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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4)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4)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여기저기 비닐봉지와 페트병이 볼썽사납게 날아다니고 쓰레기 무덤으로 이 병들어가고 있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생태계에서 소멸하지 않는 21세기 현대의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소멸하지 않는 것은 재앙이었다. 영원하리라 맹세했던 사랑도 소멸하고 천재의 머릿속 기억도 사라지고, 이념도 사라지건만 저 저주받은 쓰레기는 소멸하지 않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 아무것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바람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모래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사랑도 명예도...., 영원할 것 같던 제국도 소멸하고 말았다. 가장 힘든 한 달 동안 같이 뛰어주던 강교무도 헤어질 때가 되었다. 이제부터 다시 홀로 달려야 한다. 든 자리는 표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는데 허전함이 말할 수 없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나는 아직도 험한 사막의 한가운데 있을뿐이다. 다시 홀로 이길을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별은 짧을수록 좋다고 했지 않았나. 얼마 전 호르고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장기를 두는데 장기 알이 우리의 웬만한 밥사발만 하다. 유라시아 실크로드는 장기의 길이기도 했다. 체스와 장기는 둘 다 인도 기원설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보면 이 둘의 뿌리는 같다고 봐야 한다. 체스의 기원은 약 4000년 전 고대 인도 사원에서 시작되어 6세기경 페르시아를 거쳐 7세기 페르시아를 정복한 아라비아에 들어갔다. 다시 15세기경에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게 되어 19세기에 현대 체스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동쪽으로는 미얀마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고, 또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다.

 

장기의 역사는 전쟁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을 잠재우고 대리만족하는 게임으로 출발하였다고 한다. 핵 단추를 누르겠다고 서로 으르렁대던 두 정상이 마주 앉아 평화를 논하겠다고 하니 마주 앉은 테이블에 장기판이라도 올려놓고픈 마음 간절하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게임 가운데 반상(盤上) 위에 천하를 놓고 겨루는 가장 합리적인 매력을 지닌 것이다. 상대와 마주 앉아 작은 반상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에 몰입하다 보면 온 우주에 부유하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일단 반상에 마주 앉으면 무아지경에 빠져 종교적 경건함이 생겨난다. 제한된 공간에서 뻗어 나가는 무한한 조합에서 생성되는 자기 발전적 수를 체험하게 된다. 장기는 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꼭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난다. 감각이 살아나며 영혼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생기며 예술혼이 살아나고, 건축적 설계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시적이며, 경제적 이론가가 된다. 장기알과 장기판이 마주칠 때 생기는 음악적 리듬에 몰입하게 된다. 한 사람이 한 수를 두고 나면 상대방이 한 수를 두는, 결코 한 사람이 한꺼번에 두 수를 두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공평한 경기이다.

 

사실 북·미 핵 협상이라는 말도 이해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핵보유국이 마주 앉아서 핵 폐기를 선언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이 그리 어렵다면 한반도의 핵만이라도 모두 제거하고 평화협정 맺고, 북의 경제제재 풀면 되는 일이다. 이 세상에는 단순하고 명료한 일이 단순하지도 명료하지도 않은 것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풀리지 않는 핵 단판을 장기를 두면서 푼다면 우린 더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으리라! 장기 두다가 출출해지면 먹으라고 햄버거나 라면도 준비해 두면 좋겠다.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식사도 거르는데 그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옆에 계속 서 있을까도 관전 포인트이겠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장기는 스스로 중독성을 갖는다. 한 판 두고 나면 다음 판을 두기 위해 쉬는 시간을 가지고 긴장을 풀며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힌 판이 끝나면 진 사람은 곧바로 다음 시합에 도전하고 이긴 사람은 그 쾌감을 지속시키기 위해 도전을 받아들이곤 한다. 심지어 자면서도 무의식중에 장기를 계속 둔다. 거리를 걸을 때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차(車)나 포(包), 마(馬)의 모습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의 한반도에서 판이 벌어지더니 싱가포르로 무대는 옮겨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청(靑)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紅)을 잡은 형국이다. 청(靑)은 원앙마 포진을 선택했고, 홍(紅)은 면상 포진법을 선택했다. 원앙마 포진은 부부 금실이 좋기로 유명한 원앙새를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궁성 앞 정면에 마(馬)가 진출하여 마끼리 서로 연결되어 원앙 형태로 진형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포진 중 가장 조직적이고 기물들이 상호 연결된 좌우 대칭 형태를 형성한다. 면상 포진법은 상을 궁성 맨 위에 배치해 궁성을 보강한 후 포의 활용으로 상대를 교란시키는 고수들이 선호하는 포진이다.

 

세기의 장기판답게 훈수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훈수꾼이 끼지 않은 장기는 상상만 해도 싱겁다. 훈수꾼들은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훈수를 둘 기세인데 제일 꼴불견 훈수꾼은 아베와 존 볼튼 그리고 펜스이다. 판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들의 고춧가루 훈수로 트럼프의 행마 구상이 꼬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뭣도 모르면서 훈수를 두는 꼴이 맞아도 한참 맞아야할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은 판 자체를 뒤엎으려고 하는 꼬락서니다. 훈수꾼은 언제나 약한 편을 들기 마련인데 이 장기판의 훈수꾼들은 치사해도 유별나게 치사하다.

