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사는 신뢰를 받는데 이바지 해야한다
[시사타임즈 = 김동진 호남지사 대표] 의과대학생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윤석열 정부는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건 의사에 대해서는 누구나 존경을 표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맹목적인 경의 표시다.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도 어쩌다가 한두 사람 있을지 몰라도 내 생각으로는 100%의 사람들이 작게 든 크게 든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환자가 기댈 곳은 병원뿐이다. 병원에는 근엄한 표정의 의사선생님과 싹싹한 간호사님이 언제나 있다. 아픈 사람은 의사만 만나도 자기 아픈 것을 잊어버리고 “여기 오니까 아프지가 않네요” 하면서 다시 돌아가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의사에 대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신뢰감은 이렇게 크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의사들은 이처럼 든든한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서울시내 어지간한 동네마다 병원 간판이 내걸려 있다. 지하철 출입구 근처 빌딩은 온통 각종 진료과목을 내건 병원으로 가득하다. 이번 사태 때문에 크게 부각된 빅5라는 서울의 대학병원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 규모가 방대하다.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가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실 병원의 주인공은 환자다. 환자가 없는 의사와 간호사는 상상할 수도 없다. 이들이 삼위일체를 이뤄야만 치료도 빠르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중의 가장 중요한 부서인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전공의 80%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태가 난 이후 큰 병원에 매일같이 자녀를 데리고 치료를 다니는 내 입장에서는 이해 할 수없는 아니러니한 일이라 생각된다, 수많은 응급 수술 환자까지 날짜가 잡혔던 것이 무산되어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 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의사들만이 수술 예정 환자들의 증세를 가장 잘 안다. 시각을 다투는 환자도 많다. 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의사 밖에 없다. 의사가 없는 병원에 많은 돈을 주고 갈 환자는 없다.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병원에 가는데 이제는 덩그러니 입원실 침대만 지켜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으니 그들의 두려운 마음을 단 한번이라도 천착(穿鑿)해 봤는가. 환자는 사회적 약자다. 돈이 없거나, 지식이 모자라거나, 벼슬이 높지 않아서가 아니다. 천하에 이름을 떨친 인물이라도 한 번 아파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면 오직 의사만을 의지하게 된다. 의사가 지시하는 일이라면 부모님 말씀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고 지키게 된다. 당장 아픈데 장사가 따로 없기에 의사의 존재가 너무나 귀중하고 그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의대생 증원은 오래 전부터 나왔던 얘기다. 코로나가 막 번졌을 때 400명 의대생 증원이 나왔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의사들의 사보타지로 정부가 백지를 든 사례가 있다. 코로나 때문에 당장 의료진이 시급하니까 그랬다고 하지만 의사협회는 이 때 정부를 잠들게 하는 수면제를 처방하는 방안을 알았다.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어 한 군데로 모으는 방법부터 그 때와 똑같다. 어떤 직업을 막론하고 같은 직업군상 간에는 은근한 경쟁을 해야 된다는 부담을 안는다. 이 경쟁 때문에 서비스가 좋아지고 기술이 향상되어 오히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이 트인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대생이 증원되면 병원이 너무 많아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교수로 호칭하는 관례도 있다. 사회적으로 그만큼 존경한다는 의미일 것으로 생각하여 기꺼이 동참하는 게 일반서민이다. 병원이 남발될 것을 걱정하겠지만 아무리 병원이 많아도 노력하고 연구하는 의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많은 신뢰를 받는데 이바지한다. 정부에서는 새로이 가운을 입는 의사들을 지역의무복무제 등으로 구분하여 의사협회의 지나친 기우(杞憂)를 덜어주는 등 만반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동진 호남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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