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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안철수는 결코 메시아가 아니다

안철수는 결코 메시아가 아니다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박채순 정치학 박사]

 

I. 안철수 현상

 

지난 1여 년 동안 생에 쪼들리고 세상의 불공정함에 화냈던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으로 행복을 맛보고 안철수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찾았다.

 

우리 국민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이라는 메시아가, “747을 이루겠다. 누구나 부자 되게 해 주겠다”라는 공약에 홀려 가정행복을 주창했던 정동영을 뿌리치고, 5년의 운명을 그에게 맡겼었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강부자, 고소영 등 여성 대명사 들이 등장하더니,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를 후퇴 시키고, 역사를 퇴보시켰다. 또한 대기업에 지나친 혜택을 몰아 준 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서민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 남북 간의 대화를 단절하고 평화의 싹을 잘랐다.

 

그의 소통 부재와 권력 남용의 국가 경영으로 급기야는 친형, 친척, 측근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 극심해진 사회 양극화는 전통적으로 지탱해 오던 가족복지가 해체되었으나, 사회 안전망이 준비되지 않아 의지할 데 없는 국민의 절망이 또 다른 메시아(구세주:救世主)를 찾게 된 것이다.

 

신자유체제하에서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한 가운데 승자가 독식하고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현실에 분노한 시민들이 “구체제(앙시엔 레짐)를 청산하고 복지, 정의, 평화의 가치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안철수 원장에 미래를 맡기고 싶은, 반새누리당·비야당 성향의 30대는 물론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되었다.

II. 안철수와 현실

 

1. 안철수가 넘어야할 산

 

국민의 희망을 담보하기 위한 안철수의 대장정의 길에 넘어야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먼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해야하고, 후에는 본선에서 철옹성의 박근혜를 이겨야한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 하더라도 여소야대의 정국과 국제적인 경제 침체에서 기득권층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각종 갈등 현상은 “갈등이 세상 만물과 풀 수 없게 엮여 있다”고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의 각급의 이해 관계자 집단에서 만연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일은 엄청난 과업이 될 것이다.

 

1) 민주당과의 단일화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전국에서 13전 전승으로, 56.5%를 획득하면서 결선 없이 곧 바로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는 민주당 쇄신과 “당내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재인도 여러 면에서 안철수처럼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참신한 정치인이다. 구태의 정치에 크게 물들지 않았고, 거기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으로서 경험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정치인으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은 이번 경선에서, 경험과 능력이 충분한 손학규, 정세균과 새롭게 떠오르는 김두관을 멀찌감치 밀어 보내고, 문재인을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선택했다. 경선 과정에서 다소의 불협화음이 있었다지만, 후보로서 문재인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은 컨벤션 효과에다 그가 발표했듯이, 민주당을 개혁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이해찬과 박지원 등 이른바 이-박 지도부를 멀리하고, 범 진영의 선대위를 구성한다고 했다. 이런 조치가 실현되면 그의 파괴력을 과소평가 할 수 없을 것이다.

 

2)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본 선거

 

안철수가 각고의 노력으로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를 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대 혈투가 될 것이다. 박근혜와의 싸움은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사실상 손에 쥐고 있는 정부의 공권력, 대기업, 보수 성향의 언론, 그리고 영남의 보수층 등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민주진보 진영의 입장에서는 박근혜의 집권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고, 기득권층의 입장에서는 정권을 잃는 다는 것은 정말 대재앙으로 받아드릴 것이다. 그러니 만치 두 진영 다 총력전을 펼치는 사투가 예상된다. 박근혜는 그의 정체성을 탓한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국민의 45%의 지지를 누려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기득권 세력이 총력을 다해 앞서가고 있는 선거전에서, 그들은 미국 선거의 귀재들인 딕 모리스나 칼 로브의 이론을 차용하여, 민주당의 정책인 경제민주화나 보편적복지 정책 등을 선점하고, 네거티브를 적당히 활용함은 물론, 그들이 주도한 프레임을 통해 선거 전략을 구사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3) 정치 경험과 집권 의지에 대한 우려

 

안철수 원장은 국가 기관이나 정당 활동을 한 경험이 없다. 선출직에서의 정치적 경험도 관료조직을 리드했던 경험도 없다. 국가 사회의 이해관계가 다른 각종 이해집단을 조정하고 조율했던 경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란 경험이 없는 성인군자들이 하는 한량의 놀음이 아니다. 승리하는 자의 논리가 바로 정의(正義)인 싸움이 선거전이다. 특히 한국의 현 제도는 승자 독식의 정치다. 또한 대권은 어느 누구가 손에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 길에 들어서면 본인이 싸움에서 쟁취하여야 한다.