 

청(靑)이 먼저 행마를 했다. 모든 훈수꾼이 세계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신예 기사의 행마에 숨소리도 죽이고 바라보는 가운데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첫수를 던졌다. 첫수는 신예답지 않은 통렬한 한 수였다. 훈수꾼들의 놀란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한 수는 앞으로 그의 행마가 범상치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수였다. 그 수는 앞으로 유라시아에서 펼쳐질 크고 작은 세계적인 장기판에 모두 당당히 출전하여 실력을 과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름이 아니었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홍(紅)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포(包)와 차(車)가 상대보다 몇십 배 많은 절대적인 우위의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전술에 능통하던 그였다.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게임이 그에겐 오히려 포(包)와 차(車) 다 떼고 두는 불평등한 게임 같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는 첫수도 두기 전에 판을 깬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훈수꾼들의 야유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애초 한판에 승부를 가리겠다는 그의 호언장담은 간데없이 은근히 사라지고 이길 때까지 장기를 두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포(包)와 차(車) 다 떼면 돈은 주겠다고 뒷거래를 하는 모양인데 상대방도 품위 유지비가 필요한 궁색한 신예라 그 조건에 동의한 것 같다. 문제는 먼저 다 떼면 나중에 보상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에 있다. 그는 그런 꼼수를 국제무대에서 수도 없이 사용하여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리비아와 이라크와의 대결에서 그런 꼼수로 승리를 하여 이제 더 이상 그런 수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관전자로서 나는 반상 밖에서 꼼수를 부리지 말고 빨리 장기의 말들이 반상에서 서로 얽혀가면서 쓰여지는 멋진 드라마를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두 사람이 반상을 가운데 두고 기싸움을 하느라 미동도 하지 않으며 콧구멍만 벌름거리고 진지하게 마주 앉은 모습이 보고 싶다.

 

장기는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지만 반상을 마주한 상대방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경쟁과 유희를 함께 하는 장기를 통해서 호모 루덴스(Homo Lidens)로 진화한다면 좋겠다. 인간은 향상심을 가진 존재이다. 더 잘하고 싶고 게임을 하면 이기고 싶다. 이 장기가 가진 게임성과 유희성으로 평화의 실마리를 풀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 세기적인 장기판을 위해서 노벨상 위원회에서 노벨평화상을 부상으로 내놓으면 더욱 좋겠다. 거기에 미국인들은 재선(再選)이라는 선물을 준비하고 한국인들은 ‘평화의 대동제’를 준비하면 금상첨화겠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유라시아 평화마라톤의 수많은 난관을 뛰어넘는 장애물 마라톤이다. 현장법사가 제자들과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다녀오는 과정에서 만난 81개의 난관은 이미 다 넘은 줄 알았다. 중국에 들어와서는 마을마다 들어오고 나갈 때 공안의 검문검색은 나의 마라톤을 허들경기로 변색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에 톈산의 정상을 못 넘고 700km를 우회했는데 이번에는 규이튼 들어가기 전에 19km를 못 통과하고 100km를 우회했다.

 

‘샤완’에서 숙소를 잡으려고 호텔에 들어갔는데 직원은 외국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사장이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공안에 전화했다. 아마 공안에 꽌시가 있는 것 같았다. 4명의 무장경찰이 출동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무전을 치고 다시 3명의 무장경찰이 출동해서 결국은 이웃 마을인 쓰허즈까지 가라고 한다. 쓰허즈에서 처음 들어간 호텔은 5성급으로 잠만 자는 우리에게 낭비인 것 같았다. 다시 피곤한 몸이지만 좀 쌈 직한 호텔을 찾았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하려는데 다시 노크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두 명의 무장경찰이 찾아와 여권을 보자고 한다. 검문소에서 만난 무장경찰 빼고도 오늘 나 때문에 출동한 무장경찰이 22명이나 되더라! 그들이 정중하게 경례를 붙이고 나가고서야 나는 비로소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이제는 검문소를 볼 때마다 신경쇠약이 걸릴 정도이다. 검문소에 한 번 들어가면 소중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만다. 내가 내일을 위하여 휴식하고 회복할 시간을 경찰서 철장 너머에서 다 허비하는 것이다. 내가 장기판의 포(包)라면 검문소를 훌쩍 넘어버릴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차(車)라서 졸이 막고 있으니 못 넘어간다. 손오공이라면 구름을 타고 넘을 텐데.

 

1949년 인민해방군의 점령으로 중국령이 된 이래 이 지역은 끝없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늘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의 중국 통치와 우리의 분단의 역사와 비슷한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아마도 우리의 평화통일 염원보다도 이 사람들의 독립의 염원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통일의 의지를 꺾지 못하듯이 이들의 독립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예상컨대 한반도에서 세기의 장기대결이 끝나면 아마도 이곳에서 또다시 장기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 것 같다. 이 지역의 평화를 건 세기의 대결, 그때의 대국자는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의 한반도에서 판이 벌어지더니 싱가포르로 무대는 옮겨졌다. 과연 트럼프의 첫수는 무엇일까?

 

글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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