사업가이며, 카리브 해에만 몇 개의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던 그는 테니스 시합이나 하자며 무턱대고 영국의 젊은 연인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청한다. 비밀스레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에는 기이하고 낯선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며칠이 지나 디마는 자신의 쌍둥이 아들 생일을 축하해달라며 또다시 연인을 초대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도소리 시끄러운 은밀한 장소로 그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쪽지 하나를 건넨다. 자신과 그의 가족의 영국 망명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정보를 거래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옥스퍼드 교수인 페리가 자신을 영국 정보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안내할 다리 역할을 해줄 것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왜 러시아 범죄조직을 배신하고 영국 정보국과의 위험한 게임을 자청하는 걸까? 혹여 무고한 시민인 두 연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화려한 삶의 터전에서 샴페인과 카나페를 즐기고 있기엔 뭔가 다른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
출간 당시 냉전 이후의 세상에 대한 예리하고 냉철한 통찰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우리들의 반역자』는 거장 존 르 카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최근 르 카레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스릴을 자랑한다는 전 세계 호평을 받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을 연상시킨다는 일부 평도 있으며, 냉전 이후 영국 정보국과 러시아의 대결 변화가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수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작가 존 르 카레 소개
영국 첩보원 출신인 스파이 소설의 거장이다. 존 르 카레는 1931년 영국 도싯 주의 항구 도시 풀에서 태어났다. 르카레는 그의 필명으로,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이며, 여동생인 살럿 콘웰은 영국의 유명배우이기도 하다. 스위스 베른 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대 유럽어학을 수학했고, 1956년 졸업 후 이튼 칼리지에서 2년간 독일어를 가르쳤다. 1959년부터 1964년까지 영국 외무부에서 일했다. 이 당시 그는 영국 대사관 제2 서기관, 함부르크 정치영사, 그리고 영국 정보부인 MI6에서 일하며 냉전 시대 실제로 첩보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61년 요원의 신분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그해 첫 번째 장편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발표했다. 그리고 동서 냉전기의 독일을 무대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한 세 번째 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르카레는 시대를 반영한 걸출한 스파이 소설들을 발표하며 〈오늘날 스파이 스릴러를 쓰면서도 본격 작가로 대우받는 유일한〉 작가로 평가될 만큼 그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냉전기의 시대 상황을 묘사한 작가로서, 그리고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명성을 현재까지 이어 오고 있다. 그의 책은 40여 개 국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저서로는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고귀한 살인』『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거울 나라의 전쟁』 『독일 어느 소도시』 『순진하고 감상적인 애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오너러블 스쿨보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북치는 소녀』 『완벽한 스파이』 『러시아 하우스』 『은밀한 순례자』 『나이트 매니저』 『우리의 게임』 『파나마의 재단사』 『싱글 앤드 싱글』 『콘스탄트 가드너』『영원한 친구』 『미션 송 『원티드 맨』『우리 배신자의 종류』 『리틀 드러머 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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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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