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자를 위한 작은 서점 ‘일단멈춤’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리즈 (13)
게으름에 대한 찬양, 느리게 여행하기
[시사타임즈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2기_독득(讀得) 육보나·이다원] 이대역 5번 출구, 화려하지 않지만 따스한 조명으로 예비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여행자를 위한 작은 서점 ‘일단멈춤’이 있다.
눈에 띄는 간판하나 없는 조그만 공간이지만 반복 되는 일상에서 멀어져 게으른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설렘을 더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잔잔히 비가 내리던 오후, 쳇바퀴도는 일상에 지친 나와 달리 걷기와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미소가 아름다운, 송은정 대표님과 함께 했다.
▶ 안녕하세요. 대표님, ‘일단멈춤’에 담겨져 있는 뜻과 소개 부탁드립니다. 로고의 의미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가게 이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우선 어딘가 떠나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중단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크게는 바쁜 일상을 잠깐 멈춘다는 의미가 있어요.
두 번째로는 생각이 너무 많으면 여행을 떠날 수 없어요.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다 생각하다보면 ‘당장 떠나야지’ 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정신적인 면에서도 잠깐 멈추고 떠나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서 ‘일단멈춤’이라고 지었어요.
로고 같은 경우에는 보다시피 나침반모양이에요. 안에 있는 침을 책으로 표현한 거구요. S, N은 각각 남북을 나타내는건데 저희 책방 부제가 ‘StopforNow’인데 마침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만들게 되었어요.
▶ 특별히 ‘여행’이라는 테마로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요 새 작은 서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처음 서점을 계획할 때 보니까 독립출판물 서점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독립출판물이라는게 시장이 제한적이고 나오는 책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 책방에 진열되어있는 것들이 거의 유사해요.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콘셉트를 넣어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접목시켰죠. 외국에는 여행전문서적만 다루는 서점이라든지 가드닝(정원 가꾸기)에 대한 책만 다루는 책방같이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방들이 많아요. 한국은 아직 그런 서점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먼저 더 특별한 작은 서점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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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멈춤’은 주로 여행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종 다른 도서들도 보이네요. 서가에 진열된 도서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가 장 크게는 여행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들이 담긴 책이 있고요. 뭐 흔히 생각하는 여행책, 여행 에세이 같은 것들이요. 아 가이드북은 진열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류의 책들은 대형서점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책이잖아요.
그 밖에는 여행 중에 읽으면 좋을 책들이 있어요. 거의 제 주관적인 기준으로 셀렉된 것들인데요. 여행 중이나 여행을 가기 전, 후에 편안히 읽을 수 있는 텍스트, 생각할 수 있는 사진들, 다양한 콘텐츠를 진열해두었어요. 그리고 여행을 가려고 하면 그 여행지에 대한 문화, 역사, 인문, 사회 등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루는 책들도 있어요. 그런 책도 넒은 의미에서 여행 책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콘셉트으로 하는 책방인데 그 안에 독립출판물을 비롯한 여러 단행본도 있고 그런거에요.
▶ 대표님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무엇인가요?
사 실 저는 대학교 3학년 때 얼떨결에 친구 따라 패키지여행을 갔던 게 처음이에요. 정말 제대로 여행을 간 건 졸업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그게 정말 제대로 된 첫 여행이었죠. 그 여행이 지금까지도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인 거 같아요. 여행경로도 조금 특이했었고 그때 갔던 곳이 터키로 들어가서 육로로 시리아국경을 넘고 시리아에서 생뚱맞게 유럽으로 들어가고, 또 파리에서 한 달 동안 지냈거든요.
기 억에 남는건 지금 시리아가 내전중이라 쉽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잖아요. 사실 가기 전에 중동, 이슬람권에 대한 편견 같은 게 조금 있었는데 그 여행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그런 편견이나 이미지 같은 게 많이 바뀌었어요. 첫 여행이라 조금 무서웠는데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새로운 문화권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재밌었어요.
▶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취지와 목표로 기획하신 프로그램인가요?
요 새 여행 다니시는 분들 정말 많잖아요. 여행 다니시면서 사진이나 메모, 일기로 기록을 남기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이런 것들이 그냥 메모리 칩에만, 메모장에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게 너무 아까운거죠. 이렇게 여행관련 서점을 운영하다보니 그런 것들을 편집해서 나만의 얇은 책이나 사진집으로 남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걸 알았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그냥 따로따로 남겨두는 것보다 하나의 단행본으로 만들면 추억을 하나로 정리할 수 있고 더 의미도 있을 것 같아서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되었어요. 이번이 처음이고요. 8주 과정으로 2월17일부터 시작했어요.
▶ 여행관련 사진전, 드로잉 전시전 등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집니다. 앞으로 어떤 전시가 진행되었으면 하나요?
말 씀하신 것처럼 이제까지 주로 사진이나 드로잉작품을 전시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전시는 텍스트 전시에요.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라 여행 중에 남긴 짤막한 메모나 문장들을 전시하려고 해요. 지금 작가님은 어느 정도 섭외된 상태고요. 그분이 이번에 남미 쪽으로 여행가신다고 해서 여름쯤에 하게 될 거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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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저 는 시집을 한 권 들고 가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여행 중에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건 정말 부담스럽잖아요. 그런데 시집은 굉장히 얇고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아일랜드에서 좀 오랫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 우연히 김연수 작가님이 쓴 ‘우리가 보낸 순간; 시’이라는 시집을 읽었어요. 서문에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진다는 표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한테 시집을 추천하게 됐죠.
▶ 독서르네상스운동은 범국민 독서 생활화 운동을 통한 독서문화 중흥에 기여하며, 풀뿌리독서단체나 출판사들을 이어주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 은서점은 온라인 서점과 경쟁해야 하잖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서점이나 작은 서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워크숍이나 행사를 함께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독서르네상스운동은 책과 관련된 콘텐츠도 다양할 것 같아요. 기존에 쌓아왔던 것을 작은 서점에서도 직접 실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내 인생의 책 TOP3을 꼽아주신다면? 책 제목과 간단한 이유를 말해주세요.
첫 번째 책은 ‘파리를 생각한다(정수복 저)’라는 책인데요. 파리를 걷는 것에 대한 모든 게 담겨있는 책이에요. 파리의 골목골목에 담겨진 오래된 이야기들, 역사적인 문화적인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실제로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파리에 체류하시면서 걸어 다니고 하면서 쓰신 책이라고 해요. 걷기와 여행, 파리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두 번째 책은 ‘우리는 서울에 산다.’라는 책인데요. 탈북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에요. 탈북청소년들과 함께한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를 풀어 정리한 책인데요.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서울을 조금 다르게 보는 거죠.
마 지막 책은 ‘여행할 권리(김연수 저)’라는 책이에요. 작가님이 책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도시들이 있어요. 이 책은 그 곳에 머물면서 있었던 일들을 재밌게 풀어낸 산문집이에요. 작가님 본인의 소설과 관련된 스토리,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상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도 있고 재밌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일단멈춤
서울시 마포구 숭문 16가길 9(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
http://blog.naver.com/stopfornow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2기_독득(讀得)
취 재 : 육보나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기 사 : 육보나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사진촬영 : 이다원 (방송대 국어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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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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