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166)] 121. 대한민국(Korea)-3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166)] 121. 대한민국(Korea)-3

 

[시사타임즈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세계일주 평화마라톤 성공기원 전동석 사범과 지리산 천왕봉 등정, 2017.11.14). ⒞시사타임즈

1. 지리산

 

백두에서 태백 그리고 소백으로 내달려

한민족 정기가 한맘으로 솟구친다

한반도를 아우른다

지리산 천왕봉이여

 

법계사에서 천왕일출 세석철쭉 넋을 잃고

벽소명월 바라보며 

연하천에 이르니 선경이 예로구나

 

피아골 단풍 사이

불일폭포 떨어지고

섬진청류 굽이굽이 남해로 가는구나

 

반야낙조 뒤로하고

노고운해 뚫고서

화엄사 목탁소리 그윽이 들려온다

 

그 누가 웅장할 뿐 아름답지 않다 했나

오밀조밀 뱀사골을 와 봤나

일곱 선녀 넋 뺏긴 칠선계곡 가 봤나

 

쌍계사 뜨락 고운선사여

별당아씨 업고서 천은사 찾아가는 구천이여

한신계곡 헤매는 칼의 제자들이여

삼한의 상전벽해 보고들 있소?

 

반도의 아픔 딛고

세계로 웅비하는 배달의 민족

세계평화 인류공영 우리가 앞장선다

 

백두야 한라야 금강아 설악아

속리야 묘향아 월출아 구월아

우리 형제 모오두 모이자구나

 

얼굴들 부비면서 춤 한 번 추자

더덩실 덩실 더더덩실 덩덩실

 

마니산 단군할배 미소가 인다 !

▲지리산(智異山) :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에 걸쳐 있는 산. 백두대간 끝자락에 있음. 또, 백두대간의 맥에서 흘러 왔다고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불림. ⒞시사타임즈

 

  2. 이어도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수중 암초로, '파랑도'라고도 불린다.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고, 현재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시사타임즈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km

중국 동도에서 247km

일본 조도에서 276km

 

북위 32도 07분 동경 125도 10분

최고 높이 -4.6m

수중암초 이어도 파랑도라네

 

1900년 영국상선 스코트라호

제 이름 붙였네

 

중국사람 소암초 쑤옌자오라 부르지만

조선 것인 줄 알고 있네

 

예부터 제주어민 이 섬 보면 못 돌아와

이어도사나 불렀네

 

이엿사나 이어도 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소나무 배여

어서가자 어서가

이엿사나 이어도 사나

 

새천년에 우뚝 섰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헬리콥터 뜨고 내리네

 

여름이면 태풍 열댓 개

본토보다 예닐곱 시간 먼저 알고

대비하라 일러주네

 

형님들 누나들

외로운 막내에게 엽서 한 장 주세요

내 주소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이어도’

잊지 않았죠?

 

 

3. 서울의 사랑 I

   

<배윤명과 설화자 : 순간의 결정이 영원으로>

 

서슬 퍼런 유신체제에서도

시월의 하늘은 파랗다

 

세상은 험해도

공릉의 배는 탐스럽다

에덴의 사과가 이 빛이었을까

 

자유는 눌려도

사랑은 튀었다

 

용감한 자

미인을 얻는다 했나

 

말 없다고

사랑이 없을 소냐 

너희들은 비켜라

 

한 번도 울지 않는 새

천하를 다 울릴 날 있다

 

한 번도 날지 않는 새

구만 리 장천을 간다

 

나는야 사랑이다

너희는 박수쳐라 

 

너희도 사랑하라

사랑만이 갈 길이다.

 

사랑만이 삶이다!

 

 

공릉동 배 밭

 

오늘도 눈을 뜨니 여섯 시다. 오늘은 한글날이라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라 좀 늦잠 자고 싶었는데--- 눈을 붙이려 해도 정신이 멀쩡하다. 그런데 하숙집 아주머니가 전화 받으라고 나를 부른다. 유공에 작년에 입사한 고경현의 전화다. 거두절미하고 10시에 청량리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란다. 왜? 배윤명이랑 함께 만나기로 했으니 공릉에 배 먹으러 가잔다. 그리고 끊는다. 고경현은 항상 무뚝뚝한 친구다. 배윤명도 아주 말이 없는 친구지만 우리 셋은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다.

