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시준 기자] 흥부전에서 박씨를 물고 와 복을 주었던 제비는 서울에 몇 마리가 살고 있을까?
과거 서울에서도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 일변도의 도시화가 진행되며 빠르게 사라져 이제는 환경지표동물이자 서울시 보호야생동물로 지정될 정도로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제비는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이면 3,000km이상 먼 거리를 날아와 한반도를 찾아오는 여름철새이다. 풀과 진흙 등을 이용해 주택의 처마 아래나 대청마루에 둥지를 짓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사라져가는 도심 제비를 찾기 위해 민관이 뜻을 모았다. 제비를 함께 찾아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국립산림과학원, 생태보전시민모임, 사회적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제비 SOS(Swallow of Seoul) 2015’ 프로젝트를 추진해 15개구에서 총 616개의 제비 둥지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시민제보 및 문헌조사 등을 통해 서식이 확인된 자치구를 대상으로 5월부터 8월까지 서식처를 조사했다. 총 616개 제비 둥지(올해 제비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39개의 사용둥지와 477개의 옛 둥지)를 발견했다.
사용둥지를 대상으로 제비 개체수도 산정했는데 최소 650개체의 제비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비 개체수는 사용둥지를 대상으로 실제 발견된 개체수로 산정하고 개체수 확인이 어려운 경우는 평균 번식률(4개의 알, 번식성공률 50%)을 적용해 산정했다.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238개체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으며 이어 마포구가 110개체, 양천구 79개체, 강서구 62개체, 동대문구가 48개체로 조사됐다.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많이 분포하고 주변에 하천을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먹이자원이나 둥지재료 확보가 수월한 지역을 대상으로 분포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이번에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제비 서식 지도를 작성하고 올 연말까지 홈페이지에 게시해 사라져 가는 제비에 대한 보호 공감대를 확산할 계획이다. 또 향후 하천 등 서식지 보호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와 국립산림과학원, 생태보전시민모임, 터치포굿은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제비 개체수를 조사해 증감에 대한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10월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제비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제비 SOS 토크콘서트’를 연다.
권오준 생태동화작가, 김은미 박사(제주 야생동물연구센터), 이찬우 팀장(경상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등 전문가가 참석한다. 우리 정서속의 제비와 제비의 서식현황, 제비 보호 필요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제비가 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장을 시민과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제비는 예로부터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로 인식해 길조(吉鳥)로 여겨져왔다. 집에 제비가 들어와 보금자리를 트는 것은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믿었으며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속설이 아니더라도 실제 제비 한 마리는 연간 5만여 마리의 해충을 먹어 해충방제 등의 이로운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서울이지만, 북촌 한옥마을 등 일부 지역에서 제비가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세대 주택과 한옥 마을 등 둥지자원도 중요하지만, 산림과 하천 등 제비 서식지 보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제비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지만 도시화로 급격히 줄면서 지금의 아이들에겐 제비가 ‘용’과 같이 동화에 나오는 가상의 동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에서 사라지고 있는 보호야생동물에 대해 시민과 함께 보호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생태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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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준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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