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탄핵은 분열·갈등을 끝내라는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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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참 지지리도 못난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한 때 어머니의 자리를 이어 퍼스트레이디까지 했던 사람이어서 국민 모두 지도자수업을 제대로 받은 것으로 착각했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박근혜가 딱 그랬다.
국회에 진출한 이후 당대표가 되어 총선과 지방선거를 지휘할 때만 해도 그는 여왕이었다. 박근혜의 대중연설은 웅변도 아니고 강연도 아니다. 억양도 없고 고저도 없다. 그저 초등학생 국어책 읽기나 다름없다. 또박또박 연설문을 감동 없는 목소리로 읽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보다 더 큰 웅변은 없다. 한 소절 한 소절 끝날 때마다 청중은 열광적인 환호성과 박수를 보낸다. 별로 설득력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연설임에도 불구하고 청중의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한마디로 선거의 여왕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었으며 그가 가는 곳마다 승리의 팡파르가 울렸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뽑혔다. 200년이 넘는 대통령선거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여성대통령은 배출하지 못했는데 아직 초년생인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의회제도와 대통령제가 일천한 아시아권에서 여성대통령이 많이 나온 것은 좀 이례적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선두를 이뤘으며 현재 대만에서도 여성총통이 집권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도 아웅산 수지가 사실상 대통령이나 진배없다.
이들이 대통령이 된 것은 본인의 능력과 실력보다는 대부분 부친의 유덕 또는 남편 덕분에 국민의 추앙을 받게 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처음 대통령에 오를 때에는 누구보다도 큰 인기를 얻고 지지를 받았으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마무리가 신통치 못한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역시 그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박근혜는 취임 초 70%에 육박하는 국민지지도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겨우 5%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최순실게이트 때문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최순실과 박근혜의 인연은 최태민이 연결고리다. 40년 세월에 걸친 친교다. 박근혜는 취임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겪었던 친인척비리에 대한 철저한 차단을 진두지휘했다. 그에게는 근영과 지만 두 동생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들을 단 한 번도 청와대에 초치하여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나눴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북한의 김정은은 3대 세습 지도자로 떠받들어지면서 언제 외부의 힘에 밀려 떨려날지 불안한 입장이지만 박근혜는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고 대통령에 취임한 처지다.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김정은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친동생들을 적어도 명절이나 제삿날에는 불러봤어야 옳다. 친인척비리를 차단한답시고 사랑하는 동생들조차 멀리한 박근혜가 남몰래 최순실을 불러 온갖 잔심부름을 시킨 것은 권력의 생리상 최순실에게 가장 큰 권력을 안겨줬다.
자유당시절 가장 인기있는 신문만화가 고바우영감이었다. 그 때는 경무대(현 청와대)에도 수세식변소가 없던 때였든가? 똥지게를 지고 거들먹거리고 가는 사람에게 고관대작이 절절매는 풍자만화가 장안의 지가를 올렸다. 권력기관에서 미천한 일을 하고 있어도 스스로 알아서 기는 풍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한낱 강남아줌마에 불과한 최순실이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게는 때 아닌 권력과 금력의 꽃이 피었다. 탄핵사유 중의 가장 큰 것이 최순실에게 이권을 안겨준 것이다. 권력남용, 비밀준수 이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탄핵사유가 모두 최순실과 관련된 것이어서 국민의 분노는 더 크다.
초막에 살고 있어도 그가 천하의 인재라면 찾아가 예우를 다하여 모셔야 한다. 제갈공명은 유비의 간청을 뿌리치다가 세 번을 찾아오자 군사(軍師)를 응낙한다. 유명한 삼고초려다. 최순실의 재능이 얼마나 컸기에 비선실세로 키웠는지 몰라도 객관적인 정황으로는 그런 것 같지 않다. ‘깜’도 되지 못하는 사람을 출입증도 없이 불러 만나면서 정작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를 받아야 할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1년 내내 문서로만 오고갔으니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었겠는가.
탄핵이유는 차기 대선에 나선 이들에게 반면교사다. 5월9일 대선에서는 누가 당선될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은 박근혜의 뒤를 따라 소멸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국회의원이 있지만 탄핵을 주도한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이 그나마 살길이다. 원래 한 솥 밥 식구니까. 친박을 제외하면 다시 대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다만 야권에 대항할 마땅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국민의당은 손학규 안철수가 경선룰에 합의하고 단합하겠다하니 총선 때의 기백을 살려 권토중래를 노릴 만하다. 가장 주목받는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과 안희정의 앞뒤 다툼이 치열하다. 문재인은 대세론을 굳게 믿고 있지만 반문, 비문세력이 비토그룹을 형성하고 안희정 띄우기에 바쁘다. 안희정의 중도 진보정책이 중도보수에게 먹혀들고 있어 결선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숨은 여론도 만만찮다. 71년 신민당 김영삼과 김대중은 결선에서 대세론을 누른 김대중이 승리한 예도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간에 이제는 민족의 단합이 절대로 필요하다.
분열과 갈등은 나라를 망치는 요체다. 탄핵은 이를 끝내라는 준엄한 하늘의 명령임을 한 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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