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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라한 왕과 왕비: 공직자도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

[칼럼] 초라한 왕과 왕비: 공직자도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

진중권은 김혜경의 사적 영역을 도지사 부인 나부랭이의 갑질로 매도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김혜경도 직접 수퍼 간다

진중권의 부동시(不同視) 검찰총장 가족 황제 의전 의혹은 보지 못한다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진중권이 <시사끝장, 대한민국 촌철살인 저널리즘 토크쇼>에 출연하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그 부인 김혜경에 대해 언급했다. “김혜경 과잉 의전 감싸는 민주당이 조국 사태 시즌(차례) 2’ 만든 꼴이라는 것이다. 

 

진중권에 따르면, “소년공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이재명 부부가 서민인 척(코스프레) 해왔는데, 실상은 달랐다”, “왕비같이 공직자에게 각종 집안일, 집안 세탁, 심지어 (7급 공무원) 냉장고 정리까지 시키고”, “도지사 나부랭이가, 또 도지사도 아니고 부인이 이따위 갑질을 했다”, “샌드위치, 소고기, 과일, 심지어 제사상까지 봐줬다”, “아들 병원수속도 해주고 관용차로 데려왔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직접 수퍼 앞에 서있는 걸 사람들이 보는데, 김혜경은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었다“, ”과잉의전도 아니다. 도지사 부인에게는 의전을 할 필요 자체가 없다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진중권의 이 같은 말에는 무리수가 있다. 이른바 과잉의전에 등장하는 이가 딱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김혜경이 왕비같이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었다고 했으나, 무슨 왕비가 딱 친구 한 사람만 데리고 있나? 김혜경이 왕비같이 공적으로 의전을 베풀어 받은 것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려면, 배 씨 이외의 다른 사람도 상습적으로 부려먹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집중적으로 한 사람과만 대화한 것을 두고 일반 공직자에 대한 김혜경의 월권이라고 확대 해석하기가 어렵다. 신분을 떠나서 사적인 감정이 개재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5급 공무원 배 씨와 7(8)급 공무원 A . 이 두 사람은 늘공(늘 공무원,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어공(어쩌다 공무원, 별정직)이란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별정직으로 임명되었고, 이재명이 사직하면서 같이 퇴직했다. 김혜경은 원래 배 씨와 친분이 있었고, A 씨는 배 씨가 추천해서 임명되었단다. 이쯤 되면 김혜경과 배 씨 간의 대화는 도지사 부인과 공직자 간 공식적인 사무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사적인 사무나 감정이 개재한 것이 분명하다.

 

서로 친한 사이에 격 없이 오가는 말은 지시 복종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공적인 과잉의전으로 김혜경을 매도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배 씨 이외의 공직자에게도 번번이 혹은 상습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배 씨의 경우는 공적인지 사적 관계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지사 장남이 퇴원할 때 관용차를 이용했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두 번이라는 말이 없음으로, 현재로서 딱 한 번 이용했던 모양이다. 한 번 이용한 것을 두고 사적 용도에 관용차를 이용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웃긴다. 한두 번은 이재명 장남이 아니라, 아무 연고 없는 이도 태워줄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할 때는 그 어쩌다가 한 번이 아니라 빈번하게, 혹은 상습적이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진중권은 어떻게 그 장남이 퇴원하는 줄을 알아서 관용차가 왔겠냐? 어떻게 소고기 4(소량 단위)이 필요한 줄 알았고, 샌드위치 30여 개가 필요한 줄 알았겠냐, 텔레파시가 통하냐? 이 모든 것이 김혜경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란 취지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니 김혜경과 배 씨 사이에는 사적인 감정의 개입 없이, 오직 지시 복종 일변도로 이루어진 것으로만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진중권은 김혜경과 배 씨 간의 사적 유대를 완전히 뭉개고, 도지사 부인과 5급 공직자란 공식적 지위로 환원하려 한다. 인간의 주관적, 사적 유대와 감정을 싹 다 도려내 버리고, 진중권은 인정사정없이 김혜경과 배 씨의 관계를 오직 공적 관계에 놓인 객체로 환원했다. 그래야 매도하기 좋은 맷감이 되기 때문이다.

