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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문재인, 大選에서 大門을 넘을 수 있나

문재인, 大選에서 大門을 넘을 수 있나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박채순 정치학 박사]

 

  I. 문재인, 조직과 상품으로 대선 후보 거머쥐다

 


문재인 후보가 전국 13개 지역에서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고, 56.5%의 높은 지지로 곧바로 당 후보로 선출될 것임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승리의 원인을 들자면, 노무현의 후광, 모바일 전문 선거인단의 충성 심, 이른바 이-박 담합의 지원, 문 후보의 전략 우세와 구 정치를 혁신할 참신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국민 정서 등을 들었다. 또한 ‘노사모’, ‘백만민란’과 ‘미권스’의 지지에 도움이 컸다고 평가된다. 필자는 그 위에 문재인 본인의 상품을 추가하고 싶다.

 

문재인은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절제된 언행으로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개성의 소유자다. 깨끗한 얼굴에 반백의 문재인은 지혜로워 보이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흐트러짐 없고 단호한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박근혜 측은 물론 당내 경쟁자들의 과한 공격에도 이에 맞대응을 삼가는 신사적인 매너 등, 문재인 본인 인품이 중도 측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정치인의 경험을 논할 때 국회의원 선수(選數)와 공직에서의 역할 등을 말하곤 하는데,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이,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경력이 오히려 구체제의 낡은 인물로 치부되고,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는 조류에 힘입어 그의 현실 정치에 대한 일천한 경력이, 오히려 득표에 플러스요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또 한 가지는, 문재인 후보는 처음부터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피력함으로써, 정권교체를 희망하며 안철수 원장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는 선거인단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런 저런 원인에 의해 그는 전통의 제1야당인 민주당 공식 후보 자격을 거머쥐었다.

 

II. 안철수의 등극과 여론 현황

 

문재인의 확실한 당내 승리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선에서 그가 야권의 최종 주자가 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 양보하고 청년들을 상대로 한 지방 순회 콘서트, 철수의 생각의 책 한권과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안철수의 현상이 사회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19일 오후 3시 구세군아트홀의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은 국민의 새로운 변화 요구에 불을 댕겼다. 출마기자회견 예정시간 보다 훨씬 먼저 현장에 도착한 지지자들은 유명 연예인 팬들처럼 안철수를 환호하였다.

 

안철수 현상은 국가 사회의 위기 속에서도 이명박과 박근혜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기존 야당의 무능력과 불신으로 미래로 가고자하는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기다리는 국민들의 바람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

 

승자 독식시대,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국민들이 “구체제(앙시엔 레짐)를 정리하여 상식과 소통을 무기로 복지, 정의, 평화의 가치로 미래로 나가자는 안철수 원장의 말에 특히 20-40 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가 출마 선언 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23일 한겨레-KSOI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6.7%가 야권의 집권을 원했고, 35.3%만이 새누리의 집권을 바란다고 밝혀졌다. 안철수는 박근혜에게 49.7%대 44.6로 승리하나,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48.9%에 44.6%로 조금 뒤지고 있다. 문재인-박근혜-안철수 3자 대결에서는 20.1%에 그쳐, 박 후보 39.6%, 안 후보 29.0%에 뒤진다.

 

23일의 KBS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 49.9%, 박근혜 후보 41.2%로 발표되었고, 박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45.9%로, 박근혜 후보의 45.0%를 따 돌렸다. 그러나 3자 대결에서는 박근혜 38.5%, 안철수 31.2%, 문재인 19.1%로 문재인 후보가 역시 많은 차이로 박근혜와 안철수에 뒤진다. 야권 단일 후보의 경우에는 문재인 39.6%, 안철수 44.6%로 오차범위 내지만 안 후보가 앞섰다는 보도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서는 단일화 지지가 37.9%로 각자 완주 22.5%, 상황에 따라가 29.7%로, 국민은 야권의 단일화에 무게를 준다.

 

물론 여론 조사는 시간에 따라 늘 변화하고 조사기관과 방법에 따라서 차이도 난다. 그렇지만 아직도 예측을 위한 유효한 수단인 여론조사의 결론은,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박근혜 후보와 같이 3자 대열에서 당당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 성향의 안철수 원장에 뒤지고, 특히 3자 구도에서는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

 

즉 여론조사를 해석하면 국민은 정권교체를 원하나 민주진보 진영에서 두 사람이 출마한다면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예견되니, 야권의 승리를 위해서는 두 후보의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III. 문재인 앞의 중첩한 대문(大門)

 

문재인 후보는 16일 당선 이후 새누리당 박근혜와 19일 출마선언을 한 무소속 안철수와의 大選에서 大門을 여는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두 번의 집권을 이룬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주당의 조직과 정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국민에게 확신을 심어줄 꿈과 미래 비전이 부족하고, 진정성과 리더십이 결여되어 국민이 민주당을 통한 정권교체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후보는 이런 조건에서 안철수와 경쟁하고 협력하여 박근혜를 넘는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섯 개의 문이 있다고 했다. 일자리 혁명의 문, 복지국가의 문, 경제민주화의 문, 새로운 정치의 문과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가 이 문에 도착하기 전에 통과해야할 문이 더 많고 고난의 문일 것이다.

 

전국에서 하루에 40명 이상이 삶을 스스로 내 던지는, 줄자살은 국민이 국가 사회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빨간 사이렌을 쉴 새 없이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은 새누리당 정권에게 이명박의 임기가 끝나면 하루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울부짖는 표현이리라. 이러한 현실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는 정권교체가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길이며, 정권교체가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지상 과제라는 것이다.

