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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쯔위’ 사태로 본 한국 문화산업의 문제점

[ 전문가 칼럼 ] ‘쯔위’ 사태로 본 한국 문화산업의 문제점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인재 채용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막 데뷔한 16세 여가수가 한국, 중국, 대만의 최대 핫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이슈가 된 아이돌 그룹 트와이즈(TWICE)의 멤버 쯔위(子瑜)의 일이다. 대만 출긴 가수가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고, 이는 ‘대만은 중국의 한 영토이다’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쯔위는 곧바로 ‘저는 중국인입니다’라는 사과 동영상을 발표했지만, 이는 곧바로 다시 대만인과 한국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대만인이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동정 여론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대만인들에게는 올림픽에서조차 자국의 국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했다.

 

이 사건은 며칠 뒤 있었던 대만 총선에도 영향을 끼쳤고, 젊은 층의 선거 참여를 유도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미성년자 가수에게 정치적 발언을 하게 한 JYP의 대표 박진영 씨는 미성년자 인권 침해로 다문화센터 등에 제소될 위기에 처하는 등 이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초기 대만은 현지 토착민들의 거주 지역이었으나, 17세기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겪었다. 네덜란드에게서 독립한 이후에는 잠시 독립국 왕조 시절을 누렸지만, 17세기 말 다시 청나라에 동화된다. 하지만 청나라가 일본에 의해 무너진 이후 일본은 대만을 청나라의 일환이 아닌 또 다른 식민지이자 태평양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일본에게서 독립할 당시 일본이 대만을 양도한 상대도 중국 정부가 아닌 연합군이다. 독립 이후, 당시 중국 남부를 점령하고 있던 국민당이 먼저 대만을 인수했다. 이어 1949년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은 모택동이 이끄는 공산당에 밀려 중국 본토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12월 대만으로 정부를 이전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대만의 역사이다.

 

이 부분에서 대만은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대만을 하나의 수복되지 않은 성(省)으로 보면서 불편한 양안관계가 수립된다. 중국 정부는 대만과 수교하는 국가와는 수교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도 1992년 중국과 수교하기 시작하면서 대만과는 수교를 끊었다. 현재 대만에서 한국 정부를 대신하고 있는 기관은 대사관이 아닌 주 대만 한국 대표부이다.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수교하지 않는 바티칸 시국을 포함하여 약 2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사관을 세우는 것은 독립국임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중국에서 발간된 중국 전국 제도에 대만은 ‘대만성’으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경제 대국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도 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대만의 손을 들어줄 국가는 없다.

 

이 상황에서 동아시아 문화 산업의 강자였던 한국 TV 프로그램의 대만인 가수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으니 그 파동은 당연하다. 특히 중국은 한국 문화 산업의 가장 큰 수입국으로서, 엔터테이먼트, 여행, 게임오락 등 다양한 문화산업 부분에서 수출 1위국을 담당하고 있다. JYP 엔터테이먼트의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렸으니, 이에 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해결책이라 함은 양안 문제에서 대만의 중국 복속을 인정하는 방안이었고, 이는 다시금 대만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었다.

 

크게 보면 중국에서의 뜨거운 감자인 티벳 독립 문제, 과거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성 유지, 식민지 시절을 겪어 본 한국인들의 심기 역시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윤 추구가 가장 큰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돈벌이가 될 중국 시장 전체를 한 개인을 지켜주자고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쯔위 뿐만이 아니라 JYP 소속 다른 가수들의 중국 활동 여부와 향후 기업의 성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다. 대만은 올림픽에서조차 자국의 국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한 기업이 나서서 풀겠다고 앞장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계 방향으로 중국의 오성홍기와 문제가 된 대만의 국기, 홍콩과 마카오의 국기. 중국은 한 국가에 두개의 제도인 일국양제를 표방하고 있어 홍콩, 마카오 등 특수 행정 구역은 자체적 깃발을 쓸 수 있다. 대만 뿐 아니라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티벳의 국기 역시 중국 방송에서는 금기사항이다. ⒞시사타임즈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문제는 이런 문제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양안문제를 해결할 외교적 능력이 없다면, 애당초 뜨거운 감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전체적인 TV 프로그램에서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꼭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면 삭제했어야 하고,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태극기나 다른 깃발 정도로 대신했어야 했다. 문제는 이것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국제 정세에 무지했다는 점이다. 대만 사람을 데려다 쓰면서 이 정도 국제 관계를 모를 정도로 무지하다면 그 자체는 회사의 책임이다.

