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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KIDS 시장, ‘건강한 제품’으로 부모를 공략해야

[시사타임즈 = 강광일 기자] 嚴父慈母(엄부자모: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 등은 이제 옛말이다. ‘딸 바보, 아들 바보’와 같은 말이 오히려 요즘 젊은 부모들을 더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자녀에 대한 거리낌 없는 사랑의 표현은 자연스럽게 부부의 소비 결정에 있어 자녀를 그 중심에 두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더 똑똑한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은복 연구원은 “부모의 마음과 행동을 헤아리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건강한 소비를 이끄는 제품과 서비스가 부모와 그 자녀들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가 환영하거나 환영하지 않는 제품 따로있다?

 

부모들은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자녀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더 건강해지는 소비에 그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제품 및 서비스의 고유 기능 이외의 플러스 알파에 관심을 가지며, 그 플러스 알파가 ‘건강함’에 무게 중심이 실려있을 때 보다 부모의 눈길을 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소비를 찾는 부모들은 ‘무엇이 더 건강한가?’를 탐색하는 동시에, ‘무엇이 건강하지 않은가?’를 염두에 두고 행동에 반영한다. 따라서, 경험을 통해 자녀에게 건강하지 못한 소비라고 판단하거나, 정보 습득을 통해 소비에 위험성이 있다고 느껴지면 소비를 중단하기도 한다.

 

◇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 향상을 위한 소비패턴= 자녀의 건강한 신체 발달을 위한 친환경 먹거리, 의류, 가구 등에 대한 소비는 당연해지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장난감 및 게임에도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는 제품이 부모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2006년 온 몸을 활용하며 즐기는 닌텐도 Wii 열풍을 시작으로 SONY의 MOVE, MS의 Kinect가 출시되고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현재까지 전체 파이는 커졌다.

 

활동을 해야 즐거울 수 있는 장난감 자체의 성격에 더하여, 아이들의 안전까지 고려하여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도 있다. 2011~2012 미국 6세 이상 남자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제품으로 등극한 너프 블라스터가 그것이다. 너프는 2012년 100대 기업시민에서 23위에 오른 해즈브로에서 만든 장난감 총으로, 총알을 장전하고 쏘는 느낌이 역동적인 한편 총알은 스펀지로 되어 부상의 위험이 훨씬 적다. 비비탄총의 위험성은 예전부터 알려진 바라 어린이들에게 사주기 꺼려지는 상황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총싸움을 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아울러 소비를 통해 자녀가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느끼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부모의 투자도 지속적이다. 필립스가 2004년 처음 병원에 도입한 AEH(Ambient Experience for Healthcare) 의 증가는 그 한 예로 볼 수 있다. 대기실의 Kitten Scanner는 어린이가 의사가 되어 인형이 Scanner에 들어가 촬영하는 것을 미리 경험하게 하여, 영상 촬영이 크게 공포를 느낄 상황이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촬영 전에 비디오 프로젝션을 사용하여 설명을 해주고, 촬영실은 어린이 환자가 좋아하는 테마를 선택하게 하여 보다 친숙한 공간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AEH 도입을 통해, CT촬영 전 잠을 재워야 하는 3세 이하 유아의 수가 30~40% 줄고, 방사선 노출량도 25~50% 감소시켜 환자와 보호자의 꾸준한 호응을 얻었으며, 2011년 기준 전세계 260곳 이상의 병원이 AEH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형제 자매 없이 평일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어 변해가는 직장 환경에 따라 주말 가족 여행 산업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

 

2012년 3월 기준, 한 인터넷 여행 업체의 대관령 양떼 목장 둘러보기나 딸기 따기 체험 같은 국내 테마 여행 예약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하였다. 국내 항공사의 제주 주말 노선 티켓은 예약을 일찌감치 서둘러야 하고, 주말 가족 캠핑족도 증가 추세다. 국내 스포츠용품 생산업체 중 하나는 2012년 2월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150%, 3월은 300%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으며, 별도의 캠핑장을 운영하는 국내 특급 호텔들의 주말 예약률은 작년 동기간 대비 15%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2008년 700억 규모였던 국내 캠핑 시장은 올해 3,900억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모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매주 주말을 위해 부지런히 검색하며 계획을 세우는데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 지속적인 선택을 받지 못한 소비패턴= 90년대 말, 한국에 상륙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어린이를 겨냥했던 한국 최초의 패밀리 레스토랑인 Coco’s, 캐릭터 테마로 인기를 모았던 스누피 플레이스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현재 시장에서 사라졌다. 남아있는 T.G.I.F. 및 Outback Steak House 등의 주 고객층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보다는 대학생들로 변하였다.

 

왜 패밀리 레스토랑은 패밀리를 지키지 못했던 걸까? 2010년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던 시점에 업계 관련자들은 획일화된 음식과 서비스, 그리고 고가의 포지셔닝이 패밀리 레스토랑 몰락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서적 공감을 얻지 못해 생산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안전을 우려하여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중단된 사례는 버거킹의 포켓몬 장난감을 들 수 있다. 1999년 포켓몬이 어린이들의 가장 큰 화두였던 시절, 미국의 버거킹에서는 어린이 메뉴에 포켓몬 알을 넣어 팔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당시 신문 지면에 장난감이 떨어져 죄송하다는 광고를 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1999년 12월에 생산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장난감 알의 크기, 엄밀히 말하면 알을 반으로 갈랐을 때의 크기가 유아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을 유발하는 정확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정서를 생각하여 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경우로는 2002년 바비 인형 라인의 Happy Family Midge를 들 수 있다. 이 인형은 임산부를 컨셉으로 하여 아이가 들어가있는 배를 부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인형은 부모들로부터 청소년 임신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아 생산이 중단되었고, 인형이 속한 Happy Family Line 전체가 선반에서 사라졌다.




부모의 학습과 기업의 환경변화가 소비생활을 변화시킨다

 

자녀에게 정말 건강한 소비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경험이 가장 강력하지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경험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습득, 학습하고 있다.

 

2006년부터 방영된 육아 방송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고, 유사 컨텐츠인 ‘TV밥상 꾸러기 식사’가 2009년부터 방송되어 지속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건강한 소비를 추구하는 부모들이 학습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는 있지만, 아직 KIDS 소비환경은 개선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나아가 유아나 어린이 용품을 만드는 기업은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도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더 건강한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기존에 어른만을 생각해온 환경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은복 연구원은 “브랜드 바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품이 빠지기 마련이다”면서 “기업들이 부모의 마음과 행동을 헤아리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더 고민한다면 부모와 그 자녀들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더욱 건강한 KIDS 소비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강광일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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