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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삼천리 방방곡곡을

[칼럼]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삼천리 방방곡곡을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기자가 3000명이나 모인 사건이 과거에 있었을까. 대화(大化)에 자리 잡은 킨텍스 프레스센터에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외신기자의 40%는 일본기자였다고 하니 이웃나라면서도 언제나 으르렁대는 양국의 관심사가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남북정상회담에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맨 먼저 거론하고 싶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전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을 폐기하느냐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은 12시간에 걸친 장시간 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무려 여덟 차례나 비핵화를 내세웠으면서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거짓 약속은 상투적이다. 심지어 핵개발의 심장이랄 수 있는 영변 원자로를 전 세계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완전 폭파하는 이벤트까지 연출하며 세계의 눈을 속였다. 그러나 뒷구멍으로는 원자핵을 만들고 미사일을 제작하였다. 이미 쓸모가 없어진 원자로만 폭파하는 난센스로 쓰레기 해체작업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여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쏘아 대는 만행을 보였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그 강도가 점차 업그레이드되며 강력한 후원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마저 북핵 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때마침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세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했고 한국은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킬 구체적 대안을 모색했다. 그것이 신년사를 통한 김정은의 전격적인 올림픽 참가 결정이었다.

 

남북은 올림픽을 계기로 급속히 친선을 다지고 문화 체육행사로 바람을 잡으며 정상회담까지 합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김정은이 트럼프 미국대통령과의 회담까지 제의되면서 트럼프의 수락으로 남.북.미 정상들의 연쇄회담은 세계의 기대를 모았다. 그 첫 번째로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졌다. 생방송으로 방영된 두 정상은 시종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띄었다.

 

우선 김정은이 남쪽으로 넘어오는 것부터 관심이 쏠렸다. 군사분계선에서 만나서는 서로 월경을 권하는 모습이 퍽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며 회담의 결과를 낙관하게 만드는 촉매역할을 했다. 남북 공식수행원들은 비교적 꼿꼿한 모습으로 두 정상과 인사를 나눴으나 외교장관 강경화만이 세 번씩 머리를 깊이 숙이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방명록을 쓰는 김정은에게 남측이 준비한 필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이 건네는 만년필을 사용한 것도 권위주의로 보였다. 붉은 카펫을 따라 의장대를 사열할 때에도 통상 다른 나라의 정상 같으면 의장대의 경례에 답례하는 법인데 김정은은 긴장한 모습으로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오전 회의가 끝난 후 판문각으로 되돌아가 점심을 먹은 후 돌아온 다음부터는 김정은의 얼굴이 활짝 폈다. 나중 만찬장에서는 유머까지 구사하며 좌중을 웃겼다. 웃음꽃도 잃지 않았다. 모든 언론이 비교적 솔직 담백했다는 평가다. 특히 북한의 도로사정에 대해서 스스로 ‘민망한 수준’이라고 이실직고하는 것은 의도적일 수 있지만 그런대로 흉허물 없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은 당연하다.

 

이번 회담에서의 관심은 비핵화를 김정은 입으로 직접 거론하느냐 여부였다. 아니었다. 그는 공동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서명했지만 육성으로 발표하는 것은 미뤘다. 오직 문재인만이 자신 있는 태도로 세 번씩 거듭 비핵화를 강조했다. 서명이나 육성이 다를 게 없지만 받아드리는 입장에서는 뉴앙스 차이가 있다. 공동발표문을 살피면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여 눈에 번쩍 일만한 내용은 없었다. 비핵화도 ‘완전한’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된 정도다. 그러나 가을에 문재인 방북이 결정되었다는 것과 8.15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는 것, 게다가 고향방문까지도 허용될 수 있다는 얘기는 좀 진전이 있다. 개성에 남북이 상주하는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한 것은 개성공단 운영 시 있었던 사무소의 재판이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연결도 전에 수없이 흘려듣던 얘기여서 신선감이 떨어진다. 기시감(旣視感) 거리가 너무 많다. 그러나 회담 시작 전부터 우리는 이를 예상했던 대로였다.

 

문제의 핵심은 핵 문제인데 이를 폐기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에게만 달려 있다. 더구나 김정은을 코너로 몰고 간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가 오케이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뤄지는 것은 없다. 이를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문제로 보려고 하면 애초부터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님을 애써 외면하려고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우리끼리’는 그야말로 우리끼리만 하는 얘기지 냉엄한 국제정치의 회오리바람에 말려들면 민족의 생존을 걱정해야 된다. 트럼프는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 국무장관 내정자를 평양에 보내 김정은과의 사전 담판을 완료했다. 그가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김정은의 폭넓은 태도변화를 볼 때 리비아든 이란이든 간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답변을 주었을 것이다. 사진만 찍고 돌아선다면 모두 낭패다. 모처럼 맞이한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덮어 주길 바란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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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