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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인,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황인찬 시인,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시사타임즈 = 이종현 기자]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황인찬(36)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황인찬 (c)안예슬 (사진제공 =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 (c)시사타임즈

 

수상작은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문학동네 2023)이다.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의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상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10여 권의 시집을 추천했고, 이 가운데 1차 예심을 통해 7권의 시집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황인찬 시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사랑을 위한 되풀이』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황인찬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은유를 쓰지 않는 시’라는 고유의 시작법으로 일상적 제재를 단순하고 반복적이되 독특한 내적 형식을 획득한 탈서정시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마치 ‘자율주행의 시’처럼!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라는 말에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라고 받아치는 낯선 표현에서 보듯이 황인찬 시의 경우 더 이상 언어는 사실적 재현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듯 황인찬은 ‘비인간’(「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 존재가 되어 2010년 데뷔 이후 2010년대와 2020년대 시단을 관통하며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전작의 작품세계를 이으면서도 이미지와 감각을 통해 ‘비인류의 세계’(「발명」)을 발명하며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소수자의 사랑을 지키려는 시인의 태도에서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고 선언한 시인의 전언에 수긍하게 된다.

 

“가도 가도 사람뿐인 이 도시에서 잠시/ 없지만 따뜻한 마음과/ 없지만 작은 정원을 생각합시다”(「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라는 시인의 표현에는 어찌할 수 없는 체념과 그리움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시인의 응시는 「단속과 정복」, 「미래 빌리기」를 비롯해 ‘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들에서 소수자의 “사랑은 지옥”(「미래 빌리기」)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예리한 표현을 얻는다. 「단속과 정복」 속 “다들 부유하던 신도시 중학교를 다닐 때, 나 혼자 중소기업 교복을 입어서 나 혼자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군요// 날 때부터 머리가 갈색이었어요/ 원래 이랬어요// 선생님은 듣고 그냥 웃었다/ 지금도 경찰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덜컥 겁이 난다” 같은 표현에서 쉽게 가시지 않는 현실의 억압과 악몽이 드러난다.

 

평론가 전승민이 ‘해설’에서 “현실의 폭력은 시적 세계에서 재현됨으로써 다시 한번 현실이 된다”고 언급했듯이, 우리는 황인찬 시를 통해 2010년대, 2020년대 시인들 또한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와 목소리 그리고 감각을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황인찬의 경우 퀴어를 직접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퀴어한’ 텍스트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그리고 황인찬의 이와 같은 시작법은 2010년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시작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근원적인 마음자리에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시간을 나누고 함께 밥 먹고/ 또 때로 함께 잠드는 이것이 사랑이나니”(「공리가 나오는 영화」)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다양한 돌봄의 공동체에 대한 시민권이 존중되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시집에서 황인찬 시인은 자신의 ‘시적 스승’으로 보이는 선배 시인들에 대한 애도 및 오마주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편들을 여럿 썼다는 점이다. 전작 시집에 등장한 김종삼 시인 외에도 이번 시집에서 독자들은 이승훈 시인(「호프는 독일어지만 호프집은 한국어다」), 오규원 시인(「명경지수」), 김춘수 시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선배 시인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던 대로’ 살던 관성과 ‘하던 대로’ 하려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껏 경험한 소우주를 깨고 자발적으로 새로운 ‘배치’(Agencement)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물이나 현상 또는 환경과 시스템의 배치를 바꿈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2010년에 데뷔한 황인찬의 시는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와 감각의 배치를 바꾸는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다.

 

황인찬은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2022)에 수록한 에세이 「세 번 부정하기」에서 “나는 시인으로서 시를 쓰고, 또 때로는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할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서 지금 여기의 배치를 바꾸기 위해 ‘시인’의 일과 ‘시민’의 일을 사유하는 황인찬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황인찬 시인은 1988년 경기 안양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 27일 오후2시 천상병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시상식에는 고형렬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역대 수상 시인과 주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제6회 천상병 동심 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시 낭송 및 축하 공연이 다채롭게 진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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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