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저 | 김해용 역 | 북스토리 | 328쪽 | 각권 10,000원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 옆집 사람들 같은 평범한 이웃을 떠올려보면, 거창한 소설의 주인공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단조로운 세 사람이 있다. 회사원 남편과 초등학생 아이 둘과 함께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사는 가정주부 오이카와 교코. 7년 전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갖고 장모를 돌보며 사는 형사 구노 가오루. 껄렁거리며 밤거리를 방황하는 청춘, 고등학생 와타나베 유스케.
아무 관련없는 세 사람은 오이카와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의 회사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을 계기로 얽히게 된다. 경찰은 화재의 첫 발견자인 교코의 남편을 의심하고, 이 일을 계기로 교코는 남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의혹은 의혹을 낳고, 불신은 파문처럼 퍼진다. 그렇게 일상에 깃든 한 사소한 사건은 교코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놓고, 사건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동료 형사를 감시하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던 구노는 자신의 지갑을 털려는 불량학생들을 혼내준답시고 팔을 부러뜨려버린다. 얼마 뒤 날아온 것은 학생들의 피해 서류. 동료 형사에게 원한을 산 구노는 야쿠자와 결탁한 그의 모략으로 경찰서에서 목이 잘릴 위기에 처한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불량학생인 유스케는 괜한 치기로 돈을 강탈하려다 형사 구노에게 그야말로 ‘딱 걸린다’. 돈은 건지지도 못하고 두들겨 맞기만 했던 그날 이후, 웬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사와 야쿠자가 자신에게 ‘거래’를 제시해온다.
형사와 용의자의 아내로 만난 구노와 교코, 피해자와 피의자의 관계로 얽힌 유스케와 구노. 전혀 관계없는 듯한 작은 사건들이 차례차례 연결되고, 그들의 인생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불행의 소용돌이 속으로 폭주해간다. 그들은 큰돈을 바란 것도, 큰 행복을 바란 것도 아닌 그저 지금 손 안에 있는 행복만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고약한 인생은 불행의 소용돌이 속으로 그들을 밀어넣고 그저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었던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방해자가 되면서 사건은 더 꼬여만 간다.
행복한 생활은 너무나 간단히 부서져버린다.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방해’되는 것들을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곤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비난의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추락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동정심을 느낀다.
출처=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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