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보도팀]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정숙)가 올해 이슈가 되었던 ‘2014 여성 8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 ‘2014 여성 8대 뉴스’ 전문
1. 여성발전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재탄생
5월2일 「여성발전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995년 제정 이래 19년 동안 여성정책을 아우르던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됐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여성에 대한 발전론적, 시혜적 접근을 통한 개인적 남녀차별해소에 집중했다면, 새롭게 탄생한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과 남성의 권리와 책임을 함께 규정하며 사회구조적 차별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개정법에는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각종조치를 신설하고,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권한을 대폭 확대시킴으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양성평등 실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가치와 권한을 인정받을 수 있는 양성평등한 사회조성을 위해 법·제도 개선이 절실했던 차에 이번 「양성평등기본법」의 탄생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양성평등 수준을 고려할 때 기본법에 정책의 잠재적 수혜자를 ‘여성’으로 설정하지 않아 여성정책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고, 기본법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자칫 유명무실한 선언적 조항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한 후속조치와 관련 개별법과의 연계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이었던 신경림 국회의원과 함께 본 기본법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거듭하며 의견을 제시하였고, 앞으로도 「양성평등기본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관심과 제언을 계속할 것이다.
2. 여성후보들이 약진한 6.4 지방선거
대한민국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월 4일 실시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여성후보자는 전체 후보자의 20.69%를 차지했고, 선거 결과 여성 당선인은 기초자치단체장 9명(4.0%), 광역의회 의원 113명(14.3%) 기초의회 의원 732명(25.3%)으로 나타났으며, 지방교육자치선거(교육감 및 교육의원) 후보자를 제외한 총 3,929명의 당선인 가운데 여성이 854명으로 21.74%를 차지하였다. 2010년 지방선거 결과에 비하면, 당선자수가 109명 증가하였고 비율도 2.9% 증가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여성후보 40명 중 9명이 당선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여성 기초자치단체장이 탄생했다.
야당합당과 공천제 폐지논란, 세월호 침몰사건 등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이번 6.4지방선거에서 그나마 여성들은 선전한 편이다. 하지만 시·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가 전무했던 점과 71명의 교육감 후보 중 단 2명에 불과했던 여성후보가 한명도 당선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3월 대한민국 여성계와 총 연대하여 지역구 여성후보자 공천할당 확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나 선거에 임해서는 연대를 이루어낼 수 없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를 위한 '남녀동수 정치참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색과 정파를 초월한 보다 적극적인 여성계의 결집과 세력화가 필요할 것이다.
3. 국제사회가 주목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6월 20일 일본 정부는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던 고노 담화[河野 談話]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른바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여야정치권은 즉각적으로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국회는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리와 인식을 같이하여 유엔과 국제사회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며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 HRC,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위안부(comfort women)를 지칭할 때 ‘강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란 직접적 표현을 쓰도록 권고했고, 나비 필레이 당시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면서까지 일본정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본 정부가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규탄하며 피해자들의 권리 침해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처벌하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피해 당사국이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한 네덜란드, 호주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무력분쟁 하의 성폭력 문제로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며 반드시 청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4.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권력형 성범죄
9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 비정규직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 재직 당시 몇몇 중소기업 대표들과 중앙회 간부들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상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이틀 앞두고 사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한 10월에는 육군 17사단 사단장이 부하인 여군 부사관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사상초유의 사건과, 현직 육군 중령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되면서 군대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질타가 고조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울대 교수가 여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협의로 구속되었고, 고려대와 중앙대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교수들의 제자를 상대로 한 성추행 혐의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가해자 처벌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윤리적 기강이 바로서야 할 군대, 학교, 공공기관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갑·을관계’를 빌미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의 백태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권력형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감내해야할 고통이 너무나 크고, 설혹 알려지더라도 조직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처벌 또한 제 식구 감싸기나 솜방망이식이어서 범죄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더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방침이 마련되어야 하고 성역 없는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정부는 특히 권력형 성범죄에 대하여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을 지켜 국민에게 성폭력 근절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5. 17세 파키스탄 소녀,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
올해 노벨평화상은 역대 최연소로 파키스탄의 17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수상했다.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를 전 세계에 외친 말랄라는 여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파키스탄 탈레반 점령지역에 살면서 11세이던 2009년부터 영국 BBC방송 블로그에 익명으로 탈레반 점령지의 억압적 일상과 소녀들이 학교에 가야하는 이유를 글로 올렸고, BBC와 뉴욕타임스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며 여성 교육 차별이라는 사안을 이슈화했다.
