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그로스만 저 | 김승욱 역 | 책세상 | 25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스라엘의 국민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비드 그로스만의 소설 『시간 밖으로』. 저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으며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아모스 오즈와 A. B. 여호수아와 더불어 이스라엘 정부의 극단적인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없이 내온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11년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시적이고 아름다운 애가(哀歌)를 통해 저자는 잊혀지길 강요당하는 죽음들을 불러내 다 함께, 원없이 슬퍼하고 원없이 분노하고 원없이 미안해하는 데서 위로와 희망의 길을 모색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와 아홉 살 때 폴란드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주해온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로스만은 다른 곳에서는 살아본 적 없는 예루살렘 토박이다. 자라오는 내내 홀로코스트를 겪은 어른들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웃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정부가 벌이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런 그로스만이 모국인 이스라엘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부조리한 현실에 직면해 성찰하고 발언하고 행동하길 멈추지 않았다.
2010년에 그로스만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설되기로 예정됐던 서안 지역을 이스라엘 정부가 무력으로 점령하고 강제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에 반대하며 다른 예술인들과 함께 그 지역과 관련된 문화 행사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2014년에는 이스라엘의 문화예술인과 정치인 800여 명이 유럽 각국 의회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때 동참하기도 했다. 또한 2006년 레바논-이스라엘 전쟁 당시에는 아모스 오즈와 A. B. 여호수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총리였던 에후드 올메르트에게 군사행동이 아닌 외교적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이 있고 이틀 뒤, 기갑부대 소속으로 병역에 복무 중이던 아들 유리가 전쟁터에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마침 그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엔 안보리의 휴전결의안을 수용한 날이었다. 그러나 휴전 전에 최대한 성과를 올리려 한 이스라엘군의 전략적 명령 때문에 헤즈볼라의 대전차미사일에 희생됐던 것이다.
자식의 때 이른 죽음으로 삶이 뿌리 뽑힌 부모들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는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식 냄새가 따뜻하게 배어 있는 부엌이다. 부부가 식탁 앞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접시를 불쑥 밀어내며 일어선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불쑥, 죽은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말한다.
여자의 간곡한 만류에도 남자는 아이가 있는 ‘그곳’으로 가겠다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궤도를 돌듯이 걷기 시작한다. 그의 발길이 그리는 원이 점점 커지면서 그는 집에서 멀어지고 어느새 마을을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있다. 그렇게 밤이 가고 또 오고 또 가는 동안에도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광대한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공작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 외에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전혀 알 수 없는 이 마을에는 어째서인지 이 부부 외에도 자식을 일찍 떠나보낸 부모들이 많다. 그물 깁는 여인, 수학 교사, 산파, 구두장이, ‘켄타우로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작가, 공작, 그리고 마을의 일들을 기록하는 관리와 그의 아내까지 모두들 자식의 죽음 앞에 못 박힌 채 살고 있다.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 소개
1954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고 있다. 히브리 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을 공부했다.
문학, 논픽션,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서 인정받아온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로스만은 프랑스의 문화예술 공로훈장, 독일의 북스테후더 불레 상,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등 해외 유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2006년에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아들 유리가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후 출간한 소설 『땅끝까지』에서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터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고통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각종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주목받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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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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