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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라우의 후예32> 팝콘과 솜사탕

<아라우의 후예32> 팝콘과 솜사탕

 

[시사타임즈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아라우부대가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투입하여 재해복구를 하는데 현지주민들이 싫어할 리 없겠지만,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 주어도 주민들이 반기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없으니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비장의 무기가 요구되었다. 이러한 점이 파병활동에 다양한 주민 친화활동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이다. 나는 주민 친화활동의 주 대상으로 먼저 어린이를 선택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식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는 팝콘, 솜사탕, 아이스크림, 슬러시 기계였다. 내가 경험했던 동티모르와 이라크에서도 팝콘, 솜사탕 등은 현지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주민친화활동을 위한 예산이 제한되어 팝콘, 솜사탕, 슬러시 기계 등을 1년 동안 임대하여 가지고 갔다.

 

 

 

예상했던 대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주민 친화활동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우리 먹거리 차량이 마을에 들어서면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팝콘 기계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 중 몇 명은 이 팝콘이 간식이 아니라 한 끼의 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준비해 간 재료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줄이 줄어들지 않는데 팝콘 한 봉지로는 한 끼니 밥이 되지 못하니 두 번, 세 번 줄을 서 다시 타는 것이었다.

 

주민친화활동 현장에 나가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생각지 않은 기쁨을 주기도 한다. 서툰 한국말로‘감사합니다’,‘사랑해요’라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가끔은 서툰 한글 글씨로 감사편지를 전해 주었다. 이처럼 주민친화활동이 인기를 얻자 다른 NGO단체에서도 팝콘, 아이스크림 기계를 탐내기도 했다. 태풍 초기 긴급복구를 마치고 복귀했던 미군이 훈련을 위해 타클로반에 다시 전개했을 때, 한국군의 복구지원 모델을 적용하여 약 한 달 간 학교 복구와 의료지원 활동을 펼쳤다. 이때 부대에서 활용하는 먹거리 장비를 미군이 대여해 활용하기도 했다. 먹거리 장비 중 가장 성공한 것은 팝콘이고 실패한 것은 솜사탕이었다. 팝콘은 다른 것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에게 제공할 수 있어서 주민 친화활동 때마다 항상 가장 먼저 준비하는 장비였다. 반면에 솜사탕은 만드는데 시간도 걸리지만 무엇보다 필리핀의 날씨가 뜨거워 쉽게 녹아버리니 문제가 되었다.

 

 

 

주민친화를 위해 가져온 먹거리 장비들은 부대 장병들을 위해서도 이용되었는데, 차이점이라면 현지주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먹거리들을 장병들은 사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장병들을 위해 붕어빵, 팥빙수 등 먹거리를 팔아 그 수익금을 초등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었다. 장학기금 마련이라는 의미가 붙어 있어서인지 장병들에게도 인기 먹거리가 되어 우리가 복구한 학교별로 10명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우리 부모 세대들이 미군이 나누어 주었던 초콜렛과 원조 받은 밀가루 빵으로 미국을 기억하는 것과 같이 이곳 어린이들은 한국군이 제공한 팝콘, 슬러시, 솜사탕, 붕어빵, 팥빙수 등 먹거리들의 달콤한 맛으로 한국과 아라우부대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글 : 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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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시사타임즈 회장 wangco123@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