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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64)] 초록털 고양이 포카

[책을 읽읍시다 (1464)] 초록털 고양이 포카

서지민 저 | 새움 | 344|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고양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평범해 보이는 고양이가 사실 사람보다 똑똑하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종잡을 수 없고,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우리 이웃의 외계 생명체. 만약 당신이 고양이와 함께라면 매일같이 물음표를 달고 살고 있을 것이다. 한껏 말린 꼬랑지처럼 존재 자체가 물음표인 고양이들. 친근해지는 만큼 의구심이 들고, 친해지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진다.

 

제주도에 사는 냥생’ 3년차 초록털 고양이 포카’. 평범한 고양이인 척하지만 어떤 신비한 이유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가 됐다. 뭉툭한 앞발로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옆집 사나운 개를 검색하기도 한다. 가끔은 꽁꽁 언 고등어를 온수에 녹여 먹기도 하고 인스타그램도 한다. 암고양이 써니와 우정인 듯 우정 아닌 사랑을 쌓으며 그녀의 배고픈 새끼냥들을 돌보며 지내던 어느 날, 포카는 고양이들의 천국인 냥섬에 대해 듣게 되고 안락했던 가족의 품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고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들의 알 수 없는 이상한 행동과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 책의 작가인 서지민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에 대한 깊은 사랑이 원동력이 되어, 초록털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초록털 고양이 포카가 나온 것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설마 작가가 고양이?’ 하는 황당한 의심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고양이들의 습성과 행동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관찰해내 마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소설 속 고양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말이 안 통하는 고양이들이 때때로 친구보다 혹은 애인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야기 곳곳에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어떻게 우리를 위로하는지 따뜻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녹여냈다. “다 큰 새끼 영희를 잠들 때까지 위로해주었다. 혓바닥으로 손등 부드러운 살결을 골라주었다. 그게 얼마나 좋은지, 더 껴안는다.” 때로는 바보 같은 인간들에게 시니컬하게 앞발 펀치를 날리기도 하지만, 슬플 때 우리 곁에서 온기를 더해주며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가 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고민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들에게 똑똑한 고양이의 입장에서 조언도 서슴지 않고, 때로는 대화도 시도한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다양한 고양이 군상은 인간 군상 못지않게 다채롭다. ‘선생냥을 꿈꾸는 초록털 고양이 포카를 비롯해, 새하얀 털이 매력적이지만 사냥 능력이 없는 길고양이 써니, 혈기 넘치는 고양이 덜룩이, 개처럼 사나운 고양이 점박이, 모든 일에 시큰둥한 나이 든 고양이 모랭이, 한 지붕 아래 사는 원이, 둘이, 삼이, 황금색 갈기가 멋진 초록털 형제 그링그링, 장난꾸러기 초딩 고양이 민지. 그리고 어릴 때 헤어진 엄마냥 등. 작가는 다양한 시점에서 인간을, 그리고 고양이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중독성 있는 고양이들의 묘한 대화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왠지 있지도 않은 꼬리가 살랑살랑해지는 기분이 든다.

 

소설 속 주인공 포카는 다정하고 사랑 넘치는 고양이다. 포카가 보여주는 헌신적인 사랑과 끈끈한 우정은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랑하는 암컷 고양이 써니가 바람피워 낳은 새끼냥들을 위해 매일 밤 고등어를 물고 집을 가출하는 고양이 포카. 배고픈 써니를 위해 까치를 잡아다 주고, 써니가 못된 사람들에게 잡혀가자 남은 새끼냥들에게 아빠냥 되어 끝까지 지켜주기로 다짐한다.

 

 

작가 서지민 소개


서울 출생으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서울 촌놈으로 살았다. 지금은 제주도에 산다. 어린 시절, 팽이 돌릴 때와 문방구 앞에서 오락을 할 때를 빼고 언제나 주변에 여자가 있었다. 나보다 많이 여자를 만나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용실집 아들들은 빼고. 난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리하여 난 누가 불러도 대답 없는 거만한 아이가 되었다. 그 아이는 ‘100년 동안 썩지 않는 시체’ ‘머리 잘린 아이를 업고 다니는 여인’ ‘야밤에 가축의 피를 빠는 괴생명체같은 황당하고 소름 돋는 이야기들을 두루 섭렵한 후, 대학에서 대뜸 법학을 전공하였다. 최선을 다해 중위권의 성적으로 졸업했다. 법 공부는 끔찍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직업을 선택할 시기가 왔지만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구직 준비를 그만두고 여러 해를 방황하였다. 몇 가지 기준을 정한 후 그에 맞는 일을 찾았다. 그 기준들 중 두 개는 이거다. ‘남을 돕고 싶다.’ ‘눈앞에 보여야 한다.’ 행운이 따라 내가 만족하는 훌륭한 직장을 잡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던 중 점점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댔다. 재밌는 영화를 보아도 꿈틀대고, 넘길 맛 나는 책을 보아도 꿈틀대고, 누가 날 즐겁게 하거나 화나게 해도 꿈틀대고, 그냥 담배 피다가도 꿈틀댔다. 난 글을 써야 했다. 이건 운명은 아니고 예정된 수순인 듯하다. 받은 사랑을 모두 돌려줄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누군가가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한마디하자면, 난 고양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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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