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원내각제로 개헌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전북지부 취재본부장] 한국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큰 권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조선시대까지 모든 권한을 한 손에 쥔 임금이 나라를 다스려 왔지만, 그들 몇 명의 왕들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직 왕권의 강화만을 추구하며 하찮은 백성을 돌보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임명한 정승 판서들이 임금의 명령이나 지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 자리에서 파직을 하거나 감옥에 가두기를 빈번하게 했다. 왕의 권력은 누구도 거스리지 못하는 절대적 권한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그나마 일본의 침략으로 36년의 기나긴 세월을 식민지로 전락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겨우 공화국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미군정 3년 동안 한국은 임시정부 김구 세력과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승만의 양진영으로 갈라졌지만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 새로운 정부의 권력을 손아귀에 쥐었다. 이 때가 한국의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새 나라를 건설하는데 수많은 인재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지만 그 기둥은 헌법이다. 헌법 기초위원으로 임명된 유진오는 시대의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순응하려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를 놓고 번민을 거듭했다. 대통령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왕조와 다름없다. 임시정부도 대통령제를 선택했다가 나중에 주석제로 바꾸고 내각의 권한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유진오는 왕조의 폐해를 잘 알고 새 나라는 국민이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헌법 초안에 내각책임제로 권력의 기둥을 세웠다. 많은 기초위원들의 동의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당시 차기 권력자는 이승만이라고 알려져 있었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실세였다. 당연히 헌법 초안은 이승만의 내락이 필요했다. 이승만은 오랜 세월 미국에서 공부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대통령제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히 아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임시정부에서도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다가 상해 정부에 머물지 않고 미국에서 귀임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받은 사연도 있다. 이승만은 유진오의 헌법 초안을 뿌리쳤다.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중심제로 고치라는 명령이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탄생하면서 과거의 조선왕조와 똑같은 한 사람의 독점적 권력자가 지배하는 정치체제로 돌아간 것이다. 이승만은 제헌 국회에서 한민당의 도움을 받아 간접선거에 의한 대통령으로 당선하였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대통령과 달리 오직 자기 자신의 뜻대로 정치를 요리했으며 자기를 지원했던 한민당을 버리고 자유당을 창당하여 대통령 선거제를 간접선거에서 국민직선제로 바꾸고 삼선금지 조항을 없애고 영구집권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소불위의 왕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부정선거로 4선을 했지만 4.19혁명으로 쫓겨났다.
지금 우리는 ‘87체제 이후 8명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3인이 탄핵에 걸렸다. 이번에도 윤석열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또 한 번의 비극이 연출되었다. 그동안 수없이 논의 되었던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다. 이를 바꿔야된다는 목소리는 대선 때마다 약속한 사항이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깜깜무소식이다. 과거의 왕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헌재에서 윤석열탄핵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후보군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제는 국회가 스스로 나서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로 개헌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정치인이나 국민이나 모두 알면서도 이를 바꾸지 못하면 우리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전북지부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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