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21)] 이제 엄마에겐 언제나 밤이겠군요

[책을 읽읍시다 (921)] 이제 엄마에겐 언제나 밤이겠군요

마티아스 말지외 저 | 김경태 역 | 문학동네 | 208쪽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마티아스 말지외 장편소설『이제 엄마에겐 언제나 밤이겠군요』. 오랜 병환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에 깊이 상심하는 ‘나’ 마티아스는 엄마의 임종 직후 병원 주차장에서 거인 유령 ‘자이언트 잭’을 만난다. 그림자로 사람들의 조각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자학 박사인 그는 자신의 그림자 한끝을 떼어 엄마를 잃은 마티아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에게 책을 처방한다.


저녁 7시30분, 사랑하는 엄마가 팔에 꽂힌 바늘과 튜브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모두 끝났습니다”. 아빠와 ‘나’ 마티아스 그리고 여동생 리자, 그들을 고요하게 폭발시킨 한마디. 그들은 심장을 뱃속에, 목구멍 속에 박아둔다. 심장 부서지는 소리는 끔찍하니까, 불도저에 부화 직전의 계란이 바스러지는 그 끔찍한 소리가 엄마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렇게 울음을 삼킨다. 그러나 이어지는 간호사의 말에 억눌러둔 심장을 벽에 던지듯 울부짖고, 요란한 ‘불도저’ 소리가 병실 가득 울려퍼진다. “보호자분께서는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이 엄마를 빼앗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한참 후에야 서로를 지탱하며 병실을 나선다. 언제나 밤인 그곳으로 떠난 엄마를 뒤로하고.


아빠와 리자는 장례 준비를 위해 엄마의 마지막 옷을 가지러 집으로 향하고, ‘나’는 어두운 병원 주차장에 홀로 서 있다. 머리핀, 안경, 잠옷, 사진 몇 장 등 엄마의 유품이 담긴 비닐백 안에서 마티아스는 7시30분에 멈춰버린 망가진 탁상시계 하나를 발견한다. “죽음과의 싸움에 힘이 되는 자이언트 잭, 세상의 방랑자, 그림자요법, 죽음을 극복하는 삶의 문제 전문가, 연락처: ‘자이언트 잭은 내 등뒤에’를 흥얼거리시오.” 그는 시계 뒤편에 새겨진 글귀를 따라 읊어본다. 그러자 자동차 모터 소리 같은 굉음을 내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고, 이윽고 완전한 침묵 속에 완전한 어둠이 덮인다.


자이언트 잭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엄마가 영원한 밤의 세상으로 떠나던 날,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절망 속에서. 4미터가 넘는 키에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잡힌 다리, 프록코트 차림의 거인 유령이 그렇게 등뒤에 서 있었다. 삶의 다른 순간에 만났더라면 끔찍하게 무서웠을 그 유령은 공허와 죽음에 빠져든 지금의 마티아스에게는 오히려 위로가 되는 듯하다.


그림자로 사람들의 조각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자학 박사 자이언트 잭은 긴 팔로 홑이불을 찢듯 자신의 거대한 그림자 한끝을 북 찢어 뻥 뚫린 ‘나’의 심장의 빈자리를, 마음속 공허를 채워준다. 그리고 “영원한 밤에 맞서 싸우기” 위한 처방전으로 책 세 권을 건넨다.


시청에 가서 사망신고를 하고, 묘지 자리를 정하고, 장례식을 위해 갖가지 용품들을 장만한다. 마티아스는 엄마의 장례 준비를 위해 깊은 슬픔 속에서도 자기 몫을 꿋꿋이 해나가고 지금까지 삶이 흘러온 대로 조금씩 일상의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상실의 고통을 견디는 모든 순간마다 자이언트 잭은 마티아스의 곁을 지킨다. 그리고 한밤중 오롯이 혼자가 되는 순간이 되면, 마티아스는 거인 유령이 처방해준 책들을 읽으며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마티아스는 영원한 밤의 세상으로 가버린 엄마를 찾아 ‘죽은 자들의 나라’로 떠난다. 북극처럼 춥고, 그림자 문을 통해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그 환상의 세상에서 밤의 또다른 얼굴을 마주하고,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모습의 유령들을 만난다. 그리고 자이언트 잭과 함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모험을 통해 죽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한 심장과 강한 마음을 얻어 깊은 슬픔을 딛고 다시 일상을 회복해나간다.



작가 마티아스 말지외 소개


1974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유명 록밴드 ‘디오니소스’의 보컬리스트로 잘 알려졌으며, 2003년 소설집 『유령들과 함께한 38 미니 웨스턴』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2005년 첫 장편소설 『이제 엄마에겐 언제나 밤이겠군요』를 출간, 평단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소설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2007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심장의 시계장치』는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22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음악 활동을 위한 작곡과 소설 창작 사이에서 영감을 주고받으며 『하늘 가장자리에서의 변신』 『가장 작은 키스』 『파자마를 입은 뱀파이어의 일기』 등을 출간했고,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의 연출, 시나리오, 주인공 목소리 연기, 영화음악 등 전방위에서 재능을 펼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