 

이제 경험이 있건 없건, 집권 의지의 유무에 관계없이 주사위는 던져졌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는 이미 상대자가 결정된 상태다. 안철수 원장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는 문재인을 뛰어넘고, 박근혜에 이겨야하는 퇴로가 막힌 험난한 길에 들어 선 것이다. 경험과 집권의지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불식시키면서 고난이나 역경이 닥치더라도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야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4) 원활한 선거 준비와 국정 운영 계획 마련

 

선거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인재를 모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에 동의하는 유권자를 조직하고 동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는 이제 사령관으로서 이러한 선거운동 체제에 돌입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처한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의 해결사로 안철수를 불러낸 국민의 열망은 민주진보 진영의 대선 승리이다. 이 승리는 안철수 없는 민주당도, 민주당 없는 안철수도 가능하지 않다고 여러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경쟁과 협력은 민주당은 물론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멍에인 것이다. 양 진영 간에 지나친 공격으로 상처와 앙금이 남을 경우에 최후의 박근혜와의 싸움에서 적에게 어부지리를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민주당 경선 결과에서 보듯이 문재인 후보는 당과 일반 시민에게서 막강한 득표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문재인에게는 노사모, 백만민란, 미권스 등 충성을 다해 그를 지지할 그룹이 존재한다.

 

이제 안철수는 단일화와 본선을 앞두고 이름 없는 다수의 시민을 유효하게 조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양대 관문을 통과했더라도 정책과 국가 비전을 마련하고, 야권의 재구성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즉 그는 국민이 만족할 정책을 가진 전문가의 확보와 조직화, 조직원의 화학적 결합,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유효한 정책 등 수 많은 것에 대한 고민하고 행동에 옮겨야 할 것이다.

 

III. 메시아는 바로 국민이 만드는 것

 

민주당 적자인 문재인 후보와 높은 지지율의 안 원장의 단일화 과정은 대선 본선 이상 난해한 과정이 될 것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국민은 ‘안철수 현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할 것이다. 정치공학적인 단일화 논의가 아닌 국민이 보는 곳에서 투명한 방법으로 민주진보 진영의 대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단일화의 대의(大義)가 정권 교체라면, 민주당과 안 원장 양측의 단일화 게임은 서로를 죽이는 ‘루저들의 게임’이 아니라 상호 시너지 효과를 부를 ‘윈-윈 게임’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 국가의 리더십은 결코 권력만 가지고 휘두르는 권위적인 지도자에게 국민이 압도되어 복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도자가 도덕적·윤리적으로 무장하고 소통을 통한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할 때 국민은 그에 동의하고 협력할 것이다.

 

안철수 박사가 2005년 그가 10여 년 동안 가꾼 기업의 CEO를 퇴임하면서 한 말을 인용하면, “저는 CEO로서 지난 10년간을 절벽을 올라가는 등반가의 심정으로 살아왔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고 무섭지만, 위를 올라다보면 구름에 가려서 정상이 어디쯤인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힘이 빠지면 떨어져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그의 이제까지 삶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등산가였다면, 정치에 임하는 이제부터는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手丈夫兒)”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즉,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참으로 대장부다”라는 뜻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이제까지의 등산가의 삶보다 더욱 큰 용기기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반 문제를 바로 해결해줄 메시아 안철수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이제 한 구세주의 힘만으로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으며, 반드시 깨어있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안철수 역시 본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그가 인생을 살아온 엄격한 상식을 기본으로 조직과 제도를 통하여 국민과 소통을 통한 국가 운영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자 프로필

 

박채순 (정치학 박사)

 

 

제 19대 총선 민주당 예비후보 역임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역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박채순(parkcoa@naver.com)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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