말랄라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보복으로 탈레반은 2012년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그녀에게 총격을 가했고 총탄이 말랄라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중상을 입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파키스탄의 여성교육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파키스탄 내에서는 200만 명이 서명하는 여성 교육권 운동이 일어나 교육권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13년 7월 12일, 16세 어린 소녀가 유엔 연단에 서서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과 교육권에 대한 연설을 마쳤을 때 전 세계는 그녀의 용기와 소신에 박수를 보냈고, 유엔은 이 날을 ‘말랄라의 날’로 정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마랄라는 계속되는 탈레반의 살해위협에도 불구하고 어린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인권을 위한 용감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6.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 발표
정부는 2월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출산과 육아로 30대 이후 급격히 하락하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신, 출산, 보육 문제를 사회가 분담하고,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며,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마련된 종합대책이다.
통계청이 올해 11월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956만1천명) 중 비취업여성(389만4천명)이 41%를 차지했으며, 비취업여성의 55%가 경력단절여성(213만9천명)이었다. 즉, 기혼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경력단절여성인 셈이다. 경력단절여성 중에는 30대가 52.2%로 가장 많았고, 경력단절의 사유가 육아(35.9%), 결혼(35.8%), 임신·출산(25.3%)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를 위해서는 경력단절을 맞게 될 청년 재직여성에게는 경력을 유지할 수 있고, 이미 경력단절 상태인 중·장년 여성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원방안이 강구되어야한다.
역대 정부가 여성의 경력유지를 위한 각종 정책과 지원방안을 고심해 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여성 고용의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7.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 수립
정부는 5월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0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의 국내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는 유엔 회원국들에 대해 △분쟁예방 및 분쟁 이후 평화구축 활동에 성인지 관점을 통합할 것 △분쟁해결 관련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참여를 확대할 것 △분쟁지역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할 것 △해외 파견 평화유지군에 대해 여성과 여아 보호 관련 특별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에는 예방, 참여, 보호, 구호·회복 등 4가지 분야의 총 10개 목표 △국제협력을 통한 성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 △국방·외교·통일 정책에 성인지 관점 도입 △개발원조를 통한 분쟁지역 여성 보호 및 자활 지원 등의 세부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성노예 제도였던 소위 ‘일본군 위안부’ 제도로 인해 심각한 여성 인권침해를 경험한 당사국이면서 현재 정전 협정 하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가 분쟁 시 여성을 보호하고 평화·안보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강화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1325호 국가행동계획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여성 인권과, 분쟁해결 및 평화구축 과정에 양성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기를 기대한다.
8. 아시아·태평양여성단체연합(FAWA) 제21차 서울총회 개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10월14~18일 서울에서 아‧태지역 25개 국가에서 참가한 여성지도자들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 800여명과 함께‘제21차 아시아·태평양여성단체연합 총회 및 국제심포지엄(The 21st FAWA Convention & International Symposium)’을 개최했다.
‘아·태 지역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의 역량강화(Empowering Women for Gender Equality in the Asia-Pacific Region)’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총회 및 국제심포지엄은 1995년 북경행동강령과 2000년 UN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된 이후 아·태지역 내 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진단하고 아·태지역 각국의 여성운동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향후 여성운동의 활동방향을 수립하는 자리였다.
국제심포지엄 중에는 아·태지역의 중요한 여성 이슈들 가운데 선정된 ‘여성폭력 근절’, ‘여성인권 증진’, ‘여성의 정치 참여확대’, ‘여성 고용률 제고’, ‘여성의 교육기회 확대’ 등 5개 부문의 주제별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이번 총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마지막 날 전체회의를 통해 결의문 형태의 ‘서울 선언(Seoul Declaration)’으로 채택되어 공표되었고, 이는 앞으로 2년간 아·태 여성운동의 지표가 될 것이다.
시사타임즈 보도팀(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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