 

약속시간에 정류장에 가니 고경현과 배윤명이 벌써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55번 버스를 타고 육사와 서울여대를 막 지나 종점에 내린다. 오늘 서울 하늘은 유난히도 푸르다. 쾌청한 가을날이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맑고 구름 없어---- 애국가가 3절이 저절로 나온다. 공릉 일대는 온통 배 밭이다. 탐스런 배가 나무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렸다. 에덴동산의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는 선악과가 이런 빛이었을까? 우리는 청송 배 밭집에 들어간다. 우리는 배를 반 상자 시키고 배나무 아래 평상에 자리를 잡는다. 경현이가 도시락과 양주 한 병과 맥주를 사가지고 왔다.  

 

우리는 주로 시국 이야기를 한다.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말만 해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바로 구속되는 숨 막히는 유신 절정기다. 지난 4년 학교가 시위 때문에 휴교령을 밥 먹듯 내려 학교 못 간 날이 간 날보다 많았다. 군대에 강제 징집당한 친구도 한두 명인가? 우리들은 데모대 뒷줄에만 있었기에 아직 구치소에 끌려간 적이 없다. 끌려가 고초를 당한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YS가 지난달 말 신민당 총재직을 가처분명령으로 정지되더니 급기야 국회에서 공화당과 유신회가 작당하여 제명하였다. 광주 전주는 물론이고 이제 부산 마산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 같다는 경현이의 말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그런 말이 요즈음 오갔다. 윤명이는 오늘도 여전히 말이 없이 술만 비운다. 그는 어디에서나 항상 말이 없다. 그런 그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팔 년 전 DJ가 박정희대통령의 3선 저지에 실패하고 그의 예언대로 대통령 직접선거는 폐지되었고, 이에 반발한 전라도 지역은 시위가 빈발하여 경찰은 그동안 강압 저지와 구속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정식 영장도 없이 남산이나 이문동에 잡혀가면 구타나 고문은 기본이고 병신되어 나와도 하소연도 못 하는 시국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여당은 YS를 제명하였으니, 그의 고향 경남에서도 이제 시위가 격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나저나 YS의 말대로 닭 모가지가 비틀렸으니 새벽이 빨리 와야 될 텐데---- 언제 민주화가 되고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나......? 대통령도 이제 우리 손으로 못 뽑으니 우리 체제도 이제 북한 공산당 일당 독재와 무엇이 다른가? 북한에는 김정일이가 김일성 후계자로 떠올랐고, 우리나라도 이제 박지만이가 육군 장교가 되었으니, 이제 박정희의 후계자가 JP가 아니라 박지만일 거라는 풍문도 돌았다. ‘경호실장 차지철이가 그 일에 앞장설 것이고 어정쩡한 JP는 속으로는 못내 싫어하면서도 현실에 영합할 것이다’라는 구체적인 말도 돌았다. 우리나라가 공산당도 아니고 우리 국민수준으로 봐서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는 나의 말에 경현이는 박정희가 10년 전에 3선 개헌할 때와 7년 전 유신선포 할 때 JP의 처신을 보라. 항상 반대하다가 박정희가 불러 주의 한 번 주면 바로 찬성으로 돌변하지 않았나? 그래, 그러기는 그랬지. 그러나 박지만이가 이제야 육군 소위인데 그렇게는 안 되겠지. 나는 예측인지 희망사항인지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아무튼 우리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비분강개한다. 이제 일어서서 귀가하기 위해 55번 버스를 타러 간다. 이곳이 종점이라 사람들은 앉아가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우리는 맨 끝에 선다. 그런데, 갑자기 경현이가 팔을 잡아끈다.

 

“야, 빨리 차를 타자.”

“자리에 앉아 가게 다음 차를 타자.”

“아냐, 빨리 타자, 어서.”  

윤명이와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경현이에 끌려 버스에 올라탄다.

“좀 기다렸다 앉아 가지 왜 타자고 했냐?”

“야, 저 아가씨를 보아.”

