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을 개헌으로 바꿔야 한다
[시사타임즈 = 호남본사 전북본부 하병규 기자]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헌법을 제정한 이후 자유당 때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이승만 삼선개헌, 4.19혁명 후 내각제개헌, 5.16쿠데타 개헌, 박정희 삼선개헌, 유신개헌, 5.18개헌 그리고 6월 항쟁개헌 등 모두 아홉 차례 헌법이 고쳐진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준 개헌은 자유당이 쫓겨났던 1960년 내각제 개헌과 전두환 정권의 6.29항복 선언에 따른 이른바 ‘87개헌’ 단 두 번뿐이다. 나머지 일곱 차례는 모두 권력자의 자의에 따라서 누더기처럼 이리 깁고 저리 누빈 걸레개헌이었다. 그나마 4.19개헌은 1년도 못되어 5.16쿠데타로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했기에 헌법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오직 87개헌만이 정권교체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7명의 대통령이 이 헌법 하에서 탄생하는 장수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현행헌법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고 민주주의의 원리원칙을 충실히 실행해 나가는 훌륭한 헌법일까. 그러한 의도로 헌법을 고치긴 했지만 어느 때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87헌법’ 역시 오랜 세월 누려온 군사독재 세력이 온존한 가운데 시행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모순과 갈등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권력 속에는 호랑이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 번 권력을 쥔 세력들은 권력의 무서움을 모르고 마구 휘두르기에만 골몰했다. 권력 속에 호랑이처럼 무서운 게 있었다면 어느 누가 제 마음대로 나댈 수 있겠는가.
권력의 호랑이는 국민이어야 하는데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국민 알기를 헌신짝만큼이나 가볍게 여겼으니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둘러댔던 것이다. 그런 권력자를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라고 떠받드는 간신배들이 한없이 길게 늘어서 있으니 대통령은 그것을 국민의 뜻이라고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국민을 더욱 옥죄는 무서운 존재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모든 국민을 깔보고 얕잡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조국사태’로 터졌지만 아직도 대통령은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조국타령에만 골몰 중이다. 검찰개혁과 공수처만 설립되면 이 나라가 천국이라도 될 것처럼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
조국문제의 핵심은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인데 이를 파헤친 검찰을 향하여 지지 세력을 총동원하여 질타하고 있으니 앞뒤가 바뀐 게 아닐까. 검찰의 지나친 권력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만 놔두고 있다가 조국의 부정을 파헤치는 시점에 엉뚱하게 지지층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가는 형세다.
이 모든 일들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87개헌은 군사독재를 뿌리 뽑자고 만든 헌법인데 그 뒤 시행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오히려 대통령의 전횡(專橫)을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장치가 되어 있다. 그것은 이 헌법 하에서 대통령을 지낸 모든 인사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독재자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르다가 퇴임한 후에 불행의 뒤안길에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 것만으로도 증명되고 남는다. 자식들과 형제들이 호위호가하면서 부정부패의 앞장에 섰다가 모두 사법 처리되는 불행을 떠안았다. 대통령 자신도 감옥 아니면 죽음을 선택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빠짐없이 당대의 권력자들이 낭패의 늪에 빠진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수많은 정치평론가나 학자들은 이 사태를 제도적 하자(瑕疵)에서 찾는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허용해준 권력이 너무 크고 많다는 사실은 전직 대통령들의 잘못된 행태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우리는 ‘87헌법을 어느 때부터인지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으로 명명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새로운 헌법으로 고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개헌은 차기정권의 몫으로 넘기고 자신은 주어진 막강권력을 충분히 행사하고 떠났다. 불행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현 정권은 대선공약으로 개헌을 내걸었으며 제왕적 대통령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혜정권의 적폐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처럼 홍보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민간인 자문위원회까지 만들어 금방이라도 개헌을 단행한다고 큰 소리쳤다. 개헌 로드맵이 제시되어 모든 국민들이 환호했다. 물론 개헌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제왕노릇을 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삭제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모든 것은 하고자 하는 권력자의 뜻에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개헌특위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정세균이나 문희상이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제일성(第一聲)을 개헌으로 잡았지만 의장의 힘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아직도 계속되는 부정부패 불공정 등 민주주의를 좀먹는 권력의 농단이 계속되는 것은 살아있는 최고의 권력을 대통령제가 제약 없이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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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규 기자 abung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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