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체코의 진정한 영웅,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
[시사타임즈 =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 올림픽을 한 달 여 앞두고, 곧 있을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올림픽 마라톤에는 믿기 힘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에밀 자토펙(체코, 1922-2000)이다.
그의 별명은 '달리는 인간 기관차'였다. 세계적인 육상 영웅 자토펙의 올림픽 기록은 다음과 같다.
▪1948년 런던 올림픽
- 10000m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
- 5천m에서 은메달을 획득
▪4년 뒤인 1952년 헬싱키 올림픽 3관왕
- 5000m 금메달
- 10000m 금메달
- 마라톤 금메달
3관왕이라는 타이틀도 대단하지만 그는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마라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라톤 금메달 보유자가 다른 종목에서 우승한 경우는 현재까지 자토펙이 유일하다. 그리하여 운동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1956년 맬버른 올림픽 마라톤에 한 번 더 출전 후 2년 뒤인 1968년 은퇴해 선수 생활을 마쳤다.
선수 생활 17년 동안 그는 총 18번의 각종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늘날 자토펙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육상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이기고 싶다면 100m를 달리고, 뭔가 특별한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톤을 해라' 등 마라톤과 관련된 명언들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자칫 어려서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운동선수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토펙은 1922년 9월 체코의 북부 모라비아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에 열중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19세의 나이에 일찍이 공장에 취직했다. 어느 날 공장의 운동 감독이 자토펙을 포함한 4명의 직공을 운동장으로 불러냈다.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 자토펙은 거절했으나 감독의 끈질긴 구애 끝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니 운동을 시작한 나이도 지금으로 따지면 성인이 된 이후인 것이다.
이후 그는 직업 군인 신분으로 군대에서도 할 수 있는 훈련법을 직접 개발해 훈련에 임한다. 이를 테면 군대용 긴 가죽 장화와 방독면 등 완전 군장을 하고 달리는 것이다. 이로써 다리에 힘을 키웠다. 또, 높은 강도의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넣어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했다. 이 훈련법은 당시 그가 고안해 낸 것으로 심폐기능 강화와 최대 산소 섭취량 향상 등 스피드와 지구력을 기를 수 있어 마라톤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사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조금 유별난 면이 있었다. 올림픽 경기 도중 뒤쳐지는 선수들 곁으로 다가가 격려를 하는 등 마라톤에서는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일들을 하곤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괴짜 중에 괴짜, 이른바 '선한 괴짜'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토펙의 아내도 올림픽 신기록 우승자라는 것이다. 자토펙이 헬싱키 올림픽 5000m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몇 분 후 부인 다나 자토프코바도 투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에밀 자토펙은 유니폼을 벗을 여유도 없이 부인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부부가 동시에 금메달을 딴 일이었다.
또 자토펙은 올림픽 영웅이자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체코는 소련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자토펙은 1968년 육군 대령의 신분으로 소련의 지배에 항의한 프라하 자유화의 선봉에 섰고 이로 인해 숙청당한다. 이후 쓰레기 청소부를 자청해 거리로 나서 조국의 아픔을 몸소 견뎌냈다.
그는 2000년 12월 6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는 체코 국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식에는 체코 국가와 자토펙의 고향 민요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추모 인파가 모여 슬픔과 애도의 눈물을 흘리며 영웅이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글 :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
前 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1984년 LA 올림픽 마라톤 출전)
前 MBC ESPN 마라톤 해설위원
現 전남 함평중학교 교사
現 제주 MBC 마라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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