윤명이와 나는 경현이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니 한 눈에도 뛰어난 미인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기다려 보아.”

 

어떤 탐색전

 

버스가 거의 한 시간 달려 청계천 5가에 다다르니 그 미모의 아가씨가 일어나 내린다. 경현이가 우리도 같이 내리자며 우리를 잡아끌어 내린다. 경현이가 앞서가는 아가씨에게 무어라 말한다. 그러더니 인근 다방으로 같이 들어가며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우리도 어정쩡 뒤따라 다방으로 들어간다. 아가씨는 정말 뛰어난 미인이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시원한 눈매---- 어디 흠잡을 데가 없는 가인이다.  

 

“이 얘는 송인엽이고 저 얘는 배윤명이요. 저 애들은 학생이고 나는 유공에 다니는 고경현입니다. 아가씨 이름은요? 우리들은 고향이 전주이고 고교동기예요.” 

“국가 비상위원회에서 일하는 설화자예요. 고향은 장성이에요.”

“아, 장성? 방장산이 있는 장성이지요.”

“예, 잘 아시네요.”

“그럼요. 홍길동이 장성 태생이고 방장산에 처음 은거했잖아요?”

“그래요? 저는 고향인데도 잘 모르는 일이네요.”

“어디에 사세요?”

“홍제동에요.”

“우리는 뱀띠 친구들이요. 아가씨는요?”

“---???”

“아, 참. 숙녀 나이 물어보는 것은 실례지요. 그런데 국가비상위원회는 무슨 기관이에요?”

“정부 중앙부처 중 하나예요. 말 그대로 국가 비상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에요.”

“아, 그래요? 위원장이 누구예요?”

“장관급이고 군장성 출신으로 이만무 위원장이에요.”

 

모두가 아가씨와 경현이가 주고받은 말이다. 윤명이와 나는 그저 듣고만 있다. 사실 윤명이 보다는 아니지만 경현이도 말이나 말이 없는 친구였는데 회사에 다니더니 변한 것 같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더니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하자고 경현이가 선언하니 우리는 다방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명동으로 향한다. 명동 ‘이학’이라는 고급 식당으로 갔다. 윤명이와 나는 처음인데 경현의 직장인 유공이 인근에 있어 경현이는 잘 아는 식당 같다. 이곳에서도 경현이와 아가씨만 말을 주고받는다. 경현이가 몹시 좋아하는 눈치였기에 나는 장난만 맞춰준다. 윤명이는 아예 말이 없이 밥 먹은 뒤 술만 마신다. 원래 그런 친구니까--- 아무튼 경현이는 계속 이야기한다. ‘아 회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경현이가 아가씨가 너무 예뻐 반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 10시가 된다. 아가씨가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운다. 아마 화장실에 가는 것 같다. 이때 갑자기 윤명이가 처음으로 말을 한다.

 

어떤 전광석화 

 

“야, 경현아, 너 저 아가씨와 결혼할래?”

“뭐? 뭐 결혼?”

“그래 결혼.”

“어, 그 글쎄----”

“그러면 되었고----, 야, 인엽아, 네가 저 아가씨와 결혼할래?”

“뭐? 뭐 결혼?”

“그래 결혼.”

“어, 그 글쎄----”

“아, 그러면 됐어. 너희들이 생각 없다니, 고맙다. 내가 저 아가씨와 결혼할게.”

강현이와 나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하여 어리둥절하여 

“어떻게?”

“아, 내가 오늘 저녁 저 아가씨를 바래다줄 터이니 너희들은 이제 집으로 가라.”

“------???”

“------???”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은 화자씨가 오기 전에 빨리 집으로 가라.”

경현이와 나는 윤명이에 떠밀려서 식당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아, 그분들은 어디 있어요?”

“화자씨, 걔들은 늦어 집으로 갔습니다.”

“-----???”

“제가 화자씨를 집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혼자 가겠습니다.”

“아니지요. 제가 모셔다드려야지요.”

“괜찮아요. 혼자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남자인데요.”

