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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66)] 나의 눈부신 친구

[책을 읽읍시다 (966)]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저 | 김지우 역 | 한길사 | 456쪽 | 14,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60녀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나폴리 4부작」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로,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인 두 사람은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들, 특히 자신만이 느끼는 은밀한 감정들을 묘사해냈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미권 독자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국 닐슨 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내 전체 소설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해외 번역 소설 판매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례적 현상을 이끈 주요 요인이 바로 ‘나폴리 4부작’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진정한 우정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없는 사람도 없지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두 주인공의 우정은 보편적이지만 특별하다. 페란테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 우정을 그린다.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지만 문장은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경제적 빈곤’과 ‘마피아’는 『나의 눈부신 친구』뿐만 아니라 ‘나폴리 4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다. 릴라와 레누가 자란 1950년대의 이탈리아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매우 가난했으며 ‘가난한’ 남부와 ‘부유한’ 북부의 경제 격차는 특히 심했다. 이에 정부는 ‘남부지역개발법’을 제정해 남부의 경제성장을 도모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가난한 남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한 건 마피아였고 나폴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피아는 행정력이 미비하던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절대 권력이자 질서였다. 마피아는 보통 ‘M’ 또는 ‘m’으로 쓰는데 ‘M’은 ‘국제 범죄 조직’으로서의 마피아를 의미하지만 ‘m’은 일종의 정신 체계, 즉 망탈리테(mentalite)를 뜻한다. 치안력과 행정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피아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조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의 눈부신 친구』속 상황처럼 마피아라는 존재가 나폴리인들의 평범한 삶에 매우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자신만이 느끼는 가장 은밀한 감정들은 담아둔 채 지낸다. 페란테는 바로 그 지점을 소설에 담는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단숨에 그들의 삶을 읽어 내려간다. 페란테가 ‘나폴리 4부작’이라는 자전 소설의 큰 얼개를 우정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페란테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페란테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사적인 근심들은 정치적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듯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우정은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고 얽혀 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등하고 선택하며 변화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일상은 모두 역사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다.

 

우정은 인생 최초의 갈등이자 연대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통해서만 세상은 바로 설 수 있다.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 물어볼 차례다.

 

 

작가 엘레나 페란테 소개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작가이자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지만, 그녀의 신상은 미스터리 그 자체이다.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일찍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져 있을 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언론의 인터뷰조차 아주 가끔 이메일로만 허락할 정도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은둔 작가이기에, 엘레나 페란테라는 필명 뒤에 분명히 다른 유명 작가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던 기자들이 열심히 파헤쳐 보았지만,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고 아직도 그녀의 존재는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남아 있다.

 

『홀로서기』(원제: I Giorni Dell'abbandono)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1년이 넘는 장기간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고 전 세계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솔직함으로 잘 풀어놓은 수작으로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의 영화로도 연출되어 제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하였다. 매번 이탈리아의 대중과 평단을 놀라게 하는 문제작을 내놓는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작가이자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지만, 그녀의 신상은 미스터리 그 자체이다.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일찍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져 있을 뿐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언론의 인터뷰조차 아주 가끔 이메일로만 허락할 정도로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은둔 작가이기에, 엘레나 페란테라는 필명 뒤에 분명히 다른 유명 작가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던 기자들이 열심히 파헤쳐 보았지만,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고 아직도 그녀의 존재는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남아 있다.

 

『홀로서기』(원제: I Giorni Dell'abbandono)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1년이 넘는 장기간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고 전 세계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솔직함으로 잘 풀어놓은 수작으로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의 영화로도 연출되어 제6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하였다.

 

매번 이탈리아의 대중과 평단을 놀라게 하는 문제작을 내놓는 그녀의 다른 작품으로는 『성가신 사랑』『라 프란투말리』 『어둠의 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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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