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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힐링 밀리터리 (5) ] 처음처럼

[ 힐링 밀리터리 (5) ] 처음처럼


 



안남기 목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안남기 목사] 매년 칠월 말이 되면 교단 후배 군종목사들의 전역과 임관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다. 몇 해 전, 전후방 각지에서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선후배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식사하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조금 일찍 모여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올해에는 군목단 총무의 사정으로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임관한 초임 군목들에게 칠 년간 임관을 준비하면서 군과 군사역에 대한 생각했던 것과 한 달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경험한 군종목사의 사역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그리고 사역 중에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는지 2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일곱 번의 예배 및 GOP 순회예배, 한 달여 사이에 세 건의 자살 사고가 있어 신고하자마자 자살 예방 교육으로 투입된 이야기, 한 달 동안 생활관에서 병사들과 동숙하고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 벌써 훈련병들에게 설교를 하고 세례를 베풀었던 이야기 등 ‘이야기를 시키지 않았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임 군목들의 이야기는 풍성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우리 후배들은 다르구나’하는 뿌듯함과 짧은 시간이지만 조리 있고 소신 있게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처음처럼’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의 첫 사역지는 강원도 포병연대였다. 주일 오전에 두 개 대대 교회와 연대 교회 예배, 저녁에 두 개 대대 교회를 순회하며 다섯 번의 예배를 드리며 사역했던 순수와 열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그러 나 옆 동료들의 GOP 사역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열쇠부대 GOP 연대로 이동하게 되었다. 나의 GOP 사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랑의 사절단’이다. 군종병, 의무병, 오바로크병과 함께 소초를 순회하며 인성 교육도 하고, 족구도 하고, 비디오도 보여 주고, 투입 전 기도도 하고, 야간에는 소초 방문도 하 면서 부대와 장병들과 함께하는 군종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은 선교라는 확신 속에서 했던 것이다. 병사들이 있는 곳에 군종목사가 함께 있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힘들고 지칠 때 목사인 나에게 다가와 찾아올 수 있다면 하는 숨은 사역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한 병사에게서 꾸깃 꾸깃 접혀 손 때 묻은 편지를 받았다.

 

안남기 목사님께! 저는 1중대 이병 OOO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목사님의 조언이 필요해서입니다. 목사님과 상담을 하고 싶지만 소대원들의 눈치가 보여 이 렇게 글로 적어 보냅니다. 어떻게 하면 목사님과 상담을 할 수 있습니까? 너무 힘들고 견딜 수 없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소대장, 부소대장 모르게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너무 급박해서 글씨가 지저분하지만 이해해 주실 것 이라 믿습니다.(99.6.23)

 

GOP 예배 중에 투입 전부터 상담하며 격려했던 한 병사의 쪽지의 내용이다.

 

주님 앞에 계속해서 눈물이 흐릅니다. 항상 말이 앞서는 제가 다른 말을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지켜봐 주십시오. 주님의 큰 군사가 되겠습니다. 주님은 제 안에 있었습니다.(99. 5. 29)

 

이들에게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나는 상담의 기술로 만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젊은 병사들을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겼던 그 첫 마음, 그것이 군종목사 사역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답답함과 슬픔을 안고 있는 병사가 자기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군복을 입고 있는 목사도 한 사람을 만나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존재의 의미와 사역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 내 사역지에서도 처음처럼 한 사람과의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글 : 안남기 목사(정보사령부 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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