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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07)] 끝없는 기다림

[책을 읽읍시다 (907)] 끝없는 기다림

줄리아 워츠 저 | 강희진 역 | 우리나비 | 23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베이비시터, 웨이트리스, 바텐더, 레스토랑 접시닦이에서부터 피자 가게 점원, 신문 배달, 당구장 아르바이트 등 저자 줄리아 워츠는 갖가지 종류의 일을 겪어왔다. 억울한 해고도 당하고 수치스럽지만 타당한 해고도 당하며 온갖 군상의 행태가 난무하는 일터를 전전하는 삶은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청년 실업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끝없는 기다림』은 바로 이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지극히 은밀하다고 할 수 있는 작가의 개인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젊은 세대가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담담하게 또 때로는 냉소적으로 자신을 솔직히 그려나감으로써 그 어처구니없는 농담과 진실 가운데 모두로 하여금 각자의 처지를 빗대어 통렬히 웃음 짓게 한다. 분명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워츠는 만화 속에 그린 자신의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독자로 하여금 뭔지 모를 위안과 희망을 발견하게끔 한다. 자조 섞인 신랄한 유머와 실존적인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사고를 가감 없이 드러낸 책.


늘 되는 일이 없는 삶이었다. 용돈벌이를 위해 이웃집 애완동물을 봐줄 땐 토끼들이 코요테의 먹잇감이 돼버렸고 병아리들을 익사시키거나 먹이 주는 걸 잊어서 햄스터를 굶어 죽게 한 경우도 있었다. 갓 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엄마 대신 동생을 돌보는가 하면 몇 시간을 투자해 베이비시터로 일한 대가에 풀이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현재와 20년 전의 베이비시터를 비교하며 현실을 비꼬는 등의 농담을 잃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접시닦이 신세를 거쳐야 했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피자 가게 손님들을 상대해야 했다. 고용되고 해고당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억울함과 수치스러움을 겪고 더더욱 고립을 자처하며 인간 혐오적이 되어간다. 거기에 불치병 진단까지 덮쳤다.


얼마나 많은 직업이 자신에게 호된 값을 치르게 했는지, 어떤 아픔을 견뎌냈는지를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곧 워츠에게 있어서 삶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자 꿈을 찾아가는 과정 속의 끝없는 기다림이었다. 그 기다림 속에는 적성에 대한 고민과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도서관을 둘러보며 책장 한곳에 자기가 쓴 책이 꽂히기를 꿈꾸었듯이. 워츠에게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화야말로 농담을 통해 사고된 감정을 날것 그대로 표출시킨 것이기도 한 동시에 바깥 세계와 담을 쌓았던 그녀가 삶에 열정을 품도록 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만화는 무거운 삶의 주제를 심각함에서 탈피해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작가 줄리아 워츠 소개


줄리아 워츠는 1982년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뉴욕 시티에 거주하고 있다. 어릴 때는 암 치료약 개발을 위해 위험천만한 동굴에서 극한 미생물을 채취하는 동굴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은 그녀의 오빠가 침낭 속에다 그녀를 돌돌 말아 그 안에 방귀를 뀐 다음 그녀를 층계로 밀어뜨린 날 그녀가 밀실공포증 환자임을 깨닫고서 끝이 났다. 그래서 대신에 워츠는 광장공포증과 싸우며 만화가가 되었다. 줄리아 워츠의 작품은 코야마 프레스 이외 다른 출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JULIAWERTZ.COM 인터넷 사이트를 가끔씩 방문하며 불평을 일삼는 기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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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