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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95)] 호텔 사일런스

[책을 읽읍시다 (1495)] 호텔 사일런스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저 | 양영란 역 | 한길사 | 340| 15,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호텔 사일런스는 끝자리가 같은 날예를 들어 5, 15, 25에 이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기이한 강박 관념을 가진 49세의 주인공 요나스가 자살을 선택한 여행지에서 다시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마음 따뜻한 이야기다.


저자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는 삶과 죽음, 절망이라는 주제를 잔잔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저자의 감각적인 문체와 재치 있는 표현들은 우리를 소설 속으로 점차 빠져들게 한다. 또한 주인공 요나스의 상황과 어울리는 소제목을 고전에서 적절하게 인용함으로써 작품을 한층 품격 있게 높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더한다. 니체를 연구하고 싶어 한 요나스가 대학 때 쓴 일기는 과거에 요나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여성 편력은 어땠는지, 아내 구드룬은 어떻게 만났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혼남 요나스의 인생은 피로하기만 하다. 게다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딸이라고 믿었던 님페아가 그의 딸이 아니라니. 모든 일에 무력함을 느끼는 그의 삶은 남루하고 구차하기만 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인생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갑자기 죽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나라로 편도 티켓을 들고 떠난다. 그저 잘 죽기 위해, 공구함까지 들고서.

 

하지만 공구함을 챙겨 부랴부랴 떠난 곳에는 인생의 피로 따위는 사치라고 느낄 만큼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난 길에는 폭탄이 널려 있고 제대로 된 식재료를 구할 수 없으며 샤워기에서는 흙탕물이 흘러나온다. 마을 곳곳에는 총알 자국이 박혀 있어 그들은 어디로 눈을 돌리든 전쟁의 참상을 마주해야 한다. 그들에게 삶은 또 하나의 전쟁터이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무엇이든 고치기를 좋아하는 미스터 다 고쳐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 머물면서 망가진 곳을 고쳐주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고 삶을 이어갈 용기를 서서히 회복한다. 요나스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공구함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살을 다음 날, 그다음 날로 점차 미루게 된다.

 

우리는 태어나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죽는다. 이 소설은 우리의 존재부터 사랑, 절망, 죽음의 감정을 요나스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절망뿐이었던 요나스의 삶에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갈등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존재부터 사랑, 절망, 죽음의 감정을 요나스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담아 보여준다. 절망뿐이었던 요나스의 삶에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갈등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삶에 지친 우리에게 또 다른그리고 그는 여전히 이 세상에 있다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유쾌한 인물들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요나스의 이웃사촌 스바누르는 틈만 나면 요나스를 찾아와 철학적이면서도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스바누르는 요나스의 상황을 짐작하고 그런 그가 걱정스러워 이런저런 핑계로 요나스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나스는 그런 그가 귀찮기만 하다. 주로 모터 달린 자동차와 전 세계 여성들의 삶의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스바누르의 말은 하나같이 모두 인상적이다.

 

스바누르와 요나스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그들의 삶은 점점 더 무의미해질 뿐이다. 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스바누르는 바닷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는 길을 택한다.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남기고 떠난 스바누르는 그동안 담담한 척하며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요나스의 어머니는 이상한 질문을 하며 그를 괴롭힌다. 그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머무르는데 자신의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병색이 짙다. 그녀는 간호사에게 불필요한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요나스를 창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픈 와중에도 의미심장한 말로 요나스를 위로한다. 그러나 요나스는 어머니 때문에 더더욱 외로워진다. 자신의 딸 님페아가 알고 보니 친자식이 아니며 자신은 불행하다고 털어놓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가 원하는 대답 대신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다.

 

요나스는 호텔 사일런스에서 아들 아담을 키우며 호텔을 경영하는 메이를 만나게 된다. 메이는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전쟁 중에 총을 맞아 쓰러졌지만 그녀는 남편을 구하러 갈 수 없었다. 남편이 쓰러진 곳에서 전투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과 남편의 시체가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메이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집을 수리해주는 요나스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해준다.

 

침묵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나사 하나가 빠진 듯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그들을 통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되짚어보게 된다. 호텔 사일런스의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은 무엇이고 나는 왜 태어났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상처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상처는 어떤 상태인지 진단해보게 된다.

 

호텔 사일런스의 원제 외르(Or)는 아이슬란드어로 상처를 뜻한다. 이 단어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댐 공사나 전쟁 등으로 시련을 겪은 한 나라의 풍경을 말할 때도 쓰인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상처를 지니고 태어나며 살면서 더 많은 상처가 생긴다. 요나스에게도 이런 상처가 있다. 그는 표면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드러난 흉터를 감추기 위해 문신을 하며 그 문신이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들은 요나스처럼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거대한 벽을 세우지만 결국은 상처에 잠식되고 만다. 올라프스도티르는 상처를 딛고 현재를 의미 있게 재건하는 삶의 양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삶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호텔 사일런스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이 불협화음처럼 어긋났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 외이뒤르 아바 올라프스도티르 소개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올라프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의 대표 작가다. 작품으로는 링로드를 달리는 여자, 그린하우스』, 제외등이 있다. 특히 그린하우스DV컬처어워드 문학상을 수상했고 북유럽협의회가 주최한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 아이슬란드대학 미술관장과 예술사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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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