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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칼럼] 피로사회에서 토로(吐露)사회로

[임도건 칼럼] 피로사회에서 토로(吐露)사회로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백수도 과로사하는 피로사회! 실시간 뉴스에 일일이 반응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박카스나 비타500으로 풀 수 없는 ‘피로감’은 신선한 ‘필요감(感)’을 부른다. ‘안물안궁’에 대한 짜증이 만성이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처방이 [아픈 니가 청춘]에서 [아프리카 청춘]으로 바뀐 지 오래다. 신경성 병리에 빠진 한국인은 인위적 긍정에 의한 자기착취 성 조울증을 앓고 있다. 벗어나는 길은 속 시원하게 쏟아내는 것뿐.

 

 ‘토’ 나오는 현실을 속 시원히 쏟아내는 요즘. 이른바 토로(吐露)사회다. 미투(metoo)운동이 한 풀 꺾이자 이번엔 항공사들이 도마에 올랐다. 회장일가의 ‘갑’질과 기내식 대란으로 국적항공사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땅콩과 물벼락으로 날벼락을 맞은 대한항공 일가의 영장기각과 아시아나 회장의 어설픈 해명에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연일 터지고, 각종 이슈들이 실시간 검색을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

 

‘홍대 몰카’ 사건이 그랬고,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강화 및 ‘불꽃페미’ 액션이 그렇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토프리스(Topless), ‘슬럿워크’(slut walk)운동이 우리나라에서 노브라, 탈 코르셋운동으로 이어지고, 과감한 신체노출과 ‘헤픈(slut)여자’ 운동이 인권문제와 충돌하고 있다. 여성신체에 대한 가부장적 시각이라느니, 여성해방에 대한 과도한 탄압이라느니, 심지어 공연음란죄 적용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이 치열하다.

 

정치권 파행도 점입가경이다. [강원 랜드] 취업비리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소식과 한국당의 “비대위(非對委)” 논란이 화두다. 비상시 소집되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인데, 권한 대행은 위기의식은커녕 코끼리가 요가 할 법한 혁신만 외친다. 안빈낙도(安貧樂道)해야 할 자가 안분지족(安分知足)하지 못하고 당랑거철(螳螂拒轍)한 격이다.

 

비대위원장 위촉이 자·타천 40명 수준에 국민공모까지 감행했다. 멀쩡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면 요괴인간이 되는데도 말이다.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막무가내 인선을 언론에 퍼뜨려, 실추된 정당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모양이다. 경륜의 올드보이는 물론 국민적 주목을 받은 이국종 교수까지 고사했다. 이래저래 시간 끌다가 공천권을 미끼로 대행체제를 밀어붙이겠다는 꼼수다.

 

정치는 축구가 아니다. 히딩크의 4강 신화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것은 축구이기에 가능했다. 파격이란 이름의 정당홍보전을 치르면서 국민들의 혈압을 또 다시 높였다. 이른바 온 국민이 취재기자요, 연예인이며, 프로파일러(profiler)인 시대다.

 

10년 전만 해도 사적인 불만은 조용히 내면화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지금은 다르다. 시대와 시스템은 물론 가치와 소통방식까지 달라졌다. 각종 SNS들이 사소한 불만을 공론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에 포털과 군소언론이 한 몫 했다. 주류 언론과 지상파도 시청률만 오를 성 싶으면 이를 확대 재생산해 여론화한다.

 

그 다음은 법조계. 사회적 공분이 고조되면 수사가 시작된다. 단순사고가 사건으로 둔갑하면서 정치쟁점화 된다. 검·경의 수사권 갈등은 내부문제라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법조계의 사법권 남용도 심각 수준을 넘었다. 라면 10개에 3년5개월, 담배 두 갑 훔친 죄에 1년형을 내린 것과 달리, 수 백 억을 횡령한 대기업 총수는 연이은 영장기각 혹은 시간 당 1억짜리 황제노역으로 대체된다. 법률재판이 판검사의 승진기회는 될지언정 국민들의 준법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근래 한국사회는 소수 기득권에 대한 대다수 “을”들의 저항이다. 정의(justice)에 대한 고상한 정의(definition)는 차치하고라도, 상식이라도 통하는 시대였으면 좋겠다. 모든 판결과 유권해석이 국민정서에 부합할 순 없지만 최소한 납득할 정도가 돼야 자발적 준법이 가능하다.

 

‘그놈의 정치’와 ‘그래도 정치’사이를 오가는 국민들의 피로는 극에 달했다. 이제는 그 ‘피로감’이 상식과 정의에 대한 필요감(感)으로 바뀔 시점.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과도기에 시민들은 이래저래 피곤하다. 하루하루 생존도 고달픈데 또 다시 광화문에 나가야 하나? 인신공격 성 폭로나 일방적 성토가 아니라 건전한 토로가 토론문화로 정착돼야 비로소 선진사회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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