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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작은 사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작은 사건


[시사타임즈 = 엄무환 편집국장] 내가 사는 곳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촌이다. 비교적 주거공간이 넓고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으며 근처에 양재천이라는 냇가에 산책코스와 체육시설 등이 어우러져 있어서 ‘도심속의 공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살기가 편리한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자동차들로 인해 한정된 주차공간에 차량들을 다 수용하기가 어려워 이중으로 주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을 갖고 있기도 하다.

 

명 절이 지난 어느 날. 난 승용차를 이중으로 주차한 후 아내랑 함께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 도착하여 표를 끊으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저장되어 있는 번호가 아니었다. 그래서 누구시냐고 여쭸더니 아파트 주민이라면서 자기가 지금 차를 가지고 어딜 가려고 하는데 내 자동차 때문에 나갈 수 없으니 차를 좀 빼 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그 래서 내가 하는 말이 지금 집에서 멀리 나왔기 때문에 차를 당장 뺄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 기어를 중립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그냥 밀면 차가 밀릴 것이라 말했더니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중 주차를 할 경우 이렇게 기어를 중립으로 해 놓아야 길 안쪽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바깥쪽에 주차된 차를 밀고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차를 주차할 땐 반드시 이렇게 기어를 중립으로 해놓아야만 한다. 나도 그렇게 주차를 해놓았던 것이다.

 

한참동안 전화가 없어서 ‘아, 차를 밀어내고 문제해결을 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차문제가 잘 해결되셨습니까” 하고 여쭸다.

그런데 “지금 택시타고 가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깜짝놀라 하는 말이 “아니 택시를 타고 가신다구요?”

 

사 연을 들어보니 내 차를 밀어도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 자동차 뒤에 또 다른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 차들은 기어를 중립으로 해놓질 않아서 밀 수가 없었고 게다가 자동차 주인들이 전화도 받지 않아서 해결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난 즉시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은 분이 이렇게 대답하신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새 해 복많이 받으세요.”

나도 얼떨결에 “예,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아, 그 순간 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온 엄청난 감동의 파장. 감정이 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분은 전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이 작은 사건 하나가 내게 준 감동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래선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가슴속에 그때의 그 감동의 파장이 계속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옛 격언이 생각난다. 상대방을 향한 배려심, 거기서 우러나온 따뜻한 말 한마디. 이기심으로 물들어가는 오늘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영양제가 아닐까 싶다.

 

엄무환 편집국장(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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