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복지 세계 68위 ‘낙제 수준’
노인복지시설 운영비, 개인 ‘쌈짓돈’ 쓰는 곳 많아
종사자 퇴직적립금은 시설장 개인보험으로 변칙 가입
[시사타임즈 = 양동현 기자] 한국의 노익복지가 세계 91개국 중 67위로 낮은 수준으로 드러난 가운데, 노인복지시설의 운영실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복지수준, 91개국 중 소득은 90위·건강은 8위
최근 국제 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이 91개국의 노인복지수준을 수치화해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와치 지수 2013’(Global AgeWatch Index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91개국 중 69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헬프에이지는 “전 세계 노인들의 삶의 질과 복지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지수는 각국의 노인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분야를 크게 소득과 건강, 고용·교육, 사회적 자립·자유 등 4가지로 나눈 뒤 각 분야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100으로 놓고 평가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수는 100점 만점 중 39.9점으로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41.0)과 우크라이나(66위·40.2) 보다 낮고 도미니카공화국(68위·39.3)과 가나(69위·39.2) 보다는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외에 ▲건강 분야 8위(74.5) ▲고용·교육 분야 지수 19위(56.3) ▲사회적 자립·자유 분야는 35위(68.3) 였지만,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반영한 소득 분야 지수의 경우 8.7점에 불과해 91개국 중 90위가 돼 전체 순위가 낮아졌다. 소득지수가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아프가니스탄(2.1)이 유일했다.
특히 한국 노인복지 지수의 경우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선진국과 신흥시장 중심의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에도 바닥 수준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 한국은 33번째로 터키(전체 70위·38.1)를 간신히 제쳤다.
또 G20(사우디아라비아, EU 제외) 중에서도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터키, 인도네시아(71위·37.9), 인도(73위·35.0), 러시아(78위·30.8) 등 4개국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뛰어난 경제성장 수준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지수가 OECD 국가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최하위권인 점은 놀랍다”며 “이는 국민연금이 비교적 늦게 도입되는 등의 이유로 노인층 빈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인복지시설 운영 천태만상…횡령이 난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에 대한 복지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고지원금의 누수를 방지하고예산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국 노인복지시설 200곳을 대상으로 예산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조사결과 다수의 시설관계자들이 시설운영비를 개인목적으로 사용(횡령, 유용)하거나,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퇴직적립금을 대표나 시설장 명의로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에 변칙 가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노인복지시설장들은 종사자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하는 등「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사례가 많아 회계운영상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약 4주간에 걸쳐 전국 200여개 노인복지시설의 시설운영비 및 퇴직적립금 운용실태를 일제 점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공금을 개인 유흥비·생활비등으로 사용해= 충북 청주시 소재 모 노인복지시설의 대표는 최근 3년간공금에서 유흥주점 술값, 모텔비 등으로 약 1,700만원을 사용했고, 개인채무 변제 및 생활비 등에 약 1억5천만원을 사용하는 등 시설운영비를 횡령 또는 유용을 했다.
지난 수년동안 치매나 중풍으로 시설에서 요양중인 노인들에게 인근학교에서 급식 후 남은 음식을 얻어다가 아침, 저녁식사 등으로 제공해오다 국민권익위 조사팀에 적발된 것. 또한 이 시설의 대표자는 국민권익위 조사가 진행되자, 이미 퇴직한 요양보호사 4명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지급영수증을 꾸며 놓기도 했었다. 일부직원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무년수 1년이 완성되기 전 새로 근로계약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북 의성군 소재 모 노인복지시설의 대표(시설장)의 경우 사업관계자들의 접대를 위한 유흥비(가요주점 등), 병원치료비, 적금, 동영상강의, 홈쇼핑, 개인카드 결제, 백화점 물품 구매, 지인들과 식사비 등으로 약 2천 700여만원을 시설운영비에서 지출했다. 약 1억4천여만원의 현금을 인출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체 직원들의 급여로 지급하는 등 사적용도로 사용하고, 수천만원의 현금을 수시 인출하여 지인들과의 금전거래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 강릉시의 한 부부는 A와 B 2개의 요양시설을 운영하면서, 각 시설의 운영비 약 2억여원을 실질적 운영자인 남편의 개인통장에 수시 이체하여 채무변제 등의 목적으로 유용하거나 임의 보유하던 사실도 나타났다. 또 A시설의 비상근 대표인 남편이 월급명목으로 매월 약 160여만원씩 모두 3천여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과 전별금 목적으로 1백만원을 자의로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A시설의 운영비 통장에서 B시설 운영비 통장으로, B시설의 운영비 통장에서 A시설의 운영비 통장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이체하여 편의에 맞게 사용하는 등 시설회계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재무회계규칙을 수시로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 종사자 퇴직적립금, 타인 명의의 개인보장성 연금보험 가입하기도= 종사자 퇴직적립금을 종사자 개인 명의의 퇴직연금이 아닌 시설대표나 시설장 또는 지인 이름의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에 가입한 시설이 조사대상 200개중 60곳(30%)에 달했다.
2011년 9월에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 시정조치’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현재까지 상당수의 개인연금보험 가입·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익산시의 모 노인요양시설장은 종사자들의 퇴직금 적립목적으로 종사자로 근무하는 아들 명의의 ○○생명 개인보장성 연금보험을 가입하여 불입중이나, 현재 종사자(시설장 아들)가 요양시설에서 퇴사했는데도 계속 적립하여 운용중이며, 현재 총 누적 불입액이 약 4천 5백여 만원에 달했다.
충북 청주시의 모 노인요양시설의 경우는 종사자의 퇴직금 적립목적으로 ○○화재무배당연금보험을 가입하여 운용하다 중도해지하고, 법정 퇴직연금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도 해지 손실금 2,687,900원을 종사자 12명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킨 사실도 있었다.
이외에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하여, 종사자들과 임의대로 계약을 체결하여 매월 일정금액을 퇴직금으로 분할하여 소액지급 하는 일도 있었다. 퇴직금을 퇴직적립금이 아닌 일반운영비에서 지급하고, 퇴직적립금 목적으로 가입한 연금보험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기타 비상근 대표가 급여를 수령하는 사례가 적발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회계운영 부적정 사례도 있었다.
국민권익위는 “적발된 해당시설(장)의 경미한 위반내용은 행정처분 및 지도.감독과 제도개선이 수반되도록 관련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이중 중대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부패사건으로 접수하여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권익위는 복지급여나 복지사업 부정수급으로 인한 재정누수 사례에 적극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10월 중으로 범정부 차원의 ‘정부합동 복지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정부 민원대표전화 110’을 통해 복지 부정수급 신고상담을 할 계획이다.
양동현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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