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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23)]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책을 읽읍시다 (923)]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제시 앤드루스 저 | 김보은 역 | 한스미디어 | 300쪽 |300쪽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5년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 수상 영화 원작 소설『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유쾌하지만 냉소적인 성격을 지닌 영화광 소년이 백혈병에 걸린 여자 친구를 돕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독특한 소설이다.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처럼 불치병에 걸린 10대 청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타의 작품과 달리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의 상처 받은 내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며 삶에 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그렉은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한 고등학생이다. 그는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고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 어느 것과도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 그와 가까운 친구이자 비밀스런 취미를 함께하는 얼은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괴짜 흑인 소년이다. 욕설이 빠지면 대화가 안 되고, 줄담배에 음주도 서슴지 않는다. 비주류 영화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의 대단한 팬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연출한 아마추어 영화를 비밀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들을 염려한 그렉의 어머니는 한때 알고 지냈던 레이첼과 친하게 지낼 것을 독려한다. 레이첼은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소녀다. 그렉은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레이첼의 집을 방문하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어색하지만 유별난 우정이 시작된다. 냉소적인 그렉과 활달하고 통통 튀는 성격이지만 병으로 위축된 레이첼은 차츰 서로 가까워진다. 그렉의 소개로 얼과 만난 레이첼은 그들이 만드는 영화에 큰 흥미를 보인다. 병세가 악화된 레이첼은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 신세를 지다가 더 이상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삶의 의지를 포기한 것 같은 레이첼에게 그렉은 안타까움에 화를 낸다.


자칭 영화감독인 그렉이 왜 이런 바보 같은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털어놓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그렉은 엿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만의 생존법은 모든 이들과 친한 척하며 거리를 두는 거였다고 고백한다. 그 중심에는 단짝이자 함께 영화를 만드는 동료인 얼과 백혈병에 걸린 소녀 레이첼이 있다. 엄마의 부탁으로 레이첼과 만나 말동무가 된 그렉은 시종일관 시큰둥한 어조로 독자를 향해 왜 이런 우울하고 형편없는 글을 읽고 있느냐며 자학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렉의 친구 얼은 결손가정에서 방치된 채 자란,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괴짜 아웃사이더이다. 레이첼은 불치병에 걸렸음에도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존재감을 발하는 인물이다. 작가는 좌충우돌하는 그렉과 친구들의 사연을 얼기설기 엮어가며, 대화를 시나리오처럼 묘사하거나 중간 중간 인서트 챕터를 끼워 넣는 식으로 그렉의 혼란스런 내면을 거칠게 기록한다.


죽음이라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일을 마주한 주인공의 마음속 풍경은 이 책을 읽어봤자 감동이나 교훈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자기비하적인 농담과 뒤틀린 말투로 묘사되며 묘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자의식 결핍 상태의 주인공이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보며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억지 눈물이나 감동을 유도하는 방식이 아닌 담담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전달하며 자기비판적인 소년의 순수한 감성과 성장을 드러낸다.



작가 제시 앤드루스 소개


소설가이자 뮤지션이다. 미국 펜실바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셴리 고등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여행 작가, 가이드, 유스호스텔 리셉셔니스트로 일했다.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 독일의 베를린,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 브루클린에서 산 적이 있다. 여자와 오 분 이상 뭔가를 해본 건 대학에 진학하고 난 이후이다. 첫 번째 소설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5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최근 두 번째 소설 『The Haters』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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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