 

윤명이는 “따따블”을 외치며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억지로 아가씨를 태우고 홍제동으로 간다. 내릴 때까지 둘은 아무 말이 없다. 홍제동에서 내려 골목길로 접어들 즈음 운명이 말을 꺼낸다.

 

어떤 청혼

 

“화자씨, 내 이름 알아요?”

“-----???”

“배윤명입니다.”

“아, 예.”

“고려대학 경영학과 4학년이구요. 육군 병장으로 복학생입니다.”

“아, 예.”

“우리 결혼합시다!!!”

“예?”

“우리 결혼합시다.”

“예?”

“나 이제 취직할 테니 내년 3월에 결혼합시다.”

“예?”

“결혼 몰라요? 결혼하자고요.”         

“어떻게 그렇게 갑작스레 즉흥적으로---?”

“갑작스럽구 즉흥적이라구요?”

“그래요. 어떻게---?”

“갑작스럽고 즉흥적이 절대 아닙니다. 아까 버스에서 처음 볼 때부터 다방과 식당에서 심각하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생각한 것이에요. 아까 친구들하고도 충분히 협의했고요.”    

“아까부터 혼자 술만 드시더니 취하셨네요. 빨리 집으로 가세요.” 

“그럼 대답해 주세요.”

“----???”

“결혼 승낙건 말이요.”

“그렇게 중요한 것을 어떻게 대답해요. 더구나 그쪽은 지금 취중이에요.”

“아니요. 나는 정신이 어느 때보다도 맑아요.”

“하여튼 나는 집이 이곳이니 들어가겠습니다.”

“대답하고 들어가세요.”

“이건 청혼이 아니고 무례에요!”

“진정을 담은 청혼이 무엇이 무례란 말이요?” 

“아무튼 저는 결혼은 생각도 못 하니 돌아가세요.”

“화자씨 그러면 내일 6시에 아까 그 청계천 5가 다방에서 만나요.”

 

화자씨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 이튿날 6시에 윤명이는 청계천 다방에 간다. 화자씨가 7시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윤명이는 8시가 넘자 다방을 나와 홍제동 아가씨 집으로 향한다. 골목 몇 개를 서성이다 어제 화자씨와 헤어졌던 그 집 문을 겨우 찾아내 문을 두드린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나오고 들어가고 화자씨가 나온다. 화장도 아니 한 민낯이지만 꽃보다 아름답다. 

 

“화자씨. 어떻게 바람을 이렇게 시원하게 맞힙니까?”

“바람을 맞히다니요? 약속도 안 했는데---”

“어제 내가 청계다방에서 만나자고---”  

“어제는 당황해서 그쪽 말씀 듣지도 못했어요. 들었어도 거절했을 터이고----”

“하여튼 어디 가서 이야기합시다.”

“아니요. 저는 할 말 없으니, 돌아가세요.”

“그럼 대답해 주세요. 결혼합시다. 제가 평생 잘 모시고 밥 굶기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술 안 드셨지요?”

“밥도 안 먹었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어요.”

“---???”

“저는 아직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밥 굶지 않기 위해 결혼하는 것도 아니에요. 집에서도 아직 말이 없고요.”

“그러니 지금 생각해 보고 대답해 주세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어요.”

“------”

"여기까지 오셨으니 이 근처 다방에 가서 차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둘은 다방으로 들어선다.

“화자씨, 저의 제안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러나, 저는 갑작스런 청혼이 아닙니다. 난생처음입니다. 어젯밤도 뜬눈으로 새웠습니다.”

“------”

“저를 믿어 주세요. 저는 가난한 농가집 장남이지만 그래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니 곧 직장을 잡을 수 있고, 군대도 갔다 왔으니 이제 한 가정을 꾸릴 때가 되었어요.”

“------”

“그보다도 화자씨를 만나니 나도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저는 아직----, 부모님과 상의도 해야 하고요.”

“좋아요. 우리 부모는 제가 책임질 테니 화자씨 부모님은 화자씨가 설득하세요.”

“아니, 아직 제 마음부터 결정이---”

“그럼, 화자씨 부모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분들이 저를 싫어하신다면 제가 어르신들 의견을 따를게요. 아무리 내 마음이 아파도---”

“------”

“그렇게 합시다. 다음 일요일에 장성에 내려갑시다.”

