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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칼럼 ] 부끄럽고 창피한 줄도 모르는 정치인

[ 칼럼 ] 부끄럽고 창피한 줄도 모르는 정치인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세상을 올바르게 세워보자는 뜻이 있어서일 게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가 대히트를 치듯이 ‘정치를 아무나 하나’라는 말 속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숨어 있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손에 의해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길이 가장 빠르며 장관이나 차관 등 정무직에 임명되는 것도 정치입문으로 본다. 그러나 정치의 백미는 국회의원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정치판에 있었더라도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면 정치지망생이다.

 

초선이 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정치신인이다. 이것은 정치체제가 만들어준 어쩔 수 없는 절차여서 앙탈이나 발버둥으로는 통하지 않는 통과의례다. 이제는 폐지가 결정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중에는 10년, 20년을 파고들어도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문대학을 나와 머리 좋고 똑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시험만 보면 낙방거사가 된다. 합격자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대법관 뺨칠 만큼 법률지식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그는 항상 사법시험 준비생일 뿐이다. 시험 운을 탓해보지만 들판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번만 당선하면 나라를 위해서 큰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 똑똑한 사람인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면 정치지망생을 면하지 못한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선거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운 좋게 합격하거나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면 당장 ‘신분상승’으로 발돋움한다. 사법시험은 로스쿨로 대체되었지만 정치는 선거에서 이기는 길 뿐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지만 공천을 좌우하는 정당지도부 몇 사람의 측근이거나 막대한 공천헌금을 낸 사람들만이 혜택을 입었다.

 

따라서 모처럼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은 사생결단으로 재선을 노린다. 다선의원들도 그런 식으로 정치거물이 되었다. 이번에 탄핵으로 인해 대선이 앞당겨졌다. 허접쓰레기 같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허용한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 앞에 맥없이 물러나 감옥으로 집을 삼았다.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아줄 때에는 엄정한 원칙을 지켜 올바른 국정수행을 기대했는데 이를 배신하고 최여인의 치마폭에 휩싸인 채 막중한 국정이 농단되었기 때문에 촛불이 켜졌고 탄핵절차가 진행되었다.

 

당시 국회의석은 야당만으로는 3분의 2가 되지 못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원 중에서 이른바 비박계 의원들이 동조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박근혜를 둘러싸고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을 친박이라고 불렀고 그들 중에서 5명을 지칭하여 ‘친박오적’이라는 신용어도 출현했다. 이들은 반성할 줄 모르고 박근혜를 두둔했다. 촛불은 거세게 타올랐지만 친박들이 비박세력을 감싸 안으며 화합을 시도했다면 탄핵에 이르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권력만 믿는 친박의 오만과 타협거부로 당론분열은 봉합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결국 김무성과 유승민을 우두머리로 내세운 비박계는 야당의 탄핵안에 동조하게 되었고 국회는 이를 가결했다. 여기까지는 노무현 탄핵과 엇비슷하다. 야당의 발의에 여당일부가 동조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명암이 갈렸다. 노무현의 탄핵안은 기각되었지만 박근혜는 인용됨으로써 대통령 파면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사건이 발생했다. 탄핵안을 밀어붙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청문회 위원장을 맡은 김성태와 법사위원장 권성동 그리고 대변인 황영철이었다. 새누리당이 야당보다 더 억세게, 더 날카롭게 앞장섰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난 새누리당은 폐족이 되었다. 탄핵에 앞장선 비박의원들은 새누리당을 접수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집단 탈당하여 ‘바른정당’으로 새살림을 차렸다. 국민과 언론도 상당한 호감을 보였다. 기성정당에 발을 붙이지 못한 정치지망생들이 대거 몰렸다. 유승민과 남경필이 맞붙은 대선후보 경선도 제법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막상 대선후보로 나선 유승민은 주요정당 다섯 중에서 의석 6명인 정의당 심상정보다 뒤로 처졌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옷을 갈아입고 홍준표를 내세워 태극기부대의 여망에 호응했다. 특히 홍준표는 특유의 배짱과 저력으로 토론회를 석권하며 여론조사 2위 안철수를 뛰어 넘을 듯 활력이 넘친다. 다만 1위를 고수하는 문재인은 반문정서에 찍겠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이다.

 

선거 며칠을 앞두고 바른정당 13명의 의원이 성명을 내고 홍준표를 지지했다. 엊그제만 해도 친박소굴이요 국정농단의 하수인이라고 매도하던 자유한국당을 보수대연합이라는 명분으로 추켜세우며 그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더구나 탄핵 스타로 떠올랐던 김성태 권성동이 맨 앞에 서서 이를 주도했으니 정상으로 보기는 애초에 글렀다. 홍준표의 인기가 올라가고 유승민은 정체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백기를 들고 무릎 꿇은 모양새는 너무나 추잡하게 보인다. 인간이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면 개돼지나 뭐가 다르겠는가. 명예를 뒤로 한 정치인은 생명 끝이다.

 

주려 죽을지언정 구걸은 하지 말아야 도덕군자요 신사다. 때마침 석가탄일을 맞이하여 탐진치(貪瞋癡)의 경구를 새겨본다. 눈을 부릅뜨고 탄핵을 외치며 어리석음을 질타한 것이 한낱 권력을 탐한 사욕에 불과했단 말인가.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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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