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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검찰총장 윤석열의 귀는 한쪽으로만 열린 것 같다

[칼럼] 검찰총장 윤석열의 귀는 한쪽으로만 열린 것 같다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검찰총장 윤석열이 11.17일에 소수의 일선 검사와 오찬 간담회를 가졌단다. 대검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사회적 약자를 피해자로 둔 사건, 이른바 ‘갑질’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들을 격려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적극 대응해 을(乙)의 지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정하게 형사법을 집행하는 것이 검찰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단다.

 

이 오찬회를 두고 조선일보는 “최근 검찰 내부망 댓글에서 봤듯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추미애 장관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란 말을 전했다(2020.11.18.). 이런 보도의 숨은 뜻은 추미애에 대해 검사들이 가진 반감이 검찰 내부망 댓글로 막 올라오고 있고, 윤석열은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검찰조직의 사도’로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풀 수 있겠다.

 

그런데 윤석열의 행보는 두 가지 모순을 지니고 있다. 첫째, 그가 말하는 갑질의 문화에서 정작 검찰조직 자체를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갑질의 온상이 사법계이며, 그래서 사법적폐를 해소하자고 온 세상이 벌집 쑤셔놓은 것 같이 떠들어도, 정작 해당 조직의 수장이 천연덕스레 너스레를 떨고 있다. 검찰조직 자체가 범하는 갑질은 쑥 빼고 검찰이 다른 이들이 행한 갑질을 수사할 때 공정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문을 하는 자신의 행위가 갑질의 극치라는 사실에 대한 반성조차 윤석열에게는 없다.

 

윤석열은 뼈속 깊이 자신과 검찰조직을 초법의 절대적 지위에 올려놓고 있다. 검찰이 갑질이나 비리를 행하지 않는 전능하고 무결한 심판자라고 자처하는 것이 그러하다. 아래로는 갑질하는 자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위로는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를 감시하려는 윤석열의 검찰 사단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자신을 제외한 여타 모든 존재를 을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윤석열의 측근 한동훈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자체(셀프) 판정하고 검언유착 비리에 연루된 자신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거부하고,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수사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조차 안 가르켜주는 행위도 정당한 자기 방어 행위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자신은 죄가 없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석열도 예외가 아니다. 전 법무장관 조국의 가족을 탈탈 터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을 정당하게 수사하는 것이나, 자신의 가족이 연루된 혐의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아무 일 없는 듯 자체(셀프) 판정하고 개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검찰은 초법적인 존재이다. 윤석열은 이 같은 행위가 검찰조직을 끼고 벌이는 ‘갑질’의 극치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행보의 두 번째 모순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갑질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공정하게 당부하는 자신의 부탁이 메아리 없는 헛소리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검찰조직이 자행하는 불공정과 비리는 윤석열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윤석열 개인의 명령이나 한두 번의 부탁으로 척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일제식민지, 독재정권 등을 거치면서 굳은살이 백일대로 백인 조직적 비리이다. 윤석열은 그 조직의 생리에 부응하는 한 나사일 뿐이다.

 

윤석열이 공정하게 해줄 것을 검사들에게 당부했다는 말은 오히려 그들 수사가 관행적으로 불공정하게 이루어져온 현실을 반증한다. 윤석열 자신도 그런 현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한 것이다.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왔다면, 구태어 그런 부탁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윤석열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부탁은 부탁에 그칠 뿐이고, 그 부탁이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저질러온 엉터리 수사 관행에 비추어보면, 윤석열이 부탁한다고 해서 검찰조직의 비리가 갑자기 쇄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취약자를 위한 갑질 수사를 공정하게 해달라고 검사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은 검찰의 불공정 수사관행을 스스로 감지하고 있다는 뜻일 뿐, 자신이 부탁이 효과가 있거나 없거나 하는 점에 대해서 윤석열은 관심도 책임감도 없다. ‘공정’의 부탁 말씀은 겉치레(코스프레) 포장으로 그저 말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만일 윤석열이 자신의 말 한마디로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관행이 공정한 것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마도 현실감각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얼간이에 다름 아니다. 정신 나간 이가 아니라면, 한 세기도 넘게 쌓여온 조직의 비리가 자신의 부탁 말씀 한마디로 고쳐질 수 있다고 믿거나 곧이듣거나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귀는 아무래도 한쪽으로만 열린 것 같다. 검찰 자신의 갑질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갑질은 정계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윗물이 흙탕이니 보편적인 사회 정서도 갑질로 흐르고, 하다못해 학교에서도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 갑질 행패는 그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여기에 검찰은 물론 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타자의 갑질에 대한 검사의 공정한 수사를 주문하기에 앞서, 갑질 행태 조장에 앞장서고 있는 검찰조직을 위시한 사법권력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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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