“------”

“꼭 그렇게 해요.”

“------”

“그러면 부모님께 우리 이야기를 미리 하세요. 그리고 찾아가서 면접을 보겠다는 말을 전하여 주세요. 그분들이 내려오라면 저 혼자 장성에 갔다 오겠습니다.”

“------”

“꼭 그렇게 해 주세요.”

“------”

“그렇게 알고 가겠습니다. 이게 제 전화번호입니다. 화자씨 부모님이 저를 면접하겠다는 의사가 있으면 연락주세요. 저는 언제라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십년이라도......”   

 

어떤 장인

 

그 후 한 달이 지나도 화자씨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는다. 그동안 운명이는 현대종합상사에 합격하여 다니고 있다. 그때 화자씨 부모가 서울에 왔다면서 한번 보자는 연락이 온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운명이는 화자씨 부모님을 만난다. 

“총각이 우리 화자에게 무작정 청혼했다던 배윤명 총각이오?”

“예, 그렇습니다.”

“우리 화자가 어디가 좋아서 총각 부모한테는 상의도 안 하고 혼자---?”

“예, 화자씨 본 순간 다 좋았습니다.”

“총각 부모의 의향은?”

“예, 걱정 마십시오. 저의 부모님은 저의 말은 다 들어줍니다. 그리고 혹시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저는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부모 이기는 자식 없다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건 저의 결혼이니 저의 생각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저의 부모님이 승낙지 않으시면 줄행랑을 치더라도 화자씨 부모님 허락만 있으면 결혼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르신 마음이---”

“염려 마십시오. 저의 부모님도 화자씨를 보면 금방 좋아하실 겁니다. 만약 반대하신다면 저는 우선 결혼하고, 부모님을 시간을 두고 꼭 설득하겠습니다.”

“음, 총각 기백이 좋네. 하지만 딸 가진 사람 입장도 있으니, 우선 총각 부모님이 화자를 한 번 만나도록 하게.”

“예,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 일요일 윤명이는 부모님 앞에 화자씨를 데리고 간다. 윤명이 부모님은 화자씨를 보자마자 좋아하신다. 운명이와 화자씨는 이듬해 4월 19일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 둘은 너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딸 둘을 바로 낳고 그들은 양가에 가족계획을 선언한다. 둘째도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러자 양가 부모들이 아들이든 딸이든 하나 더 낳으라고 성화가 날로 더 한다. 그래서 효자인 그들은 가족계획을 중단하고 밥마다 바쁘다. 그러더니 열 살 터울로 임신을 하자 양가 어머니들은 아들 낳아달라고 절에 다니며 부처님께 백일기도로 정성을 들인다. 그래서인지 화자씨는 떡두꺼비 같은 늦둥이 아들을 낳는다.

 

세월이 흘러 윤명이 부부 이제 이순을 넘었다. 그동안 운명이는 현대종합무역상사에 다니며 해외를 오가며 근무하다 50세쯤에 명예퇴직하고 싱가폴에 거주하며 한-싱가폴 무역상사를 차려 경영하고 있다. 큰딸 해현이는 고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달현이도 연대를 나와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다. 늦둥이 아들은 싱가폴대학 2학년이며 전체 장학생으로 싱가폴 대학교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만 윤명이 건강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소식이 종종 들려와 친구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첫 순간의 결정이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단란한 가정을 꾸린 무뚝뚝이 배윤명이를 생각하면 나는 그때 그의 순발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의아하며 입가에 미소가 인다. 한 번도 날지 않는 새, 한 번 날면 구만 리 장천을 난다 했지------ 

 

참조 영상 1. (아름다운 세계) : https://youtu.be/76dMor10LL0

               2. (KOICA와 평화마라토너) : https://youtu.be/t0BR3hnENfw

               3. (모로코) : https://www.youtube.com/watch?v=dgKoCjCsQ8U

 

(121번째 나라 대한민국 4번째 이야기로 계속)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글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 8개국 소장 역임 (영원한 KOICAman)

한국교원대학교, 청주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국제봉사기구 친선대사 겸 자문위원

다문화TV 자문위원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 iysong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