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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55)] 시선

[책을 읽읍시다 (955)] 시선

김민준 저 | 프로젝트A | 264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계절에서 기다릴게』와 『니 생각』의 저자 김민준의 신간이다. 그간 발표했던 시, 에세이와 달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소설 속에는 20-30대로 보이는 네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은 녹록하지 않은 현실의 위기와 해묵은 상처들, 죽음의 그림자, 이별의 아픔을 제각기 끌어안고 씨름한다. 실제 20-30대로서 살아가는, 그들과 동일한 고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저자의 상상력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황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한참을 고뇌하던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아직도, 여전히, 세상은 우리를 위한 계절”이라고.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절실하게 끝을 희망하는 한 여자의 품 안에 낯선 일기장이 날아든다. 누가 그녀에게 그 일기장을 전달한 것일까? 그것은 간절하게 삶을 희망하는 한 남자의 일기장이었다. 'D-100'부터 시작된 그의 일기는 ‘D'가 ’Death'를 의미하기라도 하는 듯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 한 남자의 애틋한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과 외로움에 이끌려 그가 세상을 써 내려간 서체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남자의 삶을 향한, 사랑을 향한 진심에 노을처럼 물들기 시작하는데…. 과연 일기장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는 아직 살아 있을까?

 

만약 사람들의 한숨이 뿌연 먼지처럼 보이게 된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을 살게 되지 않을까? 마음으로 바라보자면, 우리는 이미 눈앞이 희미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때로 그림 같은 풍경을 스쳐 지나가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진심을 담은 ‘시선’으로 서로가 눈 마주친 시간은 얼마나 될까? 결국 버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흘러가고, 희뿌연 공허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간다.

 

김민준 작가 특유의 시적 표현들이 소설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시인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담은 문장들은 직접적인 애절함이 아닌 은유적인 애절함으로 독자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더불어 SNS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그림 작가 성립의 ‘선’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흰 여백마저 서정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그림은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생은 결국 한 편의 ‘시’이고, 삶이란 점과 점이 모여 만들어낸 ‘선’이 아닐까? ‘시’처럼 써 내려간 이야기들과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들로 네 남녀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시선』은 시와 소설, 그림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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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