 

김혜경 측은 자기가 직접 시킨 적은 없고 해당 7급 공무원은 처음 인사 한번 한 적이 있을 뿐, 그 후로 본 적이 없다고 하고, 세탁이나 냉장고 정리를 시킨 적도 없다고 한다. 7급 공무원이 도지사 관저에서 한 일은 적어도 김혜경이 임석한 자리에서 김혜경의 지시를 받고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만일 그랬다면, 김혜경이 7급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는 말할 수가 없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7급 공무원 A 씨는 5급 공무원 배 씨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고, 김혜경이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었던 사실은 A 씨 자신의 증언에서도 묻어난다. A 씨는 배 씨가 김혜경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로 전화 녹취록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A 씨가 직접 김혜경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A 씨와 배 씨가 통화를 하는 중에, 배 씨가 어디서 온 전화를 받았는데, ‘사모님..’ 운운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A 씨는 그 사모님과 동일인일지 모르는 김혜경의 지시를 직접 받는 관계가 아니었다.

 

진중권은 김혜경의 사적 영역을 두고 도지사 부인 나부랭이가 갑질을 했다는 취지로 비하했다. 그리고 친한 이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사실이 있으나 A 씨의 개입은 알지 못한다는 김혜경의 사과를 새까만 거짓말로 비하했다. 도지사 부부에게 잘 보이려 과잉 충성했다는 취지의 배 씨의 입장 표명을 두고도, 김혜경을 매도하며 조폭의 생리에 비유했다. 조폭들이 원래 책임을 아래 사람들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진중권의 눈에는 이재명과 김혜경 부부만 조폭 같아 보이고, 윤석열과 그 처 김건희, 장모 최은순이 조폭 같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되어 김건희 및 최은순의 무죄 취지의 문서를 검찰이 만들어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윤석열은 자신의 측근 손준성이 한 행위에 대해 자신은 무관하다고 한 사실이 있다.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 이 같은 행위는 조폭의 행태가 아닌지 돌아보지 않는다. 김혜경의 말을 새까만 거짓말이라 여기는 진중권은 윤석열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진실이라 믿는 것이 분명하다.

 

그뿐 아니다. 진중권의 부동시(不同視)적 편견은 이번 대선토론에 대한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이 논리에 앞섰지만 분위기는 윤석열이 주도했다고 평가한 것이 그러하다. 그가 말하는 논리와 분위기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아무튼 진중권은 윤석열이 뭔가 잘한다고만 믿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대선토론 자리에서 윤석열이 사실 아닌 오류를 사실처럼 우기고 있는 사실도 진중권에게는 아무런 하자가 되지 않는 듯하다. 윤석열은 4자 토론 1차뿐 아니라 2차에서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겼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 브룩스가 사드 추가배치는 필요 없다고 한 사실이 있으나, 윤석열은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이 그러하다.

 

진중권은 대장동 문제에 대해서도 이재명이 대답을 못 했던 것으로 인식했다. 대답을 한 다음에 공격해야 하는데, 대답 안하고 바로 공격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니다. 이재명이 대답을 했으나, 그 대답이 진중권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피상적으로 흘려들었을 뿐인 것 같다. 오히려 이재명의 대답에 윤석열이 대답을 못한 것이다. 김만배가 내 카드면 윤석열이는 죽어라고 한 이유가 뭔지를 이재명이 질문했으나, 윤석열은 비실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서로 각축하다 보니, 선순환 작용도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를 계기로 모든 공적 기관 법인 카드 사용이 더 철저하게 관리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최근 법원에서는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관련하여 청와대 특활비 내용을 공개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윤석열 특활비는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법원에서 명령이 떨어졌는데, 현재까지 윤석열은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윤석열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진중권은, “윤석열은 털려고 해도 털 게 없어서, 그래서 가족을 턴 거 아니냐?”, “후보자 부인 검증하자던 김혜경 오히려 부메랑을 맞았다”, “좀 다른 게, 김건희는 결혼 전의 일이지만, 김혜경은 자기 남편의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라, 성격이 전혀 다르다 등의 발언도 했다.

