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담 ]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의 주인공 이윤옥 시인 · 이무성 화백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이윤옥 시인 ⒞시사타임즈
이 시인은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3권까지 낸데 이어 이번에 시화전까지 열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얼 마 전 오희영 애국지사의 따님과 생존해 계시는 오희옥 애국지사를 모시고 국립현충원에 다녀왔다. 오희영 애국지사는 44살로 돌아 가셨는데 중국에서 16살 때 광복군에 지원했다. 16살 소녀 오희영은 당시 중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중국애들이 “나라도 없는 망국노”라는 놀림을 해대는 것을 참지 못해 그 길로 책상을 뒤 엎고 광복군에 입대하였다는 따님의 증언을 들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이 착잡했다. 이러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오 희영, 오희옥 자매가 살던 중국의 토교마을 신한촌을 찾아가 보고 열네 살 나이로 오희옥 소녀가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 대원으로 활약하던 류쩌우를 찾아 헤맨 것도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잔 다르크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국내외로 찾아다니며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추적하여 헌시를 쓰고 일생을 정리하는 시집을 써오고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분들을 알리기 위해서 시화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해가는 과정에서 보람 있었던 일이나 감동적이었던 일이 있다면?
보 람이라면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읽고 한국의 잔 다르크들이 이렇게 많이 계신 줄 몰랐다고 하면서 자신의 아들딸들에게도 들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교포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 역사를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겠다는 소식이 왔을 때 무척 기뻤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해내는 데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나?
자 료 부족과 무관심이 가장 큰 난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는 단행본이 17권이요, 논문이 150여 편에 이른다. 그 뿐만 아니라 충남 천안에는 55,000평 부지에 근사한 기념관이 있다. 그런데 유관순과 같은 17살에 함경북도 화대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부르다 서대문형무소에 잡혀와 숨진 동풍신 애국지사는 A4용지 한 장 정도가 자료의 전부다.
동 풍신 애국지사 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은 223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 대부분이 이렇게 빈약한 자료뿐이다. 그래서 이들의 행적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부족한 자료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이 활약했던 지역이나 태어났던 고향마을, 무덤 등을 찾아다니며 영감을 얻어 시를 쓰고 일가친지 또는 후손들의 증언을 들어 보태고 있다.
시집을 내는 것도 그렇고 시화전을 하려면 상당한 돈이 들어갈 텐데 어떻게 감당하나?
자 료 부족 다음으로 힘든 것은 책을 찍어 내는 인쇄비 마련이다. 현재까지 60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추적하느라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 경비와 시간은 차치하고라도 이 분들을 소개하는 책 발간조차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암담하다. 행여 인쇄비 보조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국가보훈처에서 하는 ‘2013년도 독립·호국·민주관련 문헌발간 지원 공모’도 신청해봤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더는 진척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시화전 역시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전시할 공간 빌리는 값과 화백에게 그림물감 값 약간을 드릴 수 없는 형편이 고작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위한 앞으로 계획은?
현재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223분의 잔 다르크들을 계속 소개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여권의 책은 더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한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다룬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하여 한글을 잘 모르는 교포 자녀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에 한국의 용감한 잔 다르크들을 알리고 싶다. 시화전 역시 이 분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무성 화백 ⒞시사타임즈
어떤 계기로 시화전에 함께 하게 되었나?
2007 년 김영조 소장을 만나 날마다 보내는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에 삽화를 그리게 되었다. 우리문화를 알리기 위해 온몸을 바치는 작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그러다 역시 한국문화편지에 <일본 이야기>를 연재하는 이윤옥 시인을 만났고 그가 하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에 삽화를 그려 주기도 했다. 그렇게 『서간도에 들꽃 피다』 3권을 내는데 동참하게 되었는데 시화전을 한다고 하여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된 것이다.
물 론 시화를 그리는 작업은 수익이 따르는 일이 아니어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재산도 식구도 모두 항일운동에 바친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우리가 나라를 되찾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이 정도 일을 못하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들을 기리는 이 작은 일이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또 다른 독립운동이란 생각으로 힘든 줄 모르고 했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미지 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시화를 그릴 수 있었나?
물 론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은 자료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 발자취조차도 거의 밝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이윤옥 시인은 이미 시집을 내고 있지 않은가? 시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어렵게 마무리 지었다.
시화를 그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는 누구인가?
60 분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그 어떤 분도 내게는 지워질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억지로 고르자면 허드렛일 하면서 밥을 얻어다 옥살이하는 아들 뒷바라지를 했고, 상해임시정부 시절 시장 골목을 헤매며 배춧잎을 주워다 수많은 젊은 독립운동가들을 먹여 살렸던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애국지사가 잊히질 않는다.
또 한 분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애국지사이다. 아들의 사형소식을 듣고 수의를 밤새 지었을 어머니의 심정이 내 가슴 속을 미어지게 했다. 아들이 생목숨이 끊길 처지가 되었지만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고 하셨을 그 분이야말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대담 내내 이번 시화전의 주인공인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의 뜨거운 나라사랑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인물 하나하나의 이미지를 살려 시를 쓰고 또 거기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싶었다.
이 두 예술가는 대담을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구국의 일념으로 목숨을 독립운동에 바친 분들이야 말로 오늘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나라” 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탁경선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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