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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중-북 관계 전망

[칼럼]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후 중-북 관계 전망

 


▲조현규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조현규 박사] 중-북 관계는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혈맹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의 6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 협의 과정을 통해 중-북 관계는 종전에 비해 긴밀도가 다소 약해졌지만, 양국간 ‘전통적 우호관계’는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한편, 1차(2018.6/싱가포르) 및 2차 북-미 정상회담(2019.2/하노이)을 전후하여, 김정은이 10개월 동안(2018.3~2019.1) 4차례나 방중하여 시진핑(習近平)과 회담하는 등 중-북은 현안에 함께 대비하는 밀착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북-중 관계 이상 조짐들, 특히 올해 6월 북-러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체결 및 10월의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인해 중-북 관계가 냉랭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중-북 관계 이상 징후들

 

올해만 해도 중-북 관계에 있어 이상 징후들이 다수 나타났다. 중국이 2018년 5월 김정은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시 시진핑과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되었던 ‘발자국 동판’이 3월에 제거되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최근 북경 주재 북한 외교관 자택을 수색하고, 북한으로 반입되는 대량의‘1호 물품’(김정은의 통치 선물, 사치품 등)을 압수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북한에게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귀국시킬 것을 요구했다. 올해 중-북 수교 75주년 ‘중-북 우호의 해’를 기념하여 양국 협력의 상징인 제2압록강대교(中朝鴨綠江大橋) 현판식을 거행하려 했으나, 최근 이 현판이 철거된 것은 명백한 이상 징후이며, 현 상황으로 볼 때 ‘중-북 우호의 해’폐막식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례들은 특히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과 더불어 중-북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북-러 조약 체결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중국의 속내

 

중국 외교부는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2024.11.9)한 데 대해 “북-러는 독립적 주권국가들로서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그들 자신의 일이다”(2024.11.12.)라고 밝힘으로서 북-러 밀착과는 거리를 두는 뉘앙스를 풍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0월 23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분쟁 확산을 막고 불에 기름을 끼얹어 적대감을 키우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사태를 조기에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파병이 제기된 직후 나온 발언으로서 북-러 밀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10월 18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국정원의 발표 후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사태의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10월 24일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국은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은 중국이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의 대규모 파병과 러시아의 동조에 대한 불만 및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아직까지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에서 볼 때 북-러의 전략적 밀착, 유럽·중동·한반도 안보 위기 등은 중국에게 매우 복잡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대규모 파병 등 북-러 전략적 밀착이 레드라인(red line)을 넘는 상황에서 중국의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중국을 제외시키는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 나아가 중국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불필요한 ‘차이나 낫싱’(China nothing)을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을 ‘유일한 혈맹’으로 여기던 북한이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본격화함으로써 중국의 우월했던 대북 레버리지(leverage)를 러시아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북-러 밀착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은근한 압박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이며, 중국은 현 상황을 좌시하기보다는 특히 러시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북 관계 전망

 

중국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국제정치학적, 전략적 가치 때문에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의 영향을 막아주는 중요한 완충지대(buffer zone)이다. 즉, ‘북한이라는 입술’이 사라지면 ‘중국이라는 이빨’이 시리게 되므로(脣亡齒寒) 비록 북한이 돌출 행보를 지속하더라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한편 구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능력과 대북 지원이 이전에 비해 쇠약해졌기 때문에, 북한은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현재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0%를 넘는다. 한마디로 중국이 북한을 먹여 살리고 있으며,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북한은 현실적으로 중국에 절대 의존하고 있지만 정치·외교·군사 부분 만큼은 중국에 예속, 종속되지 않고 자주적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2022년부터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의식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줄여나가자, 김정은은 어려운 국내 상황과 중국 일변도의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던 푸틴과 절묘한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최근 식별되고 있는 일련의 북-중 관계 이상 징후들은 이와 관련된 단기적, 표면적 사례들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불만이 있지만 중-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즉 향후 중-북 관계는 최근 일련의 이상 징후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전략적 이해관계 및 상호 필요성으로 인해 ‘전통적 우호관계’가 변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대신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시계추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중 관계 전망

 

올해 5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을 시작으로 한-중-일 정상회의, 한-중 외교안보대화, 한-중 외교전략 차관대화 등 고위급 소통이 이어졌고, 10월에는 반관반민의 1.5트랙 협의체인 제1차 한중우호미래포럼도 개최되었다. 또한 새로운 주중 한국대사와 주한 중국대사도 내정되었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11월 8일부터 한국여권 소지자에 대해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선포했고, 최근에는 무비자 체류기간을 30일로 연장했다. 11월 1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북한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반면 한국에게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 11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계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최근 한-중 교류 활성화와 북-중 관계 소원(疏遠) 상황에서 사드 사태 이후 침체된 한-중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 : 조현규 박사(신한대 특임교수,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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