 

놀라운 부동시이다. 진중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분명하다. 윤석열을 둘러싸고,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 혐의를 두고 세상이 떠들썩해도 진중권은 무풍지대에 있다. 그 처 김건희의 허위 학력 및 경력 기재는 윤석열과 혼인 후에도 이루어졌던 사실에 대해서도 그는 눈 감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하여 많은 이가 수사받고, 기소, 처벌되었으나, 김건희만 여전히 소환조차 응하지 않고 있고, 요양병원 국고 부정수급으로 관련자들이 처벌되었으나 윤석열의 장모만 무혐의 처분 혹은 무죄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윤석열의 무마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진중권에게는 윤석열이 털어도 나올 게 없는 이로 인식하고 있다. 진중권에게는 초라한 왕비 김혜경의 11만 원 소고기와 30여 개 샌드위치의 과잉의전이 있을 뿐, ‘검찰총장 가족 황제 의전 의혹은 전혀 안중에 없다.

 

뭐가 털어 나올 때까지 판다고 해서 지하수 업자란 별명이 윤석열에게 붙어도 진중권은 마이동풍이다. 오직 그의 부동시 눈에는 지하수 업자의 별명을 얻은 윤석열이 아니라 오히려 그 희생자 조국 및 그 가족이 비리 부패의 덩어리로 보일 뿐이다. 윤석열이 왜 조국을 원천봉쇄하려 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윤석열이 무속인을 찾아가서, 조국이 대통령 될 상()인가라고 물었다는 말이 회자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윤석열은 그런 거 묻는 게 뭐가 죄가 되냐?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A 씨가 작심하고 들러붙어서 휴대폰 대화를 녹음했고, 거기서 나온 것이 소고깃값 11만원, 샌드위치 30여개였다. 그것도 도시사 관저 2층에 집무실이 있어서, 거기서 가끔 모임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모임의 성격은 장소에 따라서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상습적이 아니라 일회성, 이것저것 다 해야 다섯 손가락 안팎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그것도 7달여 동안에. 진중권은 독일 메르켈 총리를 소환하여, 그녀는 직접 수퍼 간다고 했으나, 김혜경도 수퍼로 안 가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을 상습적으로 부려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고기 한 번 4팩 사들고 온 것만 믿고 있다가는 온 식구가 굶어 죽는다.

 

이재명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고, 김혜경이 대선 후에라도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윤석열만 태양같이 보이는 진중권의 눈에는 이들 사과의 말이 오로지 진실 없는 거짓말 변명으로만 듣길 뿐이다.

 

카드 사용 내역이 금액이나 맥락으로 보나 좀 부실하다 싶었던지, 근일 또 다른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법인카드 내역을 투명하게 다 공개하는데, 그 공개된 내역을 조사하여 수상한 점을 지적해내는 일이다. 도지사 혼자서 17번을 다 먹을 수가 없을 텐데, 하루에 오찬 9, 오후에 8번 결재를 했다든가, 이재명이 외국 출장을 갔을 때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용이 1500만원 정도가 된다든가 하는 것 등이다.

 

법인카드 사용은 반드시 도지사가 임석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도지사가 모든 회의에 다 참석할 수가 없다. 도청의 일로 모이면, 법인카드로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오전에 한 가지 일만 의논하라는 법도 없다. 때에 따라서는 여러 사안을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투명하게 공개된 카드 사용의 회수가 아니라, 그 보고된 회의가 허위로 기재된 것인지 하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도지사가 해외에 나가서 공석이라고 해서 도청 업무가 정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경우는 도지사직을 대리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경비는 도지사의 결석 여부와 무관하게 지출되어야 한다. 카드 사용 내역을 두고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이는 도청 업무에 대한 정당한 감시가 아니라 업무 자체를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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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