 

문재인의 정권 교체 장정에는 민주당을 개혁하여 수권을 준비하고, 안철수와의 단일화 로드맵을 갖추고 국민에게 정권교체의 신념을 주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시점이다.

 

1. 민주당의 개혁과 화합

 

그는 당내의 비주류와 이번 경선에 참여해서 낙선한 비문 진영을 끌어 안아야한다. 당내는 비주류가 존재하고, 모바일 등 경선의 후유증으로 갈등이 잠복해있다. 문재인의 당선과 연결 지어 회자된 이른바 이(해찬)-박(지원)의 담합에 대한 문제와 지나친 친노 측근 인사의 중용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을 쇄신하여 국민의 바라는 수준의 당을 만들어야한다. 그는 후보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쇄신”과 “당내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손학규,정세균과 김두관의 협조를 정중하게 요청해서 함께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개혁과 화합이 문재인이 대장정에 성공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2. 노무현 정부의 역사 청산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정치개혁, 탈 권위와 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권 말기에 극도의 민심이반 속에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희생으로 노무현 정부와 세력의 부정적인 면이 많이 완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아직도 부정적인 그림자가 많이 남아 있다. 사회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 정책 유지, 한-미 FTA추진, 부동산 폭등의 경제정책은 친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책과 멀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박근혜에게는 아버지 박정희가 문재인이게 그의 정치적인 동지인 노무현의 족쇄가 채워져 있다. E.H. 카가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했듯이 박근혜와 문재인은 그들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 대화를 계속해야한다.

 

문재인도 노무현 정부의 잘 못된 정책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역사 인식으로 아버지에 대한 과거를 청산을 해야 한다면, 문재인도 노무현 정부의 과거 청산을 해야 할 것이다.

 

3. 측근 정치 청산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결의로 당의 모든 권한을 대선 후보에게 넘겨주었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는 문재인에 비해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다고 알려진다. 노무현 정부의 호남에 대한 섭섭함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자만한 민주당은 4.11 총선 공천에서 공정과 정의를 팽개치고 주로 친노와 386을 위한 패거리 공천을 감행했다. 그 결과는 국민이 민주당을 배척했으나, 당 차원에서는 이 공천과 선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않았다. 그 공천에서 역할을 했던 주류세력은 아직도 민주당의 주류로 남았다.

 

문재인 후보는 호남문제, 4.11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것이다. 문재인을 떠받치고 있는 이해찬과 박지원과 친노세력이 문재인 뒤에 숨어서 대선에서도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출마를 선택한 전 대선 후보 정동영과 비주류의 김한길 등을 적극적으로 초빙하여 대선의 관문을 넘어야할 것이다.

 

4. 안철수와의 단일화

 

아직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논하기에는 빠른 감이 있다. 그러나 DJ와 JP의 DJP단일화는 두 세력 간의 현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1여 년 동안의 단일화 줄다리기 과정을 거쳤다. 실제적으로나 전략상으로 봐서는 아직도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이 민주진보 진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 별도의 팀을 구성하여 단일화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임박해서 단일화에 대한 논란으로 국민을 식상하게 하거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할 것이다.

 

민주당은 물론 안철수 진영도 국민의 여망을 존중하여 진영의 논리나 이익을 뒤로하고

지금부터서 단일화에 대하여 시기, 방법 등의 로드맵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두 진영 누구도 독자적으로는 정권쟁취가 불가능 하다는 것과 단일화는 두 개가 단순히 하나가 되는 산술적인 단일화가 아닌 화학적 단일화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서부터 단일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IV.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로 미래를 열라

 

국민은 오늘을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길 원한다. 본인은 작년 이맘 때 당적도 없이 경력도 일천한 문재인의 두각을 보고, 한 칼럼(http://www.timesisa.com 문재인, 링 위에 올라라)에서 그에게 제도권으로 들어와 권력 의지를 보이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정당을 선택하고 직접 뛰어 들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이런 주문을 한 지 만 1년, 그가 4.11 총선에서 정치인으로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번에 낙선한 손학규와 정세균, 불출마를 택한 정동영이나 현 당 대표 이해찬 등의 예를 두고 볼 때, 개인의 정치 인생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대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다행스럽게도 이들 정치 선배들에 비해 비교적 어렵지 않게 권한을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자가 한 5분씩 현장에 나가서 사진 찍고 돌아오는 쇼나 미봉책으론 정권을 담당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적인 경제 불황, 세계의 99%가 화나있는 상황, 미국,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이 작아지는 외교문제, 국내에서 벌어지는 자살, 갈등, 무차별 살인 등 엄청난 사회 현상을 말하는 절박한 국가 사회의 적색경보 앞에서 국가를 경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전사의 근무는 짧은 시간 내 몸 고달프면 된 임무였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만두면 된 자리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온 몸과 모든 혼을 모조리 바쳐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다.

 

이제 문재인 후보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 길은 개인과 한 진영의 이해를 벗어나, 국가와 민족에게 새로운 길을 밝힐 길이다. 한 발만 잘 못 내디디면 생사가 보장되지 않은 길이다.

 

 

 

 

저자 프로필

 

박채순 (정치학 박사)

 

 

제 19대 총선 민주당 예비후보 역임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역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박채순(parkcoa@naver.com)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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