 

둘째로,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는 다능한 한 뜨거운 부분을 피해서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했어야 했다. ‘나는 중국인이다’라는 발언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서 죄송하다’라는 식으로 문제를 봉합했다면 어땠을까. 또는 대만인 고용자가 아닌 한국인 고용주가 ‘몰랐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는 중국과 대만에 대해서 잘 모른 상태에서 대만인을 이용해 중국에서 돈을 벌고자 했던 기업의 무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러한 무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기업의 운영자들이 국제정세를 공부한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국제정세에 능통하고, 이러한 문제를 겪어 본 사람을 채용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문화산업 관련 기업의 채용은 그런 인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동시에 JYP 엔터테이먼트 뿐 아니라 다른 관련 기업들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단 ‘HSK 5급’과 같은 언어적인 능력을 먼저 걸어놓고, 그 이하에는 영어 성적과 대외활동 등의 소위 ‘스펙’으로 지원자들을 걸러낸다. 국제 정세가 아닌 언어 중심의 전공자들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다. 전공은 마케팅, 경영 등 상경계열 관련 학과가 유리한 것이 정설이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언어 전공의 에디터를 우선 채용하거나, 이마저도 기간제로 뽑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한국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전략이나 마케팅을 번역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디자인 전공자에게 건축 설계를 맡기고 건축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회 전반과 문화에 능통한 사회과학, 인문학 계열의 채용이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동떨어져 있다. 기업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에서는 ‘인문계 90%가 논다’라는 ‘인구론’이 양립하고 있다. 문화산업은 IT 산업과 함께 한국을 끌고 갈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문화를 분석하고 연구할 능력이 있는 사화과학, 인문계 학생들은 상경계열에서 밀려 채용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제 2, 3의 ‘쯔위’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대만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중국 오성홍기를 그려 넣는다면, 터키로 수출되는 상품에 러시아 글자로 된 상품을 써 넣는다면, 일본으로 송출되는 TV 프로그램에 중국어 간자체를 사용한다면 이런 문제는 또 다시 한국 기업들을 복잡한 국제 정세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IT 시대에서 이러한 잘못된 마케팅 전략은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문제가 된 TV 프로그램의 경우, 방영된 지 2시간 만에 자막 작업을 거쳐 중국 인터넷 토렌트 사이트에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반대로, 중국에서 한국인이 프로그램을 방송하는데 동해를 일본해라고 쓴 지도를 들고 있다면 우리의 기분은 어떨까. 남중국해 문제로 첨예하게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동해라고 부른다.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동쪽 바다이니 틀린 표현도 아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폴 지역의 화교들은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캄보디아나 미얀마 지역의 화교들은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이를 무시하고 상품에 중국어 설명만을 써 놓는다면 현지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통찰력은 역사,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에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과, 사회학과, 외교학과 등은 공무원 시험이 아니고서야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인문학 책 몇 권 회사에 놓는다고 기업 문화가 인문학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정세는 2차대전이 종결된 이후, 한국과 일본, 중국과 대만, 북한과 남한이 어우러져 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상황에서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짜려면 관련 전문가의 투입은 필수적이다. 문화 산업은 형체가 없어, 모든 전략이 담당자들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코앞의 이익만 쫓다가 관련 문제를 주먹구구식으로 풀어 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향후 장기적으로 한국의 문화 사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돌아보아야 할 때다.

 

 

글 :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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